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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국제 금융계 주무르는 '두 얼굴'

■ 소로스(SOROS)
마이클 카우프만 지음/김정주 옮김
월간 베스트 인 코리아 출판부 펴냄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극과 극을 오고 갈수가 있을까. 한 쪽에서는 ‘희대의 환 투기군’ ‘아시아 금융위기의 주범’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자선 사업가’ ‘자수 성가한 억만장자’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어쩌면 양 쪽 모두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그것도 세계적인 부자를, 한 마디로 뭐라고 딱 꼬집어 이야기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할 지도 모르니까.

이 책은 이처럼 두 얼굴을 가진 이 시대 최고 미스터리 맨 소로스의 삶에 관한 책이다. 뉴욕 타임스 기자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소로스가 이 책이 자서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자서전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소로스와의 면담은 물론이고 그가 직접 제공한 수많은 미공개 자료와 5년 동안 130여명의 관련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이 미스터리 인물의 베일을 벗겨내고 있다.

소로스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세계 최대 펀드 매니저라는 점과 어마어마한 부호이자 손이 큰 자선 사업가라는 점이다. 얼마 전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는 그의 재산이 69억 달러로 세계 37위 부자라고 평가했다.

그가 우리 국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진입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마하티르 총리는 그를 ‘아시아 금융 위기의 원흉’이자 ‘자본주의의 악마’라고 지칭하며 그를 국가적 위기 상황 원인 제공자의 대표 인물로 꼽았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우리의 첫 인상은 좋은 것이 아니다. 그 후 소로스가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우리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겠구나’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터진 최규선 게이트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자 처음보다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더구나 그가 운영하는 펀드는 국내 증시에서 엄청난 이익을 올려 돈을 쓸어가지 않았는가.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어떻게 돈을 썼는 지가 시간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193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태계 집안 태생인 그는 2차 대전 중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피해 유태인 신분을 숨긴다.

그 후 그는 영국으로 탈출했지만 영국에서의 생활은 후에 “내 생애에서 가장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배고픔과 고난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런던경제대학(LSE)에 진학해 세계적인 석학 칼 포퍼를 만나 돈을 쓰는 데에 관한 철학을 정립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된다.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유명한 저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소로스가 세운 자선단체 명칭이 ‘오픈 소사이어티 펀드’라는 것을 봐도 그가 얼마나 포퍼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1956년 미국 월스트리트에 진출한 그는 큰 돈을 벌어 69년에 퀀텀 펀드를 설립한다. 퀀텀이란 양자(量子)란 뜻으로, 양자역학의 불확실성 원리에서 투자행위의 불확실성 오류 가능성 등을 따왔다.

소로스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싫어했으며, 런던경제대학은 3수 끝에 간신히 붙었고, 증권분석사 시험은 수 차례 떨어진 후 아예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그는 “숫자를 보면 느낌이 온다”고 말하곤 했다.

돈을 버는 것, 그것도 주식과 외환으로 축재하는 것과 수학은 별로 관련이 없나 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분석이나 예측에 관한 것이 아니에요. 설명하기 힘들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적정한 순간이 오면 기꺼이 모든 것을 내걸 수 있는 ‘배짱’ 같은 거죠. 그건 누가 가르쳐준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닌 완전히 직관적인 것이에요.”

저자가 소로스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그에게 폭 빠져있어 소로스의 너무 좋은 면만을 부각시킨 점이 다소 눈에 걸린다. 편협함과 일방적 통행이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자의 기본 시각은 책의 부제목인 ‘구세주 같은 억만장자의 삶과 시간들’에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다른 부자나 자선사업가와는 확실히 다르다.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 자신만의 외교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민간인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 반면 소로스란 말은 헝가리어로 분명 ‘변덕’을 의미할 것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금융적, 박애주의적, 철학적 투기꾼’으로 불러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사람은 관에 못질을 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가가 내려진다고 한다. 그의 부음이 어떻게 쓰여질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는 선인이었던가, 악인이었던가.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7/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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