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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이냐 쪽박이냐…위험간 게임

다시 부는 다단계 열풍, 황홀한 유혹에 빠진 피해자 급증

한반도가 또다시 ‘다단계 열풍’에 휘말렸다. 월드컵 열기에 밀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단계 판매(네트워크 마케팅)를 하는 사람들의 이력만 살펴봐도 상당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생이나 주부는 물론이고 대기업 임원, 공무원, 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자주 눈에 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다단계 특유의 '먹이사슬'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 김모(54)씨는 최근 동창회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농담 삼아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고 몇 마디 던졌더니 너도나도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해 알아볼 생각은 없느냐”며 러브 콜을 보냈다.

알고 보니 친구들 중 상당수가 다단계 사업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친구들 중 상당수가 의사, 변호사 등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에는 주변 사람의 권유나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한번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나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수 십년 동안 종사해온 천직마저 내버리고 다단계 판매원으로 나서 김씨를 놀라게 했다. 김씨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일이 내 주변에서도 현실로 되고있다”고 말했다.


시장규모 매년 수직 상승

한국방문판매협회에 따르면 다단계 시장의 규모는 1999년 이후 매년 100%씩 수직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3조8,000억원 대. 불과 2 년 전인 1999년 매출이 8,940억원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성장세다.

주목할만한 점은 다단계 판매 사업자가 젊은 층 위주에서 30∼40대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가족끼리 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역삼동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모(29)씨의 가족이 대표적인 예. 김씨의 경우 99년부터 가족들이 모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장인을 비롯한 사돈 집안까지 사업에 참여했다.

김씨는 “온 가족이 합세해 노력한 끝에 얼마 후면 다이아몬드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직급에 오르게 되면 적게는 6,000만원, 많게는 수 억원의 연봉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사자’ 직업으로 통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약진도 눈에 띤다. 업계에 따르면 종전까지만 해도 다단계 종사자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찾아온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경향은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변호사 김모(48)씨는 “아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러 왔다가 다단계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며 “다단계 하는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오는 불안감이 전문직들의 참여를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한다.

NTI의 김정수 이사는 “엄밀히 따져보면 전문직도 일반 직장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자격증만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던 예년과 달리 경쟁이 치열해지자 기댈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사업을 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의 김희경 간사에 따르면 2001년 소비자보호원으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3,541건. 이는 전년(1510건)과 비교할 때 134.5% 상승한 수치다.

김 간사는 “다단계 업체들은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사업을 성공할 확률은 10만 명 중 7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복권 당첨 확률보다 떨어지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 위험천만한 게임을 하러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것은 고생을 해서라도 단시간에 목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때문이다.

실제 가정주부 김모(34)씨는 최근 다단계 사업에 참여했다가 3,000만원을 잃어 전세방을 빼야 할 위기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과의 불화까지 겹쳐 이혼까지 당했다. 김씨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념으로 거금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당한 케이스다.

성공의 일념에 막무가내로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가 실패한 후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묘해지는 사람 끌어들이기

피라미드 근절 운동을 펼치는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의 경우도 2000년 개설 이후 접수된 피해사례가 10만 건이 넘는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채팅사이트를 통한 사냥이나 인터넷 쇼핑 몰 분양 등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다단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지속적인 단속을 펴고 있지만 그다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당 공무원이 다단계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서울지검은 7월 5일 공정위 심판관리관 송모씨와 서울시 소비자보호팀장 강모 계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공정위와 다단계업체간의 유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서울YMCA의 신종원 실장은 “최근 들어 다단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 같은 점을 악용해 돈을 착취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업가들도 있는 만큼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부정적 이미지 해소에 안간힘
   
7월 16일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다단계 판매회사들이 광고전략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는 이미지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사를 인식시키는데 나름대로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한 다단계 판매 2위 업체인 앨트웰은 월드컵 기간 중 중계방송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4월부터 6월 사이에 총 3,000여 회에 달하는 자막광고를 집행했다.

앨트웰이 이미지 광고를 시작한 이유는 방문 판매법상 허용된 이미지광고가 다단계판매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자사의 영업활동을 넓혀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암웨이도 미국 본사에 다단계 판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업계 3위 다이너스티 인터내셔널도 광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미지 광고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다단계 판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은 업계로서는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 판매법 개정안에 따르면 7월 말부터 130만원이 넘는 품목을 팔지 못한다. 또 자본금이 5억원 이상일 경우 다단계 판매업 등록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다단계업체로부터 물품을 구입한 지 14일 이내에는 청약을 철회하고 지불한 금액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다단계업체가 판매 조직원들에게 자격등록ㆍ유지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는 의무구매액을 업체의 피라미드화를 막기 위해 종전 150만원에서 연간 5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와 함께 업체는 판매원에게 가입비ㆍ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5만원이상 받을 수 없도록 했다.개정안은 이어 다단계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의 총액범위를 매출액의 35% 이내로 하고 후원수당의 산정 및 지급 기준을 변경할 때는 변경일로부터 3개월 이전에 판매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07/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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