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두 얼굴의 연예권력

“인기스타를 만나서 좋겠어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한창 뜨는 신세대 스타를 인터뷰 하는 것은 실상 기자에게 무척 힘든 일 가운데 하나다. 섭외를 위해 며칠씩 전화통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뷰 현장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예사다. ‘연예 권력’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무엇보다 기운을 빼는 건 스타와 소속 기획사의 태도다. 소속 기획사 매니저와 코디 등이 죽 둘러싼 가운데 진행되는 인터뷰는 ‘감시’의 분위기마저 감돈다. 스캔들이 터진 직후라면 더 그렇다. 어떤 연예인은 인터뷰 도중 매니저에게 “대답해도 되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잘 포장된 연예상품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로 연예계의 치부가 속속 밝혀지면 스타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깐깐해지고 있다.

사실 국내 연예산업의 규모는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질적인 발전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겹치기 출연과 유사 장르 남발로 연륜이 짧은 신세대 스타들은 자기 개발은 커녕 체력적으로도 버티기가 힘들다. 립싱크 가수가 판을 치고 하루살이 스타가 넘쳐 난다. 스타가 기획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철저하게 전락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1970~1980년대 연예계를 풍미했던 장미희를 만나러 갔다. 그는 5년 만에 영화 출연을 앞두고 긴장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출연 계기를 물었더니 “상업성을 극히 배제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이기 때문”이라며 “나보다는 대중이 먼저다. 팬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작품 선정이 까다롭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연기 경력 26년째인 그는 작품을 준비하는 데도 치밀했다. 수녀 역할을 앞두고 각 성당을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익히는가 하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간접 경험을 쌓았다. 그는 명지대에서 연극영상학과 교수로 13년째 재직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연기를 하면서 대중과 호흡한다는 것보다 좋은 게 있나요. 스타라는 허울은 잠시에요. 평생 연기를 천직으로 알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스타 장미희는 질문 하나 하나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성실성을 보여주었다. 자신에게 엄격하면서, 대중 앞에 겸손한 자세가 진정한 스타의 면모가 아닐까.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08/02 13:59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