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동,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복합 쇼핑몰, 커피 전문점 잇따라 오픈... '신세대 천국'

'패션 1번지' 명동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압구정동이나 신촌 등에 빼앗겼던 옛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복합 쇼핑몰만 여러 개가 문을 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커피 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관광 특구 지정도 명동의 변화를 부추긴다. 성형수술이나 누드 앨범 제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늘어나는 등 오랜만에 명동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과감한 패션으로 남성 시선 사로잡아

7월 24일 명동역 입구. 신대대들에게 있어 이곳은 '젊음의 거리'로 통한다. 평일인 수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물결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친구와 수다를 떠는 여고생, 혹시나 떨어질까 손을 놓지 않은 연인들, 이들을 붙들려는 상인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패션 1번지'란 명성답게 행인들의 패션도 과감하다. 배꼽을 훤히 드러낸 배꼽티나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돌아 다니는 10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엉덩이살 접히는 부분히 살짝 드러나는 '슈퍼 핫팬츠'도 군데군데 눈에 띠었다. 이들 주변에는 항상 끈적끈적한 남성들의 시선이 떠나질 않는다.

여성복 메이커인 예츠의 한 관계자는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과감한 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양 어깨와 쇄골을 시원하게 드러낸 '오프숄더'가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목선을 가슴께로 끌어내린 오프숄더는 종전까지만 해도 구색 갖추기 상품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없어서 팔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츠의 경우 지난달 오프숄더 블라우스가 동이나 긴급공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렇듯 명동이 변하고 있다. 10대들이 명동 상권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급속히 허물을 벗고 있다. 사실 명동은 일본인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인공 도시'다. 일제 치하 시절 종로 상권에 군침을 삼키던 일본인들이 상황이 여의치 않자 터를 잡은 곳이 메이치초(명동)와 혼마치(충무로)다. 이후 인근에 서울역이 들어서고, 다방과 술집, 옷가게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유행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명동은 최대 위기에 빠지게 된다. 구매력이 왕성한 신세대들이 압구정동이나 신촌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 것. 여기에 더해 동대문에 두타, 밀리오레 등 복합 쇼핑몰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패션 1번지'란 명성도 빼앗겨 버렸다.

명동이 젊은이들의 '메카'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밀리오레나 거피 전문점 등 신세대 위주의 상권이 열리면서부터다. 현재 명동에 있는 복합 쇼핑몰은 10여개 정도다. 옛 코스모스백화점 부지에 들어선 복합 쇼핑몰 아바타를 비롯해 유토존, 밀레오레, 캣츠 등이 신세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를 비롯해 하겐다스 아이스크림, 캘리포니아 휘트니스클럽 등도 최근 선을 보였다. 이곳 주변에는 으레 청소년들이나 연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밀리오레의 한 관계자는 "명동역이 앞에서 있어 매장 주변으로 청소년들의 유동이 빈번한 편"이라며 "때문에 신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부활’ 10계명’으로 손님몰이

명동상가 번영회측은 명동이 다시 한번 옛 영화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동 명동상가 번영회 부장은 "복합 쇼핑몰의 등장으로 명동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잘 활용할 경우 좋은 결과 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업소는 이미 '명동 상권 부활 10계명'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손님 몰이'에 나선 상태다.

2000년 3월 명동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것도 경기 활성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명동을 오가는 일일 유동객은 150만~200만명 정도다. 이중 1% 정도가 일본인이라는 게 이곳 상인들의 분석이다. 김재훈 명동상가 번영회 부장에 따르면 홍콩이나 동남아 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일본인이 가장 많다.

실제 요즘 명동에 가보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게 일본어다. 식당이나 커피숍 등은 대부분 일본 간판을 내걸고 있다. 올 3월에는 명동 유네스코 회관 뒤편에 일본 제품 전문 쇼핑몰인 '재팬혼모노타운'까지 문을 열었다.

'미니 일본'으로 불리는 이곳은 일본 관련 제품이 주를 이룬다. 전자제품이나 장난감 로봇을 비롯해 '아톰', '철인28호' 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만화영화의 캐릭터를 주로 판매한다. 3층 식당가에는 천장에 신간센 대형 기차 모형이 돌아다녀 일본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일본인 원정 누드 앨범 제작 붐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앨범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도 인기다. 최원용 미호 스튜디오 실장은 "보통 하루 2∼3명 정도의 일본인이 찾아온다"며 "일본에 비해 가격이 절반도 안되기 때문에 손님들도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에 따르면 주로 한복이나 궁중복 등을 촬영하지만 원할 경우 누드 촬영도 한다. 젊었을 때의 아름다운 몸매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누드앨범 제작도 만든다는 것. 명동의 이같은 풍경이 여러차례 일본 잡지 등에 소개될 정도다.

관광 가이드인 김모(35)씨에 따르면 최근 들어 누드 촬영을 원하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누드 촬영을 위해 일부러 현해탄을 건너오는 '열성파'도 있다. 김씨는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스튜디오로 안내해 달라'며 잡지를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나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명동 프로젝트'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신세계백화점-소공동 롯데타운-명동을 잇는 '지하상권 연결 계획'이 그것이다. 신세계가 이미 회현역 지하상가 점포주를 상대로 극비리에 매입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물론 해당 백화점들은 하나같이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일축한다. 장혜진 신세계백화점 과장은 "리모델링 중인 신세계 본점과 회현역을 잇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회현역 지하상가를 개발하는 등의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석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8/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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