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맛의 미술사 '브라우 마이스터'

와인에 ‘소믈리에’가 있다면 맥주에는 ‘브라우 마이스터(brau meister)’가 있다.

하우스 맥주의 신선하고 독특한 맛을 내는 사람은 다름아닌 브라우 마이스터. 브라우 마이스터는 다양한 레서피를 개발하여 맥주의 맛을 창조하는 것뿐 아니라 맥주 제조 기계인 마이크로브로리를 관리하는 등 맥주제조를 총괄한다.

브라우 마이스터는 독일 뮌헨 공대와 베를린 공대 등 세계에서 단 두 곳에만 개설된 맥주양조공학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 부여되는 자격. 그만큼 자격증을 따기가 어려운 코스다.

국내 유수의 맥주회사에서 과장이나 대리급에서 인재를 선발해 연수를 보내지만 자격증을 따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단 어학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어학을 정복하더라도 과정을 마치기가 쉽지 않다.

오킴스와 옥토버훼스트 모두 브라우 마이스터를 1명씩 확보하고 있다. 오킴스는 독일 현지에서 마이스터 도미닉 타퍼씨(31)를 영입해 왔고 옥토버훼스트는 한국인으로 어렵게 마이스터를 따낸 방호권(31)씨를 기용했다.

97년 연세대 식품생물 공학과를 졸업하고 뮌헨 공대에 유학한 방 씨는 2년 만에 마이스터 자격을 따낸 수재다. 방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5월에는 맥주양조학의 석사학위 과정도 수료했다.

마이스터가 신경써야 할 것은 맥주의 맛 하나가 아니다. 맥주 제조가 미생물의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맛을 내기 위해서는 미생물학을 배워야 하고 수 톤에 달하는 기계를 직접 다루고 때로는 고쳐야 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관련분야도 알아야 한다.

방 씨는 “우리의 전통술을 만드는 과정에 정교하고 숱한 정성이 필요하듯이 맥주의 제조과정도 세심하기 그지없다”며 “한 과정이라도 삐끗하면 엉뚱한 맛이 나오기 때문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타퍼씨는 현재 아일랜드 맥주회사인 키네살 브루잉사 소속으로 경력 11년의 장인이다. 그는 한국에 맥주기술을 전수해 주기 위해 와 있는데 문하생으로 이상수(30)씨를 가르치고 있다.

타퍼씨의 수제자 이 씨는 소믈리에 지망생에서 브라우 마이스터로 선회했다. 소믈리에로서 훈련되어온 민감한 혀와 코가 조선호텔의 브로우마스터 선발에 큰 도움을 줬다는 후문이다. 그는 스승에게 제조 원료에서부터 기계작동까지 일일이 배우고 이론공부를 병행하느라 밤낮이 없다.

스승인 타퍼씨에게 야단을 맞기도 수차례. 한번은 맥아를 빻는 도중에 발효ㆍ숙성탱크에 들렀다가 심하게 꾸지람을 듣고 그동안 만든 1톤의 맥주를 버리기도 했다. 미생물인 효모에 작은 불순물 하나만 들어가도 맥주 맛이 달라진다며 청결을 강조하는 스승의 가르침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현재 배우는 과정은 수월치 않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낸다는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며 “언젠가 독일에 가서 다양한 맥주를 접하고 그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맛의 맥주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입력시간 2002/08/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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