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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코리아 정진구 사장, "카페 라테와 사랑에 빠졌어요"

여름철 거리가 온통 커피 물결로 넘 실 된다. 서울 강남 역 부근과 여의도, 청진동 등 오피스 빌딩숲을 비집고 거리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들어선 ‘테이크 아웃’ 커피점 들이 지나가는 ‘거리 족(族)’들을 유혹한다.

20ㆍ30대 남녀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점 문 앞에서 주문한 커피를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은 이젠 자연스럽다. 커피는 확고한 거리문화로 자리잡았다. 7월말로 국내 상륙 3년째를 맞은 스타벅스는 1999년 7월27일 서울 이대 앞 1호점을 선보인 이래 최근 오픈한 역삼동 국기원점에 이르기까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4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 신문화 창조자 정진구(57)㈜스타벅스 커피 코리아사장은 “올 연말까지 60개 점을 꼭 채우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거리문화로 등장한 종이커피

“커피 잔 들지않은 모습 사진 찍으면 그날 저녁은 제가 삽니다.”정 사장은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눌 때도 왼손에 커피 잔을 들고 있었다. 지난 3년간 스타벅스는 커피 비즈니스만이 아닌 우리사회에 ‘테이크 아웃’이라는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어냈다.

정 사장은 “커피 점에 들어 서면 주문전에 일단 자리부터 잡는 좌석문화에 익숙한 고객들이 점차 ‘테이크 아웃’ 커피를 선택하는 것은 시간에 쫓기는 현대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생활 습성이자 변화하는 행동양태”라고 말했다.

정 사장 역시 처음엔 홍보효과를 위해 자가용도 마다하고 지하철로 퇴근하며 한 손에 가방을, 또 다른 손엔 초록색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종이 커피 잔을 들고 다녔다. 3년의 습성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카페 라테(진한 밀크 향의 달콤한 커피) 사랑에 깊이 빠졌다”는 정 사장은 스스로 50대의 ‘거리 커피 족’을 자처한다.

사실 스타벅스 대학로, 명동, 압구정, 국회 앞 서 여의도 점 등이 잇따라 문을 연 2000년 초 스타벅스를 찾는 전체 고객 중 3% 만이 ‘테이크 아웃’ 고객(대다수가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현재 ‘거리 커피 족’이 전체 고객의 30%이상에 달하고 있다.

변화는 단지 커피를 가지고 거리로 나간다는 데만 있지 않다. ‘점잖지 못하게 거리에서 커피를…’이란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며 신호등 앞에서 종이커피 잔에 입술을 적시는 ‘거리 커피 족’ 들에겐 그 만한 이유가 있다.

“다방과 자판기 커피 맛에 익숙한 고객의 30년 입맛을 바꾸기란 감히 엄두도 못 낼 대 도전이었다”는 정 사장은 “커피, 모카, 초콜릿, 카라멜, 망고, 그린티 등 얼음이 첨가된 여름음료 프라푸치노와 고급커피의 진수 에스프레소 등 스타벅스 제품의 차별화한 맛과 품질은 커피애호가인 한국인들의 입맛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던 승부수”라고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는 올 매출목표를 500억원(영업이익 5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2년 전(2000년 매출 86억원)의 약 6배, 지난해(매출 260억원, 영업이익 20억원)보단 2배나 많은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국내 스타벅스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2월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이 같은 초 스피드 성과를 인정 받아 경영 대상인 ‘프레지던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또 사업전망을 높게 평가한 미국본사는 한국에 100억원을 증자했다.


1분 30초의 서비스철학

스타벅스에 입사하면 누구나 하루 8시간, 총 16일 과정의 집중적인 서비스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실습과제는 현장에서의 시간엄수다. 커피주문에서부터 고객이 커피를 전달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도 1분30초를 넘지 않는다.

정 사장 역시 1999년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 일반 사원들과 함께 스타벅스의 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1분30초에 스타벅스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정 사장은 간혹 짬을 내서 둘러보는 일부 객장에서 손이 부족할 때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숙련된 자세로 커피 뽑는 작업에 뛰어든다. 물론 ‘1분30초 룰 준수’를 그는 잊지 않는다.

스피드와 품질, 맛, 고객의 눈에 자신의 눈을 맞추는 친절 등 스타벅스의 서비스 정신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하나로 잘 블랜딩 된 구수한 +커피 맛을 연상시킨다. 너무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절제된 맛의 미학이 곧 스타벅스의 서비스 정신이다.

커피 사업에서 가장 몫 돈이 들어가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점포매장 임대료다. 국내에서 평당 가가 최고 수준인 서울 명동 한 복판 5층 규모의 명동점(2000.4 개점), 시중은행 본점 빌딩 로비에 처음으로 들어선 서울 종로2가 제일은행 점(2001.6), 김포 공항점(2001.10), 220평 대 세계 최대규모의 광화문 점(2002.2) 등 48개 점포를 운영중인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가 지불하는 임대료는 연 60억원 대에 이른다.

시내 대형 빌딩이 신축될 계획이라는 소식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전에 가장 먼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중 하나가 정 사장이다. 건물주와의 권리금 협상은 물론 개발 가능한 지역을 물색, 직접 건물주를 설득하는 작업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에 대한 추진력과 적극성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스타벅스가 제일은행 본점 로비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도 정 사장이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을 수 차례 직접 방문해 설득했던 것이 주효 했다.


25년 경력의 서비스 맨

반쯤 물이 들어있는 컵을 놓고 보는 이에 따라선 ‘반이나 차 있다’ 혹은 ‘반밖에 없다’는 시각차가 생긴다. 정 사장은 “물이 얼만큼 담겨 있든 컵을 일단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인생과 비즈니스를 접근하는 관점과 잣대를 일단 바꿔 보라는 뜻이다. “좋지않은 상황과 부정적인 요인 들을 자산 삼아 일단 적극적인 사고와 실천으로 상사와 부하직원, 고객의 컵을 함께 가득 채우는 겁니다. 자신의 잔도 함께 말입니다.”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후 1974년 미국으로 이민간 정 사장은 때마침 터진 오일쇼크로 취업이 막막해지자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말단 점원으로 취직했다. 세븐일레븐에서 하루 세번 정산법 등 각종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국내 부장급에 해당하는 지역 매니저까지 고속 승진했다.

그는 한국으로 건너와 85년부터 9년간 베스킨라빈스, 던킨 도너츠를 운영하는 샤니 계열의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다. 1994년 파파이스 아시아지역 지사장을 역임했다.

정 사장은 최근 사업이 탄력을 받자 주변에서 ‘스타벅스 체인점을 하나 열게 해 달라’는 문의와 독촉에 시달린다.

또 ‘언제쯤 일본의 스타벅스와 같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그는 “스타벅스의 정신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수익 환원에 대한 역할이 중요하다”며 “수익을 지역민들에게 전적으로 환원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회사업자라면 본사에 이를 당장 요청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장계획과 관련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간의 1차 계약이 만료되는 2004년 이후에나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력>

정진구 대표이사 1945년 경기 양주 출생 서울 사대부고(1964)ㆍ서울대 농공학과(1969)/미국 편의점 세븐 일레븐 입사(1976)ㆍ㈜ BR-코리아 대표(1985)ㆍA.F.C. 엔터프라이시스 파파이스 아시아지역 지사장(1994)ㆍ현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 대표이사 (1999 취임)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8/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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