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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균 개그펀치] 기자들의 못말리는 '뻥?'

내가 어렸을 적 동경하던 직업 중 하나가 기자였다. 투지와 직관에 가득찬 눈빛을 번뜩이며 조그마한 취재수첩을 들고 뛰어 다니는 기자의 모습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내가 선명히 떠오른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모범답안을 정신적인 지주로 삼아 냉철하고 뜨거운 이성을 간직한 채 사회현장 곳곳을 뛰어 다니는 기자정신이 살아있는 한 이 세상은 결코 끝까지 부패하고 타락할 수 없다는 게 나를 비롯한 일반 소시민이 기자를 신뢰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안방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일을 꿰뚫을 수 있는 것도 기자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소식들을 알려주기 때문이고, 정치인이고 연예인이고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으면 우연히 마주친 기자들을 슬금슬금 피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이야 컴퓨터며 온갖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기자들이 얄팍한 노트북을 이용해 현장에서 원고를 작성하고 사진까지 멋지게 편집해 순식간에 송고를 하지만 예전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지만 지금도 기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내려 오는 일화가 있다. 신문사 기자는 어느 부서나 다 바쁘고 중요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부 기자는 부서의 특성상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밥을 먹다가도, 연애를 하다가도 특종이다 싶으면 맨발로 뛰어나가 취재를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모르니까 늘 5분 대기조처럼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경찰서 출입기자였던 모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사진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특히 그것이 죽음과 직결되었을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른 경쟁사보다 빠르고 정확한 사진이 필요했다. 그날도 어떤 사건이 터졌고 데스크는 마감 시간에 맞추어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사진까지 갖고 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컴퓨터며 자료가 미비했던 시절이라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사진 한 장 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떠올려봤지만 대책이 서지않았다. 다급해진 그 기자는 무작정 문제의 인물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슬쩍 살펴보니 고인의 가족들은 기자들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었고 도무지 사진은 커녕 말 한마디 건넬 수도 없을만큼 냉랭한 분위기였다. 순간 너무도 기막힌 방법이 그 기자의 머리를 강타했다.

기자는 우선 취재수첩을 감추고 문상객을 가장해 당당하게 영안실로 가서 고인의 영정에 절을 했다. 그리고 상주가 문상객과 맞절을 하려고 허리를 숙이며 무릎을 꿇는 순간에 번개같이 검은 띠를 두른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냅다 도망쳐 나왔다. 사진을 들고 뛰어나오다 병원 로비에서 다른 신문사의 후배기자를 만났다.

"어디 가세요?"

"마감하러. 봐라, 내가 사진 구했잖냐."

"정말요? 선배 대단하다, 잠깐 보여줘봐요."

승리감에 취해 그 기자는 경쟁지 기자에게 사진을 보여줬는데 부러운 듯 바라보던 상대방은 그걸 와락 뺏어들더니 도망을 치더란다. 그날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두 기자가 뺏고 뺏기며 전력질주를 했다는 믿지못할 전설이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전해져 내려 온다.

내가 알고 있는 선배는 세계 각지의 전쟁터를 누비는 기자였다. 항상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그의 모습이 TV에 나올 때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언젠가 그 선배를 만났을 때 난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물어봤다.

"형님, 취재할 때 뒤에서 폭탄 터지고 총 쏘고 하는데 안 무서워요? 그러다 죽으면 어떡해요?"

그러자 기자 형은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리포트 할 때 뒤에서 폭탄 터지는거 있지? 절묘한 타이밍 같지? 사실 돈 얼마주고 몇 발 터뜨려 달라고 걔들한테 부탁하면 신나서 쏴준다. 그림 죽이게 나오지?"

워낙 괴짜로 소문난 사람인지라 그 말이 농담인지 진짜인지 몇 년이 지난 여태까지도 나를 궁금증 속에 빠뜨려 놓고는 혼자 재미있어 한다.

입력시간 2002/08/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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