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모기와의 전쟁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아파트 고층도 가리지 않고 모기가 극성으로 물어댄다. 가려워서 밤새도록 피나도록 긁게 만들다. 땀이 많은 필자는 더위보다 모기가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사람의 피를 빠는 모기는 산란기의 암컷 모기뿐이라고 한다. 몸 속에서 알을 키우는데 동물성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암컷 모기가 흡혈대상을 찾을 때 이산화탄소, 체취, 체온, 습기 등을 이용한다. 가까운 거리의 대상은 체온이나 습기로 감지하고, 먼 거리는 바람에 실려오는 이산화탄소로 찾아낸다.

또 비누나 일부 향수냄새도 모기를 유인한다. 모기가 피를 빨고 있을 때 눈치 채지 못하는 이유는 모기가 분비하는 침에 마취성분이 있기 때문이며, 이 성분이 피를 빠는 동안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모기에 물리면 빨갛게 부어 오르고 가려우며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모기는 집안에 들어오면 벽에 가만히 붙어 있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잠자리는 가급적 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좋다. 또 모기는 적색, 청색, 검정색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이런 색깔의 잠옷은 가능한 피한다.

모기는 성충단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물웅덩이가 많은 지역은 모기가 급증할 수 있다. 위생적이지 않은 물웅덩이가 혹 집 주위에 있다면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모기는 예민한 후각을 통해 피부 분비샘에서 나오는 젖산, 아미노산, 요산, 암모니아 등의 냄새를 맡고, 자기가 선호하는 대상을 찾아낸다.

따라서 몸집이 뚱뚱한 사람은 신진대사가 활발해 열이 많고, 땀이 많아 모기가 선호하는 대상이 된다. 또한 모기는 스스로 콜레스테롤과 비타민B를 합성할 수 없어 다른 동물의 혈액에서 이를 공급받아야 하므로 혈액 속에 이런 성분이 풍부한 사람을 찾는다.

임신 여성도 모기의 좋은 표적이다. 상대적으로 호흡량이 많고 체열이 높기 때문이다. 저녁 때 조깅 등 운동을 한 후 씻지 않고 그냥 자는 사람도 몸에 땀과 함께 젖산이 풍부해져 모기가 달려들게 된다.

또 잠잘 때 일부 향수나 화장품이 몸에 남아 있어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모기에 잘 물린다고 한다.

인간과 모기와의 전쟁은 역사가 깊다. 모기는 말라리아, 뇌염 등의 전염 매체가 되어 인류를 크게 위협한 적도 있다.

동의보감에도 모기를 없애는 방법이 나와있는데, 음력 5월에 개구리밥을 그늘에 말려 연기를 피우는 방법, 음력 5월 5일에 박쥐를 잡아 햇빛에 말려 계피와 유황가루를 함께 태우는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다. 또 목별자, 석웅황, 천궁을 가루 내어 태우면 모기가 멀리 간다고 하는데, 한 번 해봄직 할 듯하다.

옛부터 새로 이사를 하거나 긴 장마 후에는 불을 지펴 방 등에 연기를 두 세시간 쐬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방의 습기를 말리고, 모기나 해충을 없애고, 습한 방에서 오는 모든 병을 예방하는 민간 방역이었던 셈이다.

그럼 모기에 물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이 있는 벌레에게 물렸을 때에는 종이 심지를 굵게 만들어 참기름에 적신 후 태워서 나는 연기를 쏘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벌에 쏘이면 박하 잎이나 토란 줄기를 비벼서 붙이는데, 모기에 물린 후에도 한 번 써보자.

벌레에 물린 데 사향을 바르는 방법도 있는데 사향을 구하기 쉽지 않으니, 소계나 쪽 잎을 찧어 그 즙을 바르는 방법으로 대신하는 것도 괜찮다. 물린 데가 탈이 나서 살이 상하게 되면, 오적골을 가루 내서 붙인다.

요즘은 전자 모기향에 밀려 모깃불을 피우는 광경을 볼 수가 없다. 왠지 그 연기를 보고 있으면 축축하고 답답한 여름밤에 연기와 함께 모든 습기와 병마가 다 물러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었는데, 오늘 밤 모기향이나 사다 피우면서 옛 생각이나 해야겠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08/02 17:2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