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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우리 돈의 시발은 삼한·삼국시대

[출판] 우리 돈의 시발은 삼한·삼국시대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고전(古錢)의 종류는 몇 개나 될까? 현재까지 실물이 전해지고 있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고전만 최소 4,658종 이상이다.

고전 전문가인 한영달 한국고전연구감정위원회 회장이 일일이 탁본까지 떠가며 확인한 사실이다 한 회장이 최근 펴낸 ‘한국의 고전’(도서출판 선 펴냄)에는 10년간에 걸친 이 같은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회장이 해방 이후 남북한에서 새롭게 발견된 고전 등 1,235종을 추가 발굴해 이 책에 담으면서 한국 고전의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그 동안 현존하는 고전은 3,423종이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수집가들이 확인한 개수다.

한 회장은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까지 총 4,658종의 우리나라 고전 실물을 분류 평가하면서 최종 집계하는 순간 그 많은 종수에 나 자신도 놀랐다”며 “이 책을 계기로 한국 고전이 중국 돈을 모방했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이 깨지고, 우리 화폐문화가 일본의 고대나 중세기보다 발달됐다는 점이 입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국이후 최초의 고전수집연구서

화폐는 경제다. 그래서 고전을 통해 선조들의 진짜 삶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고전에 대한 연구는 무인지경에 가깝다.

일제 때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집필한 한국의 고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한국이 중국의 아류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해방 후 국내에서 저술된 한국 화폐서들은 별다른 실물 연구 없이 외국인들이 저술한 책들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답습한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이 한국 고전의 명세를 종합적으로 분류ㆍ평가한 건국 이후 최초의 고전 수집 연구 전문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국내 최초의 화폐전문서는 사학자인 유자후가 1940년 낸 ‘조선화폐고’다. 이 책은 한국 화폐사를 왕조실록 중심으로 쓴 연구서였다.

한 회장은 최고 수준의 고전 전문가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그는 언론이란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 뒤늦게 고전 연구에 뛰어들었다.

강원일보 편집국장과 강원도민일보 전무 등을 역임한 한 회장은 30여년 전 기자로 활약할 때부터 한국 고화폐 수집을 해오다 취재 일선에 물러난 10여년 전부터 고전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한 회장은 언론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한 회장은 “취미와 투자로 하던 화폐 수집이 취미와 연구로 바뀌면서 누군가는 이제 우리 손으로, 순수한 우리네 시각으로 우리 화폐 문화 유산을 빠짐없이 정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겁 없이 덤벼들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어느 선배가 던진 ‘팔만대장경을 혼자 만들고 있다’는 격려의 농담처럼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고전역사 500년 앞당겨

이 책이 거두어 올린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성과는 한국 고화폐의 시발을 고려시대에서 삼한ㆍ삼국시대로 끌어올린 점이다.

최근 가야, 신라, 백제 시대의 41개 고분 유적지 등에서 대규모로 출토된 철정(鐵鋌:일정량의 무쇠 덩어리)은 쇠조각, 칭량화폐, 물품화폐 등으로 애매하게 해석되어 왔지만 이 철정은 삼한ㆍ삼국시대 교역에 사용된 철정전이며, 철정전은 한국 고대화폐사의 새장을 여는 실물화폐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고전은 고려시대인 996년(성종 15년)에 주조된 철전(鐵錢)인 건원중보(建元重寶)라는 것이 국내 화폐연구계의 정설인 점을 감안하면 한 회장의 이 같은 해석은 한국 고전의 역사를 최소 500년 이상 앞당기는 획기적인 주장이다.

얇은 금괴처럼 생긴 철정전은 길이 15~50cm , 무게 0.7~2.5kg 정도로 가운데가 타원형으로 굽어 있어 작은 것은 휴대할 수 있고, 큰 것은 가운데를 묶어 갖고 나닐 수 있다. 철정전은 경남 김해와 마산지방에서 채광되던 철을 녹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두드려서 만든 괴련철(塊鍊鐵)의 일종인데 분묘에서 대량으로 발굴된 것은 철정전을 주고 지신(地神)으로부터 분묘터를 매입한 고대 장례풍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회장은 “철정전이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한 것은 철정전이 고전의 대명사인 둥근 모양에 네모난 구멍이 난(圓形方孔) 엽전과 전혀 다른 형태이어서 고고학자나 화폐 연구가들이 소홀히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철정전의 시대별 구분과 규격, 돈의 가치, 제조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전의 역사와 일화 등 소개

이와 함께 이 책은 일제시대 일본 연구자들이 너무 어려워 분류를 포기했던 조선통보에 대한 분류와 평가를 했다.

책은 고대의 화폐, 고려시대의 화폐, 조선시대의 화폐, 조선시대-상평통보 등 4개 장과 한국 고전 용어 500여 개를 부록격으로 수록한 국내 최초의 한국고전용어사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평통보의 비중이 워낙 무겁고 종류가 많아서인지 무배전 단자전 당이전 중형전 당일전 시주화 당백전 당오전 등 여러 종류의 상평통보에 300쪽을 넘은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고전의 면(面ㆍ앞)과 배(背ㆍ뒤)에 대한 탁본과 명세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어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으며 고전의 역사와 일화 등이 곳곳에 소개되어 고화폐 역사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 회장은 “경복궁 재건 등을 위해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액전인 당백전이 엄청난 물가폭등을 야기한 것처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제도가 문란해져 국민경제가 파탄에 이르면 왕권이든 정권이든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잃고 종국에는 멸망했다”며 경세제민의 정신을 강조했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8/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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