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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경제개혁 성공의 조건을 말한다


■ 한국 경제개혁 사례연구
(모종린 전홍택 이수희 편/ 오름 펴냄)

“미래 경제개혁가를 위한 행동 지침서를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한국 경제개혁 사례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한 지 2년 만에 보고서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12개월 동안의 월례 토론회를 거치면서 한국 경제개혁 과정이 단순히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 다원적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출간하면서 어쩌면 저희가 던진 질문이 답한 질문보다 많다는 생각 속에 적지 않은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이 책을 통해 한국의 경제개혁 사례연구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의 가능성을 엿보실 수 있다면…”

머리말에 실린 이 글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축약해 표현하고 있다. 목적은 ‘미래 경제개혁가를 위한 행동 지침서(A Manual for Economic Reformers)’이고, 대상은 ‘한국 경제개혁 사례’이며, 방법은 ‘정치경제학적 접근’이다.

이 책은 정부의 대표적인 싱크 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세대학교 국제학 연구소 등 정부 재계 민간의 3개 기관이 함께한 공동 연구의 결과다. 흔치 않은 작업이어서 우선 눈길을 끈다.

먼저 왜 ‘행동 지침서’를 만들려고 했는가를 살펴보면 이 책의 의도를 잘 알 수 있다. 경제 위기 이후 한국 경제개혁 과정에 대한 연구 수요가 급증했으나 실제 연구노력은 그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다.

즉 기존의 연구는 경제개혁의 장애 또는 실패요인을 ‘기득권의 저항’이나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 등의 단편적이고 시사적인 요인에 초점을 맞춰 총체적 연구와 종합적인 분석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개혁 연구방향은 경제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기 보다는 경제개혁에 유리한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추진 전략을 도출하는 실천적 연구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대상은 왜 ‘한국의 사례’인가. 개혁이 뿌리 내려야 할 토양은 한국이어서 외국의 사례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례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경제학적 접근’이란 어떤 뜻인가. 개혁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개혁에 대한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를 도출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개혁 환경과 특수성을 이해해야만 경제개혁을 보다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가 있다는 논리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개혁 10대 사례를 다루고 있다.

△다자간 시장 개방: UR 농산물 협상 △진입장벽 완화: 사업자 단체 규제개혁 △노동 개혁: 민주화 이후 노동법 개정 △외환시장 개방과 금융개혁: 개혁의 부조화와 때를 놓친 개혁 △기업지배구조 문제와 개혁: 경제위기 이전 시기를 중심으로 △규제 개혁: 1994년 국토이용계획제도 개편을 중심으로 △금융 실명제: 세 번의 시도와 세 번의 반전 △독점규제 및 경제력 집중 완화: 공정거래법 개혁 과정을 중심으로 △금융개혁: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제도 개편 △민영화: 김영삼 정부 정책 평가와 시사점 등이다. 여기에 서론인 한국의 경제개혁: 무엇을 연구해야 하나와 경제개혁 성공의 조건이 결론으로 첨부되어 있다.

서론에서는 1960년대 이후 크게 4번에 걸쳐 이루어진 경제개혁을 개관하고, 이번 연구의 분석 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개혁 성공의 결정변수를 독립변수, 구조적 변수, 환경적 변수, 선택적 변수 등으로 크게 나누고 이를 다시 세분화한 것은 연구의 치밀함과 실증성을 말해준다.

경제개혁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개혁 주체의 리더십, 권한, 책임성, 아이디어 시장의 활력 등 4대 조건을 들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제도와 의식 개혁만으로는 개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지도자의 자질 문제는 시민 언론 그리고 지식인 나서서 직접 검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 리더십과 행정능력 분야에서 후보자의 경력을 검증하고 앞으로의 실천 계획을 평가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 우리의 의무라고 이 책은 결론짓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가 재차 새겨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은 600쪽의 방대한 분량에다 활자가 요즘 서적과는 달리 너무 작아 읽기가 쉽지 않다. 또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재계 특히 대기업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사례분석에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이 흠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8/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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