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백두산(3) 북파능선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코스이다. 옌지(連吉)시에서 출발한다면 서파능선이 약 7시간 걸리는 데 반해 북파능선 코스는 4시간 정도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도로도 거의 포장돼 있어 불편함이 없다.

북파능선은 관광코스와 등산코스로 나누어 즐길 수 있다. 관광코스는 천문봉 코스와 장백폭포 코스 등 크게 두 가지다. 장백폭포로 향하는 삼거리에서 지프를 타고 기상관측소까지 올라 천지를 구경하는 것이 천문봉 코스이다. 조금 싱겁다. 장백폭포 코스는 장백폭포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간 후 천지에 오르는 것이다.

산행은 크게 세 가지다. 장백산국제호텔앞 소천지에서 용문봉까지 올랐다가 오른 길로 다시 내려오는 왕복 산행코스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장백폭포에서 천지-흑풍구-고래등-원시림-사스래폭포-온천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등산전문가들이 주로 애용하는 길로 약 6시간이 걸리는 험한 코스이다. 가장 간단한 산행은 지프로 천문봉에 오른 뒤, 도보로 천지, 장백폭포 를 거쳐 온천장으로 내려오는 길로 3, 4시간이 소요된다.

북파능선의 특징은 구경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으뜸은 역시 장백폭포이다. 천지의 저수량은 약 20억 톤이다. 대형 저수지 수십 개를 합쳐 놓은 것과 같다. 천지 물은 단 한 곳으로만 흘러나간다. 그 입구를 달문이라고 한다. 이 곳으로 흘러나가는 물은 송화강을 이룬다. 압록강이나 두만강은 천지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용출해 이루어진 강이다.

달문을 통해 흐르는 물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워낙 가파른 곳을 흐르기 때문에 하얀 포말을 이룬다. 먼 거리에서 바라 보면 하늘을 오르는 다리를 비스듬히 세워놓은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하늘의 냇물 ‘천하’, 하늘로 통하는 냇물 ‘통천하’라고 불렀다.

통천하는 약 1,250m 정도의 개활지를 급하게 흐르다가 이윽고 높이 68m의 장대한 폭포를 이룬다. 해발 2,000m로 중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장백폭포이다. 거대한 폭음이 몇 ㎞ 바깥까지 퍼져나간다.

폭포의 흰 물보라가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폭포의 중간에 우랑도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어 한 줄기로 내려오던 물줄기가 두 갈래로 나뉜다. 한 폭의 비단이 두 폭으로 나뉘는 듯한 모습이다. 물이 차다. 손을 집어넣으면 단 1분도 견디기 힘들다.

신기하게도 차디 찬 물이 떨어지는 장백폭포 아래 약 1㎞ 지점에는 뜨거운 물이 솟는다. 장백온천 혹은 백두산온천으로 불린다. 수십 개에 이르는 온천 용출구가 있다. 백두산은 젊은 휴화산이다.

최근의 폭발이 불과 290여 년 전으로 아직도 뜨거운 기운이 꿈틀댄다. 그래서 온천수의 온도도 최고 섭씨 82도의 고열 온천에 속한다. 계란을 넣으면 적당한 반숙이 된다. 유황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용출구 주변의 바위들은 금빛 휘장을 두를 듯하다.

백두산 산행에서는 곳곳에서 즐겁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산천은 지극히 아름답고 깨끗하지만 인심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천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한다. 북파능선에서는 풍경사진을 찍을 수 없고, 서파능선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없다.

서파능선에서의 풍경사진도 광각렌즈를 들이댈 수 없다. 현지의 전속 사진사에게 돈을 주고 찍어야 한다. 근거는 알 수 없지만 자리세를 내고 장사를 하기 때문이란다. 몰래 찍다가 들키면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박살내기도 한다. 어렵게 사는 조선족 동포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조금 찜찜하다.

권오현 차장

입력시간 2002/08/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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