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독창적 에로티시즘과 관능미

■ 제목 : 서있는 누드 (Standing Nude) ■ 작가 : 에곤쉴레 (Egon Schiele) ■ 종류 : 연필과 수채 ■ 크기 : 54.3cm x 30.7cm ■ 제작년도 : 1910

오랜 역사를 통한 과학과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보다 나은 물질적 삶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정신적 행복까지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적지않은 수의 현대인들이 경제적 풍요로움과 자랑스러운 명예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신적 갈등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 이러한 복잡하고 다양해진 심리적 고통을 덜기 위해서 음악, 무용, 미술을 이용한 예술치료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중에 미술치료는 미술창작과정을 통하여 환자의 무의식 속의 갈등을 표출시켜 정화된 갈등이 환자의 변화와 자기개발을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인간내면세계의 이해와 건강한 자아를 완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에곤 쉴레의 작품에는 이러한 자신의 심리적 갈등과 무의식적 욕구가 거침없이 드러나 있다. 19세기 말 격동하는 세계사 흐름의 중심이었던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난 쉴레는 당시 퇴폐적이고 편협적인 오스트리아의 사회분위기와 경제적으로 어렵고 어두웠던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일찍이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화가 클림트를 우상같이 생각하고 일본 목판화의 영향을 받아 나르시시즘(자기애)과 여인을 주 모델로 하는 에로티시즘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으나 그 조형적인 표현방법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흔히 ‘뒤틀림의 미학’이라고 표현되는 쉴레의 작품에는 위의 ‘서있는 누드’에서와 같이 일반적으로 성적 모델로는 금기시되어 온 성직자와 어린소녀가 등장하고 최소한의 데생으로 왜곡시킨 형태와 부분적으로 강조한 색채로 최대의 관능미를 완성했다.

쉴레는 자신의 노골적인 자위행위 묘사와 선정적인 모델들의 포즈로 인해 성적 열정에 사로잡힌 정신병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인간의 갈등이 성적욕망에 기인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맞는다면 어쩌면 무의식의 세계를 가장 순수하게 표현해 낸 화가일 것이다.

춘화와 같은 그림을 천하다고 여기고 자신의 은밀한 비밀행위를 감추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순수한 인간의 심리를 당당하고 건강하게 표출한 쉴레의 작품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 지지 않을까?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8/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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