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의혹 '제2탄'

전 병무비리 수사관 김대업씨 "한인옥씨도 개입했다" 폭로

이른바 ‘병역비리 특별수사관’으로 불리는 김대업(41)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이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가 검찰에 의해 밝혀지게 됐다.

특히 이 후보는 장남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이 사실일 경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소송사건은 수사결과에 따라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김대업씨는 7월 31일 서울지검에 이 후보, 서청원 대표, 남경필 대변인, 김영선 수석부대변인 등 한나라당 관계자 5명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날 형사고소와 함께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민주개혁국민연합도 이날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는 아들의 병역문제에는 한 점의 의혹도 없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특검제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 당국도 더 이상 이 후보 아들 병역의혹에 대해 수사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은폐회의 녹취록 있다”

김씨는 이날 고소장 접수에 앞서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 씨가 정연 씨의 병역비리에 관련돼 있으며, 관련자 진술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김길부 전 병무청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여한 ‘이정연씨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를 입증할 진술과 녹취록을 갖고 있으며, 검찰 수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면서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를 벌이면 1주일 안에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연씨의 병역문제에 대해 검찰수사나 특검제가 실시돼야 한다”며 “전태준 전 의무사령관이 최근 정연씨 병역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장복용 전 국군춘천병원 행정관 등 관련자들과 통화한 사실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조사가 안된 신검 관계자가 2명 더 있다”며 “이 후보는 수사가 시작되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진실을 밝히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은 채 과거 전력을 이유로 고소인을 철저히 매도하고 인격을 손상시켰다”며 “고소인은 한나라당 주장처럼 수사관을 사칭한 적이 없으며, 병역비리 수사 보조요원으로 참여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김씨의 고소는 6월27일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 장남 정연씨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 보도와 관련, 김대업 씨와 ‘신동아’등 관계자 9명 등 총 10명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총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데 대한 반박의 성격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형사 고소 대신 민사소송만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김씨의 이번 형사고소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은폐대책회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치공작”강경대응

검찰은 8월 1일 김씨가 제기한 이 후보 등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소송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검찰은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열렸으며 그에 따라 병역비리가 은폐, 조작됐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1부에는 병역비리 전담수사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치공작 음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강재섭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은 8월 1일 이명재 검찰 총장을 방문, 김씨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고소한 사건을 대검에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강 의원을 비롯해 최병국, 김기춘, 최연희, 원희룡 의원 등은 이명재 총장에게 “특수 1부는 김대업 씨가 병무비리 수사를 했던 곳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검에서 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김씨가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데 대해 ‘정치공작’으로 간주하고 강경대응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김씨의 주장을 계속 방치할 경우 병역비리 의혹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비칠 수 있고,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이를 소재로 한 민주당의 공세가 노골화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서청원 대표도 “김씨는 전과 5범으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면서 “100% 정치공작인 만큼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상배 정책위 의장은 “김씨는 교도소에 있으면서 병역비리 수사에 수사관으로 참여했으므로 명백한 공무원 사칭이고, 검찰이 김씨를 수사에 참여시켰다면 명백한 위법”이라고 김씨와 검찰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김씨는 청와대 특명수사관 사칭과 사기 및 협박으로 일관한 파렴치범인데, 민주당은 김씨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받들며 정치공작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은 공작정치 세력, 편협한 언론매체, 사기 전문가가 손잡고 비열한 음모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특검 요구하겠다” 총 공세

반면 민주당은 “필요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겠다”면서 총공세를 폈다.

한화갑 대표는 “이 후보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해 의무사령부 간부가 허위진술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이 후보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며 “도대체 이 후보는 귀족으로 치외법권지역인지 성역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병역비리 은폐의혹사건과 관련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 후보의 두 아들과 사위와 조카들이 줄줄이 병역을 면탈한 것도 대통령 후보로서 대단히 심각한 결격사유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바로 은폐의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병역 면탈은 이 후보가 대통령후보가 되기 전에 보통의 특권층이었을 때 벌어진 일이지만 은폐시도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후 국가권력을 동원해 시도된 일로 훨씬 더 심각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7:09


송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