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냄새는 공공의 적

며칠 전 어려운 논문 한 편을 끝내고 머리도 식힐 겸 산책을 나갔다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서로 일상에 시달리다 보니 전화할 틈도 없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짬도 없었는데, 잘 됐다 싶어 바로 저녁 약속을 잡았다.

음식점에 다다라서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내 코를 자극하는 오묘한 향기가 느껴졌다. 앗 이게 뭘까? 순간 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해 버렸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이 생각난 것이다.

이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심한 발 냄새로 친구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곤 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특히 여름에 슬그머니 신발을 벗고 수업을 듣곤 했는데, 그 때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곤 했었다.

여름이 되면 이 친구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서 혹은 타인의 몸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생명체는 각자 자기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단 그 용도가 배우자를 유인하는 것이 됐든,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됐든, 종족번식의 처절한 목표를 향한 한 과정이든 간에 말이다. 사람도 역시 그러한데, 그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라고 생각될 정도이고, 또 실제로 어떤 냄새들은 특정한 병을 지시하기도 한다. 병이 아닌 경우에도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들을 보면 크게 머리냄새와 겨드랑이냄새, 발 냄새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머리 냄새는 웬만큼 잘 감으면 해결할 수 있다. 이 때 삼푸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신의 두피와 잘 맞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피에 피부염이 생겨 피부가 일어나 떨어지거나 붉은 발적이 생기게 쉽다.

우리 조상들은 창포물을 이용해서 머리를 감았는데, 창포는 방향성이 있어서 온갖 습하고 탁한 것을 몰아내어 머리를 맑게 하며 귀와 눈을 총명하게 하는 효능이 있으면서 머리결도 좋아지게 한다. 잘 감아도 안되면 생강을 20g정도 달여서 조금 식힌 후 에틸알코올 반 컵을 넣고 잘 저어 머리에 마사지하듯 발라보자.

겨드랑이 냄새는 아포크린 샘이라는 겨드랑이 피부 밑의 땀샘에서 분비하는 과다한 분비물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어 고약한 냄새를 내기 때문에 생기거나,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청결하게 씻지 않은 상태에서 땀이 고였을 때 나게 된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겨드랑이 부분에 노란 얼룩을 발견하면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나고 있구나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겨드랑이 냄새를 막는 방법으로 화장솜에 식초를 묻혀 아침저녁으로 겨드랑이를 닦아주는 방법과 제모를 한 뒤 파우더를 묻혀 보송보송하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

옛날 사람들도 액취에 민감했는지, 동의보감에도 해결법이 실려 있다. 쌀 씻은 물로 두 번 씻고 생강즙을 늘 바르면 한 달 정도 지나면 냄새가 없어진다고 한다.

또 구기자, 장미뿌리, 감초 각 80g과 경분, 상육근, 활석 각 40g을 가루 내어 식초와 소금을 섞어 바르는 방법도 나와 있다. 오배자와 오수유를 잘 빻아 식초에 개어 겨드랑이에 붙이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발에서 나는 냄새는 발을 통풍이 잘 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발이 숨을 쉴 수 없는 신발보다는 숨구멍이 있는 신발이 좀더 낫다. 양말도 땀을 잘 흡수하는 것으로 바꾸되 이왕이면 잘 갈아 신어야한다.

또한 발 마사지로 발의 혈액순환을 돕고 축축해진 신발은 잘 말린다. 백반 가루를 세 숟가락정도 거즈에 싸서 신발에 넣어두면 습기를 빨아들여 효과가 좋다. 냄새가 너무 심한 사람은 화장솜에 과산화수소를 묻혀 발을 구석구석을 잘 닦아준다.

또는 생강을 짓이겨 잠자기 전에 30분 정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넣거나, 연한 식초물에 발을 씻는 것도 해 볼만하다.

우리 인간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하는 등의 오관의 감각에 많은 부분 의존해서 살고 있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다. 멋진 것 보기를 좋아하고, 맛있는 것 먹기를 좋아하고.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것은 우리 마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모두 허상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땀냄새는 향기로 느껴진다지 않은가? 이 세상 사람 모두를 사랑하도록 하자.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08/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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