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제 이라크 칠까?

시사주간지 '타임' 3가지 시나리오, 美 정부내에서 논쟁 격화

미국은 과연 이라크를 공격할 것인가.

이라크가 1990년 8월 2일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촉발된 걸프전이 12년 만에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미국 언론들은 연일 이라크 문제를 주요 기사로 올리면서 ‘10월 침공설’을 제기하는 등 이라크 공격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 유럽과 중동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있어 걸프전이 다시 발발할 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중국ㆍ유럽국가등의 반대가 최대 걸림돌

이와 관련,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8월 2일자)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와 중동의 역학관계, ‘포스트 후세인’ 정권 구도 등을 전망했다.

3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첫째 대규모 공습과 함께 이라크 반군과 합세해 합동작전을 한다는 것, 둘째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수도 바그다드 를 점령한다는 것, 셋째 지상군 중심 25만 명을 투입 장기전을 벌인 다는 것이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아프가니스탄 모델’이다. 미국은 최정예 지상 특수부대의 주도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초반 기선을 제압하고 지상에서는 이라크 반군과 협조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한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이라크의 막강한 군사력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고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이라크 반군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 째는 ‘10월 기습’시나리오로 5만여명의 미영 연합군을 동원해 수도 바그다드를 전격 점령한다는 것이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배치하기 전에 바그다드 군사령부를 무력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바그다드 점령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세번 째는 ‘사막의 폭풍 2’는 25만 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배치해 터키와 요르단, 쿠웨이트등에서 이라크를 공격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작전은 성공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경파들은 미국의 기술적우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으며 병력 배치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타임은 미국이 군사력으로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할 것에 대한 논란이 끝이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이 후세인 대통령 축출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특히 이라크가 걸프전 때처럼 이웃 국가를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았고 후세인 대통령을 9ㆍ11 테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실패했기 때문에 후세인에 대한 국제적인 위기의식이 전혀 없어 쉽게 공격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은 후세인이 대량파괴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런 무기들이 테러범 손에 넘어가 미국을 겨누기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후세인은 주변에 배치된 군사력에 둘러싸여 큰 위협이 되지 않으며 그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지정학적인 위험과 막대한 군사자원을 쏟아 부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동 세력재편등 난제 수두룩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 중동의 세력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도 이라크 공격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의 15%인 수니파가 주류를 이루는 후세인 정부가 무너지면 60%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역시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미국의 경제사정도 부시 정부의 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다.

부시 대통령이 9ㆍ11 테러 직후 이라크 공격에 대해 국민에게 물었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겠지만 현재 미국인들에게는 테러보다는 경제가 더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이 주도했던 많은 전쟁들과는 달리 부시 정부는 이번 이라크 공격에 대한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유출시키고 있다. 이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해온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시리아 터키 이란 등 주변국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부시 정부는 주변국들이 후세인 정권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만큼 미국측에 협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특히 걸프전 당시 연합군에 가담했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경우 전진 기지로 이용해야 할 이집트와 시리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전통적 우방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미국의 운신 폭을 좁게 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이라크 공격 반대 분위기는 걸프전 당시 피해 당사국인 쿠웨이트조차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포스트 후세인’구도에 고심

미국은 이와 함께 ‘포스트 후세인’ 구도를 짜는데 부심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 내 반(反) 후세인 지도자들과 만나 이라크 전쟁 승리 후 ‘포스트 후세인’ 정국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반대파 지도자들 중 미국 지원 세력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공격 반대파들은 미군이 승리를 거둔 후 친미세력이 없는 이라크에서 오랫동안 주둔할 경우 아랍권의 반미 감정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는 국민을 대상으로 대미 항전 의지를 부추기는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미국의 공격 구실 가운데 하나인 유엔 무기사찰단의 복귀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고 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총리는 8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이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위해 유엔 사무국과 아무런 조건 없이 무기사찰단 복귀에 대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부 장관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의 이라크 방문을 초청했다.

이라크는 또 최근 이집트와 시리아, 사우디, 바레인 등과 자유무역지대 설립 협정을 체결하거나 추진하며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경제관계 강화를 통해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또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점령기간에 약탈했던 공문서들을 쿠웨이트로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라크는 이런 유화책과 함께 7월 31일부터 8월4일까지 ‘미국 타도,유대 민족주의 타도’를 기치로 한 반미(反美) 캠페인을 벌여 항전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또 이라크 반체제 언론들에 따르면 아라크는 바그다드 등에서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야간 통금을 시행하고 있다. 통금은 후세인 대통령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가 지휘하는 사담특공대와 특별보안군이 각각 감시하고 있다.

바그다드에서는 미국의 공습이 임박한 것으로 우려하는 주민들의 탈출 러시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년새 디나르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도 급등해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12 11:22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