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철평 한국수입업협 회장

"수입도 훌륭한 통상협상 수단"

“국가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수출에만 집중하다 보면 통상관계에서 수입규제를 당해도 우리의 수입부문을 충분히 활용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간 1,600억 달러의 수출액 과 맞먹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액을 지불하는 세계 13번째 수입국인데도 제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익의 관점에서도 이젠 통상협상에서 수입을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때가 왔습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 역시 훌륭한 ‘수입성공’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수입사업을 대표하는 유일한 수입단체 사단법인 한국수입업협회 진철평(61)회장은 8월1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날로 격화되고 있는 대외 통상압력에 대해 “수입은 크고 요란하게 하되 수출은 조용하게 늘려나가야 한다”며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원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현실에서 수입이 없으면 수출이 안 되는 ‘수입기반의 수출국’인데도 60년대 이후 ‘수출제일주의’로 수입은 항상 부정적으로 인식돼왔다.

진 회장은 “수출은 우리물건이 나가는 것이고 수입은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국민들의 실질적인 후생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수입을 통해서 이뤄진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수출을 하는 이유가 바로 수입을 위한 것이라는 새로운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70년 ‘수출입오퍼협회’ 출발한 수입업협회는 수출과 수입부문이 갈리면서 ‘무역대리점협회’로 78년 독립, 정부 위임 업무인 국외오퍼 확인, 수입선다변화품목확인, 수입감시품목확인업무, 무역대리업 등록 및 신고업무 등을 주로 담당해왔다.

그러나 2000년 무역자유화조치이후 무역 대리업이 자유화됨에 따라 사업다각화와 업무영역 확대로 새로운 수입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7월1일 ‘수입업협회’로 거듭 태어났다.

협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상사, LG상사 등 대기업 수입상사는 물론 중소 무역업체에 이르기까지 현재 수입업 중심의 1만 여 업체가 가입돼 있다. 이들 회원사는 세계 100여 개국 5만 여 거래선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총수입의 80%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진 회장과의 일문일답.


수출입 민간단체들의 공조 절실한 때

- 최근 격화되는 국제 통상압력에 대해 협회가 보는 대응방안은.

“1995년 세계무역기국(WTO)출범과 무역자유화 조치이후 국가간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를 조정하기는 사실 불가능해진 것이 현실이다. 이젠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수출입을 담당하는 민간 단체들의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수입업협회의 경우 국익을 위해 정부를 대신해 민간 통상활동을 적극 전개, 통상마찰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어떤 품목이 무역 흑자국과 적자국으로부터 동시에 수입될 때 가능하면 흑자국에서 수입해 무역수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매년 1,500억 달러를 수입하는 세계 13위 수입국임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수입은 큰 목소리를 내면서 수출은 조용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협회는 주한 외국대사관에 대해 한국의 수입시장 현황, 수입제도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있고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일익하기위해 주력하고 있다.”

- 수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과거 정부는 수입에 대한 규제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지금은 수입에 대한 규제에서 효율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수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직도 높다.

‘수입은 좋지 않은 것’, ‘수입은 수출로 번 외화를 쓰는 것’, ‘무분별한 수입’, ‘수출을 위한 수입’ 등의 국민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가 부족한 우리현실에서 수입은 경제에 필수적인 것으로 많은 수입은 더 많은 수출을 낳는 원동력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보다 싸게 수입하고 수입을 위한 수출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품질의 소비재 수입문화 정착돼야

- 이른바 ‘명품’을 중심으로 일부 수입제품이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시장에 해외 브랜드 명품인기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일부 제품의 경우 정작 외국 현지에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도 않은 것들이 국내에서는 단지 외산이라는 이유로 품질이 국산보다 떨어지는데도 제품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이상 판매현상을 보인다.

이제는 제대로 만든 제품을 들여와 품질 좋고 안전한 소비재 수입문화를 정착 시켜야 한다. 앞으로 협회는 수입상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소비정상화를 위한 수입상품의 브랜드별 평가를 추진하기위해 이를 준비중이다.

소비자의 외제선호, 유통업자의 과대광고에 따른 시장왜곡을 시정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상품만 국내에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수입상품의 브랜드별 평가는 어떻게 추진되는가.

“우선은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소비재를 중심으로 비교가 쉬운 품목들을 선택해 추진할 계획이다. 소비재는 국내 전체 수입규모의 10% 정도에 달한다. 향수와 핸드백, 골프채, 대형냉장고, TV 등이 대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 제품에 대한 해외현지에서의 판매실적과 수출실적, 판매가격 등을 철저히 조사해 국내 수입 브랜드간 비교자료를 공표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 단체나 국내 제품품질 평가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수입품의 품질까지 비교 측정하는 품질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 평가결과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텐데.

“평가방법은 정부와 학계, 업계, 언론계 등의 전문가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품목선정과 심사기준, 평가결과 등을 정할 계획이다. 처음엔 수입업체들의 신청에 따라 품목선정이 이뤄질 것이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이 같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자신 있는 업체들은 참여할 것이고 수입품 품질에 문제가 있는 업체들은 참여를 꺼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비교평가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수입거래자 위한 e마켓플레이스 구축 중

- 협회의 사업을 소개한다면.

“과거에는 관련법에 따라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업체만 회원이 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무역에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기존 회원사 정보제공과 무역상담 등 관리업무 중심에서 최근엔 회원밀착서비스로 수요자 중심의 업무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e-무역 업무 뿐 아니라 주한외국대사관과 업무 연계강화, 수입상품 명품 전시회 등이 포함된다. 특히 수입전문 웹사이트 구축을 통해 수입거래 및 정보관련 토탈 사이트(http://www.aftak.or.kr)를 운영 중에 있고 수입거래자를 위한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


<약력>진철평 회장

ㆍ1941년2월 서울출생 ㆍ서울고(1959) ㆍ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ㆍ1963) ㆍROTC 1기 입관 ㆍ한국수산개발공사 무역부 입사 ㆍ뉴코리아 무역상사 대표 ㆍ㈜뉴코리아진흥 대표 ㆍ㈜진안카벨 대표 ㆍ㈜진안정보통신 대표 ㆍ 한ㆍ우크라이나 경제교류센터 명예회장 ㆍ사단법인 한국수입업협회 회장 취임(2001)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12 11:28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