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의 아마조네스' 태극 낭자들

최근 미국에서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잇단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김미현(25ㆍKTF)의 자이언트 이글 클래식 우승과 박희정(22ㆍCJ39쇼핑)의 빅애플 클래식 우승, 김미현의 웬디스챔피언십 우승 등 한국 선수들이 3주 연속 미국 LPGA 투어 대회의 정상에 오르면서 LPGA가 한국 낭자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20개 대회에서 5승, 눈부신 성적

한국 프로 여자골퍼들은 올들어 현재까지 LPGA투어 20개 대회 중 5승을, 미국은 5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 낭자들은 지난해 7승을 올렸다. 출전 선수가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미국 선수들이 기록한 9승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성적이다.

박세리(25)는 이번 시즌 오피스 데포와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시즌 2승을 올렸다. 통산 15승. 시즌 상금은 85만3,182달러로, 아니카 소렌스탐(191만1,991달러·스웨덴)과 줄리 잉스터(107만3,545달러·미국)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김미현도 웬디스챔피언십 우승으로 우승상금 15만 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 83만7,147달러로 디아스(72만3,965달러)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들은 톱10 진입률에서도 박세리가 2위(0.692)를 달리고 있으며 박지은(23) 4위(0.563), 김미현 6위(0.467) 등 10걸에 3명이나 들어있다. 박지은은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에서도 268.1야드로, 일본의 아키코 후쿠시마(270.2야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신인들도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꾸준히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앞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정연(23·한국타이어)은 코닝클래식에서 5위, 고아라(22·하이마트)는 스 빅 애플 클래식에서 공동 12위로 자신의 최고성적을 올리며 ‘무서운 신인’임을 보여줬다. 올해의 신인 점수에서 이정연은 5위, 고아라는 7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어떻게 이처럼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을까. 골프 전문가들은 한국 여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인 골프에서 정신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한국 여자 골퍼들은 대부분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실력을 검증 받은 이른바 ‘엘리트’선수들이다. 미 LPGA투어의 경우 10여명의 톱 랭커들이 언제나 선두다툼을 벌인다. 미국에서는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 본격적으로 골프 레슨을 받고 있으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시작한다. 특히 스파르타 훈련을 받기 때문에 경기력과 승부 근성은 같은 연령대의 미국 선수들 보다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부모ㆍ스폰서 든든한 후원이 큰 힘

또 한국 선수들의 강점 중 하나는 물불을 안 가리고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부모는 24시간 함께 자식들을 돌본다. 때문에 선수들이 이국 생활의 외로움과 향수병을 떨쳐버리고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라도 언어와 음식 등이 다른 이국 땅에서 생활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일본 여자 골프 선수들이 미국 진출을 꺼리고 성적도 신통치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 뒤에는 부모 이외에도 든든한 스폰서가 있다. 한 시즌에 무려 20만 달러 안팎이나 들어가는 미국 투어 경비를 자비로 충당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박희정은 투어 경비 마련에 애를 먹으면서 올 초 돈이 덜 드는 일본투어로 갈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 다행히 CJ39쇼핑과 5년간 150만 달러의 스폰서십 계약을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김미현도 3년 동안 15억원을 KTF에서 지원 받고 있다.


스포츠 재벌 된 박세리

박세리가 ‘스포츠 재벌’ 반열에 등극했다. 박세리는 미국 LPGA투어에서 대회 출전에 따른 통산 상금만으로 7월 31일 현재 485만5663달러(약 58억원)를 벌어들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30평 대 아파트 열 채 정도는 거뜬히 살 수 있는 금액. 1998년 미국 무대에 입문한 이래 평균 연봉은 100만 달러(약 12억원)정도. 또 미국투어에서 381라운드를 소화해 18홀을 돌면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박세리는 각종 스폰서 계약으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 골프용품 업체인 맥스플라이와 용품 계약으로 3년 동안 해마다 10만 달러를 받고 있으며 미국의 유명한 시력교정센터 TLC로부터도 3년간 157만 달러를 벌었다.

미국에서 소득의 44%를 세금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4년 반 만에 400만 달러(약 48억원)가 넘는 거액을 챙긴 것이다. 미국 투어 경비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와 세금을 빼고도 순수입만 3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는 국내에서도 5월 스폰서 관계를 결별한 삼성으로부터 계약금(8억원) 연봉(1억원) 포상금 등을 합해 5년 동안 총 34억8000만원(추정치)의 수입을 올렸다. 광고비 66억원을 추가하면 삼성에서만 100억원을 받았다.

또 7월 31일 테일러 메이드 코리아와 3년 동안 3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서브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대기업과의 메인 스폰서 계약은 연간 20억원 이상은 돼야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박나미 프로골퍼

입력시간 2002/08/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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