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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문화읽기] 비뚤어진 팬픽과 팬덤현상

인기 댄스그룹 god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god의 팬픽(fanfic)을 둘러싼 사기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5월 god의 팬클럽 '온니호상'에서 활동하던 이 모양이 팬픽을 제본해서 책으로 발간한다며 여러 팬들로부터 돈을 걷어들인 뒤에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학교를 파악해서 담임교사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통보했고 이양의 부모는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이양이 학교를 자퇴하고 가출하게 되자 이양의 부모가 팬클럽을 상대로 고소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일은 성장통과 같은 것이다.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본연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어느 시대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늘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다르다. 스타를 좋아하는 방식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두고 팬덤(fandom)이라고 한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이 조직화되면서 대중문화적인 현상으로 발돋움한 것은 조용필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기도하는…' 다음에 '악!' 괴성을 삽입했던 오빠부대들이 바로 그들이다. 뒤이어 나타난 서태지의 팬클럽은 컬트(cult:숭배)적인 태도와 강력한 조직을 바탕으로 새로운 팬덤을 제시한 바 있다.

포스트 서태지 이후 등장한 스타메이커 시스템은 댄스가수들을 발굴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냈는데, 속칭 '빠순이' 문화가 그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과 관련되어 있고, 인터넷과 핸드폰을 통해 엄청난 결속력과 충성도(음반구매)를 과시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의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사사화(私事化)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여전히 스타메이커 시스템과 관련된 팬클럽 문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만의 스타를 꿈꾸고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제가 되었던 팬픽 역시 크게 달라진 팬덤을 대변하는 하나의 문화적인 현상이다. 정확하게 시기를 확정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한국형 팬픽'으로 불리는 '스타 팬픽' 도는 '아이돌 팬픽(idol fanfic)이 유행하게 된 것은 2000년을 전후한 일이다.

현재 100개가 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연예인 팬픽을 제공하고 있는데, 팬픽 작가들의 대부분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다. '팬픽어스'(www.fanficus.co.kr)라는 사이트에서 god 정식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다섯 달팽이'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팬픽을 쓰기 시작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포털사이트인 야후꾸러기나 주니어 네이버에는 어린이들에 의해 운영되는 가상소설 쓰기 동호회가 수백여 곳에 이른다. 내용도 무척 재미있다. 드라마 두 편에 대해 퓨전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문정왕후와 명성황후가 만났을 때' 와 같은 참신한 생각들과도 만날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장려할 일은 못 되겠지만, 팬픽이 우리들의 문화 속에 들어와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팬픽은 팬 픽션(fan-fiction)의 줄임말로서, 말 그대로 팬이 쓰는 소설을 말한다.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의 아이콘(icon) 모두가 팬픽의 대상이다.

원작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 팬픽의 기본적인 형태이지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창작 팬픽인 경우가 많다.

원작의 설정이 탐탁지 않거나 어떤 장면에서 허전함을 느낀다면 자신의 마음대로 내용을 수정하고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팬픽을 통해서 수없이 많은 속편과 이본이 생겨나게 된다. '고사머 프로젝트'(www.gossamer.org)라는 사이트에는 X-파일의 팬픽만 수만 편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현재 연예인 팬픽의 가장 큰 문제는 남성 동성애('야오이')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팬픽 작가와 독자들이 대부분 여학생들이고 좋아하는 스타는 남자 연예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작품 전개에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동성애적인 묘사를 제한하겠다는 팬픽 작가들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팬픽 내부에서도 문화적인 구별짓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팬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재한 시점이다. 앞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무척이나 흥미롭게 지켜볼 문화현상이다.

김동식 문화평론가 tymtan@empal.com

입력시간 2002/08/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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