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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꿈★은 이루어지나] 夢의 꿈과 도전

현대家 3형제 "우리가 남인가" 우의복원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현대그룹 사옥 앞에는 ‘現代(현대)’라고 쓰여진 상징석이 있다. 최근 이 상징석이 19년 만에 뽑혀졌다. 2년 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자동차가 7월초 계동 사옥 2, 3층까지도 현대그룹(현대종합상사)으로부터 사들인 후 일어난 일이다.

현대중공업이 소유하고 있는 11층 한 층을 빼면 14개 전층의 주인이 현대자동차 소유가 된 것이다. 건물을 사들인 현대차가 최근 사옥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사옥 앞 오른쪽 한 켠에 자리잡았던 가로 2.5m, 세로 1.8m 크기의 ‘現代’ 상징석을 뽑아내 건물 옆으로 치워 놓았다.

현대에 대한 언론 보도 때마다 계동 사옥과 함께 TV 및 신문 지상에 단골로 등장했던 이 상징석의 뒷면에는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던 현대건설의 역사가 간략하게 새겨져 있다. 1983년 5월부터 계동 사옥과 함께 영욕을 같이해 온 이 상징석이 마침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지난 2년간 현대그룹의 험난했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지만 큰’사건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바빠진 현대가(家) 3형제

현대 계동 사옥이 현대자동차로 완전히 팔려나감에 따라 ‘現代’라는 상징석이 사라지게 됐지만 이와는 별도로 정몽구(MK) 정몽헌(MH) 정몽준(MJ) 등 현대가 3형제의 발걸음은 최근 무척 빨라지고 있다.

2010년 세계박람회 한국유치 위원장이기도 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올 연말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 총회에서 개최국이 결정됨에 따라 회원국을 찾아 다니며 표심(票心) 잡기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이 세계박람회 개최에 어느 정도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는 최근 현대차의 간부인사에서도 잘 읽혀진다. 현대차 홍보를 맡고 있는 최한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대목이 그것이다.

최 부사장은 세계박람회 한국 유치 사무국의 사무부(副)총장도 맡고 있는 인물로 정몽구 회장과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박람회 유치를 따내는 일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인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주면서 12월 파리총회 때까지 전력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MK의 이 같은 포석은 자동차 수출과 내수가 식지않고 지속적으로 활황세를 타는 등 경영에 대해 한껏 자신감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현대차 안팎의 평가다.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행보도 최근 주목을 끌기에 충분해졌다. 그 동안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왔던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사업 부문 매각 협상이 최근 최종 타결됨에 따라 그의 경영일선 복귀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현대상선은 세계10대 해운업체에 꼽히는 대형선사로 MH가 관할하는 계열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MH 재기'와 직결되는 중요 기업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유럽 해운사인 발레니우스빌헬름센(WWL),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이 설립하는 합작법인에 자동차 운송사업부문을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매각 대상에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72척의 자동차운반선(용선 포함)과 영업조직, 영업권 등 유무형의 자산이 모두 포함됐다.

매각 금액 15억 달러 중 2억 달러는 선박건조 채무를 갚는데 충당되고, 13억 달러가 순수 현금 유입 분으로 10월중 입금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매각 자금 대부분을 2조2,000억원 가량의 단기부채를 갚는데 쓸 계획이다.

이 경우 작년 말 기준 1,390%인 부채비율이 300%대로 낮아져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동안 현대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았던 현대상선의 회생은 바로 MH의 재기와 연관돼 있다. 현대상선측은 “차 운송선 매각 뒤 컨테이너와 비(非)컨테이너 사업 부문 비중이 50대50에서 60대40으로 바뀌지만 해운시황 전망이 밝아 경영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경영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MH도 재기의 칼을 다시 꺼내 적극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바뀐 기류다.

현대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 동안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해결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MH가 재기를 할 것으로 본다”며 “지난 1년 6개월동안 MH도 무작정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재기의 구체적 방안이 나름대로 서 있음을 내비쳤다.


눈 여겨볼 MK의 MH지원

현대상선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기틀을 마련한데에는 형인 MK가 동생 MH를 실질적으로 지원한 것이 적지않은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스웨덴계 해운업체인 발레니우스빌헬름센(WWL)과 공동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신설한 후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부문을 인수키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5년간 자동차 수출물량의 운송권을 새 법인에 주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자본금 3억 달러로 WWL측이 80%, 현대차와 기아차가 20%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통상적인 계약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상선이 그냥 자동차운송 부문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와 현대상선이 먼저 5년간 현대자동차의 수출물량 100%를 독점적으로 실어 나르는 장기계약을 하고, 독점 운송권과 자동차 운송 전용선(72척)을 모두 신설법인에 넘기도록 돼 있다.

즉 5년간 독점 운송권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매각대금을 파격적으로 높이면서 거래를 성사시킨 것. 이는 정몽구 회장이 2000년 초 그룹 분리 후 일정거리를 두었던 동생 정몽헌 회장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첫 사례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차도 자동차 수송회사를 갖게 돼 안정적으로 자동차를 실어 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운송회사 자체에서도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한때 독자적으로 자동차 운송 전담회사를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절묘한 지원방안이 성사된 데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일정 부분 간여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막후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금감위측은 “현대건설, 하이닉스의 구조조정과는 달리 현대상선의 경우는 회생방안이 비교적 뚜렷해 올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됐다”며 “이근영 금감위원장 등이 정몽구 회장 측을 설득하느라 꽤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일부 임원들은 당초 “현대상선이 쓰러지면 헐값에 인수하자”며 현대그룹 지원에 부정적 견해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현대상선 자동차 운반선 사업부문의 성공적 매각에 따라 채권단과 정부로부터 범(汎) 현대가(家)를 보는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어 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는 이에 따라 현대가 삼형제들이 앞으로 사안에 따라 적절한 협력관계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現代’라는 상징석을 없애면서 고(故) 정주영 회장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대신 실질적으로 현대가의 형제들이 단합하는 전략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몽준 의원의 대선 후보 가시화에 따라 정씨 형제들은 여론이 재벌하면 현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상징석을 없애는 등 정 의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지원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김동원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aviskim@donga.com

입력시간 2002/08/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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