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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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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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은 민주와 기존 정당의 反昌 연합"

박상천(64) 민주당 최고위원은 “신당은 민주당이 거당적으로 기존 정당과 합치는 ‘신설 합당’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주간한국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신당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제외한 제3의 세력들과 합치는, 다시 말해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 중도 세력이 합치는 새로운 개혁적 국민 정당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롯해 정몽준 의원, JP의 자민련, 민국당 등 반(反) 이회창 세력의 총연합 형태의 신당을 추진 중임을 처음 밝혔다.

민주당 발전ㆍ개혁특위 위원장으로 신당 창당의 물밑 작업을 하는 박 위원은 “(민주당)내부에 공감대가 형성돼 분당(分黨)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나 신당이 노무현 후보가 주장하듯 순수 진보 정당으로의 성격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박 위원은 “신당의 대통령 후보는 국민 경선을 할 것인지, 대의원 대회에서 뽑을 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신당의 대선 후보는 차기 정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현행 총리서리 제도의 문제점과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력 비리를 폭로한 김대업씨 문제에 대한 개인적 의견도 피력했다.


신당 만들어지면 노후보 자격 자동소멸

- 신당은 어떤 형태는 진행해갈 계획입니까.

“현재 국민들은 민주당을 비리 정당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부정 비리,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두 민주당에 묻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발전적 변화를 하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어려워 외연을 확대하자는 것이 신당론의 출발 입니다.

신당은 현재의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이외의 세력 중에서 민주당의 정강ㆍ정책에 공감하는 소위 ‘제3 세력’을 합치는 개혁적 국민 정당이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개혁적 보수 세력과 합리적 진보 세력, 그리고 중도 세력이 합쳐진 정당을 말합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미국의 민주당과 같은 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노 후보측의 반발이 있을 텐데.

“내부적으로 (신당 창당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 됐습니다. 신당의 대통령 후보를 정해 놓고 와서 도와주기만 하라면 누가 들어 오겠습니까. 그렇게는 신당이 안됩니다.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됩니다. 신당의 한 구성원에 불과한 민주당만 가지고 대선 후보를 뽑는 게 말이 됩니까. 신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자동으로 자격이 소멸되는 것입니다.”

- 국민 경선을 통해 당선된 노무현 후보를 원인무효 시키고 신당을 만들어 새 후보를 뽑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져 버리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지난번 뽑은 후보는 새천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입니다. 새천년 민주당이 없어지고 신당이 생긴다면 새 정당에서 후보를 새로 뽑아야 합니다.

민주당 자체가 후보를 원인무효 시키는 것이 아니고, 민주당이 없어지고 새로운 정당이 되니까 새로운 정당에서 다시 대선 후보를 뽑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당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재경선을 하겠다는 것은 노 후보 스스로가 약속한 것입니다. 지금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 일부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당을 해체해 신당을 만드는 것은 너무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정확히 표현해 국민들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뽑은 것은 아닙니다. 모두 입당 원서를 받아 우리 당에 입당한 뒤 뽑은 것입니다. 추첨을 했기 때문에 원하는 국민들이 다 참여한 경선도 아닙니다. 국민 경선제는 미국 51개중 2개 주만이 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가 국민 경선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지 법적으로는 민주당 입당 의사가 있는 국민 중에 제비뽑기를 해서 뽑은 ‘공모 당원 경선’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 노 후보나 민주당의 지지도가 추락한 원인은.

“대통령 아들 비리 문제가 상당한 원인이 됐고, 그밖에 민주당의 성격과 구성 인원, 또 후보의 급진주의적인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 신당의 대선 후보나 당 대표는 어떻게 선출할 계획입니까.

“국민 경선을 할 것인지, 당 대의원 대회에서 뽑을 것인지는 협의를 해봐야 합니다. 당 대표는 여러 정치 세력이 합쳐서 하나의 정치세력을 만들기 때문에 타협을 통해서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서 뽑아야 할 것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시 대표 체제로 대선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사람 신당에 참여할 것

- 신당에 ‘여러 세력이 합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세력인가.

“현재로서는 우리 당과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러 세력이라는 것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상당한 진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이루지고 있다는 것을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신당이 구체화 되면 상당한 사람이 들어 올 것입니다.”

- 정몽준 의원과도 신당 참여 합의를 봤습니까.

“정몽준 의원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신당에 대한 타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의를 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 쪽의 (신당 참여) 의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 정몽준 의원도 대선 후보 검증을 받을 경우 문제점이 나올 수 있을 텐데.

“정 의원을 신당 대선 후보로 세우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먼저 자체 검증을 한 뒤 후보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 중심의 신당과 제3세력 중심의 신당으로 나눠져 분당(分黨)의 가능성도 높은데.

“분당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봅니다. 높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당의 공식 기구(신당 추진기구)에서 결의를 해서 신당을 추진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덩치 채로 그대로 들어갈 것입니다. 거기에서 일부가 떨어져 나와 별도의 당을 만들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같이 갈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민주당이 거당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정당이나 기존 정당과 합쳐서 새로운 정당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정당 법에서 말하는 ‘신설 합당’을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후보 중심의 신당이라는 것이 ‘진보세력이 모이는 순수 진보정당으로서 우리당의 성격 변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넌센스 입니다.

그것은 대선을 포기하고 소수파 정당으로 남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이 변할 수는 없습니다.”

- 자민련이나 민국당 등도 신당에 참여 시킬 예정입니까.

“자민련이나 민국당 문제는 구체적으로 토론을 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받아 들이자는 의견도 있고, 가려서 받아 들이자는 의견도 있고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 아직 정리가 안됐습니다. 당의 다수가 개혁적 보수이기 때문에 개혁적 보수가 아닌 세력은 핵심적 역할을 맡지 못할 것입니다.”

- 노무현 후보측은 구 정치를 탈피한 개혁적 신당을 주장하며 섞어찌게식 신당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개혁적 보수 세력은 모두 들어와야 합니다. 개혁을 거부하는 과거 군사 정권적 수구적 보수 세력은 안됩니다. 당 간부들 사이에 여러 의견이 있어 JP나 민국당의 참여 문제는 앞으로 검토를 해봐야 합니다. 노 후보 측과는 아직 신당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은 상태 입니다.”


이인제 고문 신당 추진, 내가 말렸다

- 신당 추진에 이인제 고문이 적극적이었는데 이 고문과는 의견이 잘 맞습니까.

“이인제 고문과는 개인적으로 친해 자주 만납니다. 이 고문과는 신당을 추진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하지만 각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 고문은 당초 새로 당을 만들어 나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설득해서 그걸 막았습니다. 이 고문은 이제 혼자 당을 뛰쳐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질 신당에서 함께 갈 것입니다. 물론 이 고문도 신당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신당 창당과 신당의 대선 후보 선출 시기는 언제가 됩니까.

“9월 중에는 신당이 창당 되야 합니다. 대선 후보도 신당 창당이 출범하면 9월 중에 바로 뽑아야 합니다.”

- 6ㆍ13지방선거 이후 분권적 개헌론을 주장했는데.

“정치 개혁 차원에서 개헌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김 대통령의 아들의 비리가 터지면서 국민들이 ‘권력형 비리, 정치 부패에 대해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강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개헌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같은 지역분열 정치, 계층간의 갈등을 확산하는 정치를 끝나자는 뜻에서 개헌론을 주장한 것입니다. 신당을 만들기 위해 개헌론을 주장한 게 결코 아닙니다. 작금의 권력형 부패는 대통령에 모든 권한이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집권을 위해 지역감정과 계층 갈등을 조장하는 국민 분열의 정치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 절대적인 대통령 권한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은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는 것 뿐입니다.”

- 현재 정치 여건상 개헌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번에 만들어질 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토록 할 것입니다. 대선 정국에서 개헌론은 제1의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 후보도 개헌을 찬성한다면 개헌이 이뤄져서 좋고, 만약 한나라당 후보가 반대하고, 우리 당 후보가 개헌을 공약한다면 국민들은 우리당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이원집정부제가 바람직

- 어떤 권력 구조로의 개헌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데 쉽게 말해 이원집정부제 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인 대통령의 권한을 국가원수와 통일, 외교, 국방, 안보 분야에 한정하고, 내정 권한은 국무총리에게 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4년 연임제로 하고, 국회 다수파가 국무총리를 맡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전문가 입장에서 현행 총리서리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총리 서리제도는 헌법적 관행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한 뒤 국회에서 동의하기 전까지 총리 권한 행사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소지가 있습니다. 개헌할 때 이점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 서해 교전으로 냉각됐던 대북 관계가 해빙되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대선을 겨냥한 ‘신북풍’ 시나리오라고 비난하는데.

“한마디로 넌센스 입니다. 지금은 북풍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전과 같이 크지 않습니다. 북한이 미국 관계 개선이나 식량 문제 때문에 다급해 취하는 유화 책일 뿐입니다.”

-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력 비리 문제를 폭로한 김대업씨가 제소자 신분으로 수사를 했다고 한나라당이 지적하는데.

“내막을 정확히 모르지만 김대업씨가 독자적으로 수사 권한을 행사 했으면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수사에 협조만 했다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 신당에서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번에는 없습니다. 이번에 호남은 좀 참으라는 것이 여론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차기라고 말할 수도 없고….”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8/16 13:51


송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