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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선거공영제는 검은 돈 차단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대통령 선거를 공명선거로 이끌기 위한 선거개혁안을 발표했다. 선거공영제 확대가 이번 개혁안의 핵심적 내용이다. 12월에 치러질 제16대 대통령선거부터 완전 선거공영제가 실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선거공영제는 불법·타락 선거를 막고 정책 대결의 선거를 가능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는 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정치부패를 막는 효과가 있다.

선거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므로 국민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법도 선거공영제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116조에는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지금도 선거공영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은 후보들이 부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없어서 피선거권(공무담임권)을 박탈당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또 돈은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조장하기도 한다. 선거비용을 만드는 과정에서 검은 돈에도 손을 내밀게 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돈이 정치를 썩게 만드는 것을 막도록 선거공영제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한 정치개혁 과제의 하나이다.

선거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면 후보나 정당이 불법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지고 선거에서의 검은 돈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선거공영제를 확대하면 고비용 정치구조가 청산되어 깨끗한 정치환경이 가능할까?

선거공영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의 흐름이 투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공영제가 자칫 후보자나 정당의 주머니에서 나가던 선거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대신 내주고, 전체 선거비용은 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검은 돈의 선거판 유입을 막고 ‘돈을 덜 쓰는 선거’를 하자는 처음의 취지는 사라져 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검은 돈이 정치에 끼어 들지 못하도록 정치자금법이나 돈세탁방지법 등 관련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이번 선거개혁안에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 선거 입후보 예정자는 선거일 1년 전부터 정치자금관리인(회계책임자)을 두어 모든 정치자금을 통합관리하며,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계좌를 통해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이뤄지도록 의무화하고, 100만원 이상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10만원 이상을 지출할 때 수표나 신용카드의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제안대로 된다면 정치자금의 투명화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이것을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선거공영제라는 이름으로 국민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정치자금 투명화는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정치는 국민의 세금을 펑펑 쓰고 있다. 바로 국고보조금이다. 양대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는 예산의 0.1%를 웃도는 1,138억 여 원이 정당에 지급될 예정이다. 국고보조금의 사용부터 깨끗하게 밝히고, 그밖에 다른 정치자금의 흐름을 깨끗하게 밝히도록 해야 선거공영제 확대의 취지가 살아난다.

각 정당의 국고보조금 지출내역에 관한 회계보고는 엉터리였다. 다시 말하면 국민세금을 정당들이, 또는 정당 지도자들이 멋대로 써버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이런 나쁜 관례를 그냥 둔 채로 국민 세금을 더 쓰도록 할 수는 없다.

또 현재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야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만 받아도 당선 무효가 되도록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허위영수증 사용이나 법원 허위증언자에 대한 가중 처벌, 정치자금법 위반자에 대한 선관위 조사권 강화 등도 깨끗한 선거, 깨끗한 정치를 위해 요긴한 제도이다. 이 제안 역시 정치권이 강하게 반대하겠지만 반드시 이뤄져야 할 개혁적 조치이다. 선관위 개혁안이 입법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거나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 부단장

입력시간 2002/08/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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