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캠코더 관음족 '몰카' 극성

노출의 계절 맞아 여대 주변 훔쳐보기 성행

노출의 계절이 다가왔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면서 여대생들의 패션도 더욱 과감해졌다. 그러나 날씨가 덥다고 무작정 벗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음탕한 눈길로 여대 주변을 배회하는 이른바 ‘관음증 캠코더족’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대 주변의 골목이나 옥상, 심지어 커피숍 등에 숨어 있다가 먹이감을 향해 달려든다.


고성능 몰카, 때와 장소 안가린다

S여대 강사 김모(32)씨는 얼마전 일만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교수회관 화장실에 갔다가 용변 장면을 몰래 촬영하려던 남자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남성은 다급해지자 “볼일이 급해 여자화장실로 들어온 것뿐”이라며 발뺌을 했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이 남성을 여학생 몇 명과 함께 강사 휴게실에 가뒀다. 그러나 이 남성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나 버렸다. 김씨는 “남의 일인줄만 알았는데 나에게도 이런 일이 닥쳤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대 주변에 관음증 남성들이 들끓고 있다. 화장실 등을 찾아 다니며 몰래 촬영을 하는 수법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은 특수 거울이나 초소형 캠코더 등을 총동원해 여대생들의 몸매를 속속들이 렌즈에 담는다. 어지간해서는 눈에 띠지 않는 고성능 ‘몰카(몰래카메라)’도 등장했다.

관음증 캠코더족들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은 오후 2시 전후다. 하루 중 태양의 강도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작업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들은 지하철역이나 건물 옥상, 골목 등에 대기하고 있다가 맘에 드는 여대생이 지나가면 렌즈를 들이댄다. 여학생이 의식하지 못하는 틈을 타 온몸 구석구석을 캠코더로 훑는다.


‘치마 속 풍경’등 음란물 유료사이트 등장

이렇게 해서 촬영한 사진이나 필름은 장당 몇천원에서 몇만원에 거래된다. 이렇게 사들인 음란물들은 곧바로 유료 성인 사이트 등에 뜬다. 이중 테이블 아래에서 포착한 여대생의 ‘치마 속 풍경’을 담은 몰카가 비교적 고가에 거래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돈을 전제로 이같은 일을 벌인다.

최근 거래되는 몰카의 특징은 얼굴이나 음부를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굴이 잡혀도 편집 과정에서 모자이크로 처리한다. 이는 법의 맹점을 이용하려는 고도의 작전으로 분석된다. 나중에 빠져나가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상 초상권 침해는 얼굴의 공개 여부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음란성 시비도 음모의 노출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1998년 개정된 성폭력 특별법에 따르면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상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촬영한 자에 한해서 국한될 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더라도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팅 때 테이블 아래’라는 몰카가 대표적인 예다. 이 몰카는 ‘소개팅’ 자리의 테이블 아래에 카메라를 설치해 마주 앉은 여성의 치마 속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이 몰카가 여대 주변 커피숍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녹음 내용을 들어보면 ‘남자친구 없어?’ ‘어떤 스타일의 남자가 좋아?’ 등 처음 만난 남녀가 나누는 얘기들이 대부분”이라며 “소개팅 장소에서 몰래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개팅 자리, 거리 등서 무분별하게 촬영

여대생들의 몸매를 무분별하게 찍은 사진도 있다. 이 사진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여대생들의 늘씬한 다리에서부터 엉덩이, 가슴, 허리 등을 근접 거리에서 촬영했다. 때문에 특정 신체 부위에 성적 애착을 느끼는 변태 성욕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같은 음란물들은 ‘부분 몰카’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를 통해 유포된다. ‘패티시OOO’ ‘스타킹OO’ 등 상당수 유료사이트가 현재 이 같은 몰카를 취급하고 있다. 여대 주변에서 찍은 사진을 30장 정도 등록하면 무료회원 가입 자격이 주어지기도 한다.

피해자들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 성폭력 신고센터에 따르면 최근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영화 박사(사이버 성폭력 신고센터)에 따르면 “정확한 통계가 없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문의 전화나 메일이 많다”며 “상당수 여성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는 만큼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여대생들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관음남’들의 음침한 눈길을 피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대생들이 말하는 최고 방법은 겹겹이 껴입는 것이다. 상의는 민소매 대신 얇고 짙은 긴팔을 입는다. 곳곳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몰카 때문인지 치마는 사양한다. 치마를 입더라도 반드시 팬티 스타킹을 입는다.


몰카공포로 옷매무시에 신경 곤두세워

S여대 교육심리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안모(23)양은 “요즘 몰카에 대한 공포로 아무리 더워도 팬티 스타킹을 꼭 입으려는 친구들이 많다”며 “몰카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드러내놓고 다니는 ‘노출형’도 적지 않다. 이들은 남들이 보든 말든 과감한 노출로 주변 남성들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 가슴이 보일 듯 말듯한 ‘오프숄더’에서부터 엉덩이 살 접히는 부분이 살짝 드러나는 ‘슈퍼 핫팬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보안정보시스템의 김규식(29) 대표는 “최근 개발된 몰카 장비는 촛불 하나의 밝기인 1룩스 정도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잡아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2/08/16 17:1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