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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조건 완벽하게 갖춘 터프가이

꾸밈없는 언변, 귀엽고 반항아적 이미지로 신드롬 확산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달 사이 삶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을까. 월드컵을 통해 인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김남일(25ㆍ전남). 6월 한 달 동안 한반도를 강타한 월드컵 열풍은 한 청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김남일이 뜬다고 하면 한 도시가 시끄러워진다. 그가 경기장에 나오기라도 하면 경찰도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모두 비상이 걸린다.

광양을 연고로 하는 조용한 ‘시골 구단’ 전남의 프런트 장재현 대리의 생활도 덩달아 달라졌다. 휴대폰으로만 하루 평균 150통 이상의 전화를 받는다. “휴대폰 밧데리가 반나절도 견디지 못한다”는 장 대리는 “남일이한테 충전 비용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며 웃는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학부 교수는 스타의 공통점으로 친근감과 신비감을 꼽는다. 김남일은 이 두 조건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선수. “나이트 클럽에 가고 싶다” 등 솔직하고 정제되지 않는 듯한 그의 말과 귀여운 외모는 친근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부상 역시 그의 인기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6월 22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서 왼쪽 발목인대를 다쳐 교체된 뒤 발이 묶인 그는 숨바꼭질을 하며 혼자 서울에서 치료와 재활훈련을 해왔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그에게 팬들은 묘한 신비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장혜란(24ㆍ서울 송파구 석촌동)씨는 “10대들 사이에서 김남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소외를 당한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김남일이 부상으로 한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 또한 그에 대한 신비감을 높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극과 극을 아우르는 그의 캐릭터 역시 인기 비결. 그의 언변은 꾸밈이 없고 거침이 없다.

그러나 어눌한 말투는 그의 원색적인 직설화법을 중화해 준다. 그는 터프하면서도 귀엽고, 반항아 같으면서도 전형적으로 순한 이미지도 동시에 풍긴다. 장난기가 넘쳐 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도통 그의 웃음을 볼 수 없다. 장난기는 커녕 때로는 광기도 흐른다.

이른바 ‘1대 7~8명의 맞짱사건.’미국과의 2차전에서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직후 김남일은 골문으로 쇄도하다 미국선수들과 충돌했다. 순간 상대 7~8명과 싸움이라도 벌일 듯 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장면을 두고 한 말이다.

김남일은 부상으로 정규리그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으나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37만315표를 얻어 홍명보(포항ㆍ38만433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남일 신드롬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음은 김남일과의 일문일답.


유명세로 제약 많아 불편한다


- 지나치게 유명세를 타 생활이 불편할 텐데.

“월드컵 전만 해도 내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내 생활 자체라는 게 없어졌다. 즐겨 찾던 당구장 PC방 노래방 미장원 등에도 못 간다. 바깥에 나갈 엄두를 못 낸다. 내 자신이 불쌍하다” (김남일의 당구실력은 200점, 노래방에서는 발라드와 락을 즐겨 부른다).


- 휴대폰 번호도 여러 번 바꿨는데.

“세 번 바꿨다. 그래도 알고 다들 연락을 한다.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 편이다.”


-훈련 외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주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팬들이 보내준 팬레터도 읽는데 워낙 많아서 다 읽지는 못한다.”
-팬레터에는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건강은 어떤가. 여자친구는 있는가’가 주 내용이다.”


- 김남일 신드롬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나.

“길게는 가지 않을 것이다.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


- 김남일 신드롬이 생겨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 동안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을 하는 선수들이 별로 없었던 점이 나만의 매력으로 어필한 것 같다.”


- 채팅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심심해서 몇 번 해봤다. 채팅방에 들어가서 김남일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믿지를 않는다(웃음). 나를 사칭하는 가짜 김남일이 많아 화가 나고 해서 며칠 전부터 하지 않고 있다.”


- 혼자만의 생활이 답답할 텐데,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은 있나.

“한양대 축구부 동기생인 김기훈 김대현(김남일은 웃으면서 친구 이름을 꼭 좀 써달라고 부탁함)은 내가 정말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그 녀석들이 ‘언제적 김남일이냐. 많이 컸다’고 말한다.”


멋진 선수로 기억 되도록 노력하겠다


- 상상 밖의 인기가 오히려 선수생활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위 분들이 ‘너는 연예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잘 알고 있다. 멋진 축구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건방져졌다는 식의 말을 듣지 않도록 내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 부상은 거의 회복이 됐나.

“통증은 거의 없다. 경기감각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미니게임 등을 많이 했다. 시간만 나면 치료실에서 발목 운동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방향전환, 점프, 스피드 훈련도 집중적으로 했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도움왕에 도전해 보고 싶다.”


- 도움왕이 되려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의 수비형 MF가 좋다. 작년에도 (수비형 MF로서) 한 경기에 보통 2~3개 정도는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동료들이 모두 골로 연결했다면 도움왕이 됐을 것이다. (가만 생각하더니) 그런데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웃음). 운이 없었다고 말을 바꿔야겠다.”


- 광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광고 계약이 소식이 있는데.(김남일은 5억원의 출연료를 받고 삼보컴퓨터 회사 광고를 찍을 예정. 또 의류업체 지피지기와 현금 5억원 및 물품 2억원을 받고 모델 계약)

“정말 할 생각이 없었는데 주위 분들이 팬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해야 한다고 권유해 하기로 했다. 수익금 중 일부는 장학회 설립 등 좋은 일에 쓸 생각이다.”


- 어린 나이인데 장학재단 설립 등이 조금 때 이른 감도 있어 보인다.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면서) 그런 가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어쨌든 좋은 일에 쓰려고 한다.”


- 거스 히딩크 감독 덕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신감이다.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까지는 내가 갖고 있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 밑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


- 해외 진출 계획은.

“스페인과 독일로 가고 싶다. 이적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마쿠스 한)에게 모든 걸 맡겼다. 중간에 자주 연락하지 말고 모든 일이 성사된 다음에 전화하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이 있는 PSV 아인트호벤으로 가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접촉은 없었던 걸로 안다.”

광양=김정호 기자 azure@hk.co.kr

입력시간 2002/08/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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