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신유통혁명…홈쇼핑

쇼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상점에 가야 한다는 마인드가 흔들리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점포가 필요 없는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유통의 터줏대감 격인 백화점과 할인점을 무섭게 몰아 부치고 있다. 이른바 신유통 혁명이다.

유통 르네상스를 이끄는 대표 주자가 바로 TV홈쇼핑이다. 올해로 출범 7년째를 맞는 LG홈쇼핑과 CJ39쇼핑의 매출이 사업 첫 해 보다 무려 1,000배 이상 성장했다.

LG홈쇼핑의 경우 방송을 처음 시작한 95년 매출이 13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예상 매출이 2조원으로 사업 첫 해와 비교할 때 무려 1,538배에 달한다.

또 95년 매출이 21억 원이었던 CJ39쇼핑도 올해 1조5,50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여 사업 원년에 비해 738배나 매출 규모가 점프했다. 두 회사의 매출액을 합치면 95년에는 34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조5,500억 원으로 7년 만에 1,044배가 성장한 셈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초고속 성장세다. 우리나라는 이제 홈쇼핑 시장 규모를 놓고 보면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홈쇼핑 왕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홈쇼핑 시장이 급팽창한 가장 큰 배경은 역시 상품 가격이 싸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홈쇼핑은 백화점 할인점 등 기존의 유통 채널과는 달리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직거래 방식을 채택해 중간 유통마진이 없다.

백화점이나 일반 유통업체 보다 20~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무점포 형태로 운영돼 오프라인 점포처럼 비싼 경비가 필요치 않다는 점도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요인이다.

쇼핑이 편리하다는 것도 홈쇼핑의 강점이다. 안방에서 전화 한 통화면 구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이어서 발품을 팔거나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홈쇼핑은 산업 구조면에서도 기존의 업계 지도를 크게 바꿔놓았다. 백화점에 입점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무명 중소기업들은 TV홈쇼핑을 통해 속속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물건 주기를 꺼리던 대기업도 이젠 홈쇼핑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홈쇼핑업체들이 “일단 팔고 보자”는 속셈으로 값비싼 경품까지 주면서 제품 판매에 나서는 바람에 덜컥 충동구매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중독증’이라는 신종 증후군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는 반품 비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6월 한 달 동안 홈쇼핑업체가 판매한 물건 중에서 반품된 건수는 총 46만 건. 전체 제품 판매의 12~13%에 달한다.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산다는 홈쇼핑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반품 비율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여기에 업체간 과당 경쟁이 불붙으면서 사은품이나 경품을 남발하거나 허위 과장 설명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필요 없는 물건까지 사게 만드는 충동 구매를 부채질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홈쇼핑 구매자(조사대상 498명) 10명 중 4명 가량이 홈쇼핑에서 물건을 산 후 반품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홈쇼핑 방송 초창기만 해도 기존 유통과 제조업체는 홈쇼핑의 성공 가능성을 극히 낮게 봤다. 하지만 이제 홈쇼핑은 백화점, 할인점에 맞먹는 3대 유통 채널로 떠올랐다.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이 갖는 메리트가 그 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온라인 상거래의 선두 주자인 홈쇼핑 채널이 과연 낙후된 유통 시장의 빅뱅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8/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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