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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있는 집 그림펀치 라디오 세상 스타 데이트 신나는 세계여행

[레저] 세계일주, 당신도 할 수 있다

대한의 딸 강영숙 ·박수정의 발로 쓴 576일간의 배낭여행

‘그래, 떠나보는 거야.’ 1999년 9월, 스치듯 흘러가던 ‘공짜로 세계여행’이란 인터넷 배너광고에 20대 두 여자는 눈이 번쩍했다. 30세가 되기 전에 전세계를 밟아 보고 싶어 했기에 무모한 듯한 이 일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

두 여자는 3만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발돼 난생 처음 대면한다. 멀쩡한 직업까지 때려치운 이들은 새 천년 벽두에 배낭 하나씩을 달랑 매고 세계여행길에 나서 남극에서 우간다에 이르는 5대양 7대주를 무려 576일 동안 누빈다.

용감무쌍한 두 여자는 강영숙(28), 박수정(26)씨다. 박씨는 국악고를 졸업한 뒤 명문 대학에서 거문고를 전공하다 영화가 좋아 학교를 서울예술대 영화과로 옮겨 졸업한 뒤 여행전문기자 등을 거쳐 영화판에 막 뛰어든 시나리오 작가였다.

결혼 적령기인데다 하루빨리 기반을 잡아야 하는 풋내기 작가이고 영어작문 학습서( ‘편지ㆍ이메일 영작 무작정 따라하기’란 이름으로 길벗출판사에서 출간됨)를 쓰기로 계약한 상태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박씨의 세계여행을 만류했다.

박씨의 상황은 달랐다. 인터넷 여행클럽인 ‘5불 생활자에게 오지는 없다’를 운영하고 있던 박씨는 애당초 부모의 권유로 여행을 시작한 터여서 집안에서 오히려 반겼다. 박씨 부모는 외출할 때 치마만 고집할 정도로 요조 숙녀같던 딸에게 자신감과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여행을 ‘강권’해 기대 이상을 효과를 올렸다.


하루 5달러의 고행길

한 인터넷 업체가 자사홍보 차원에서 여행경비를 지원했지만 이들의 여로는 화려하거나 편안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저 생활비로 하루를 버티는 이른바 ‘5달러 생활자’의 고생길이었다.

여행 도중 우간다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머리카락이 뭉텅 빠지고, 남극에 가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험하다는 드레이크 해협을 6일간 유조선을 얻어 타고 건너기도 했으며, 이란에서 만난 치한과 멱살을 잡고 싸우기도 했다. 너무나 힘이 들어 차가운 호텔방 침대에서 “내가 왜 집을 놔두고 이 고생을 하나”며 후회하기도 했고, 생일날 혼자만의 파티를 하던 중 가족사진을 보고 울기도 했다.

여행의 압권은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남극 방문이다. 세계 여행 중 뉴질랜드의 캘리타튼에서 영국 남극 탐험가 스코트의 탐험 일기를 읽고 남극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들은 남극행의 기점이 되는 칠레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지만 남극으로 들어갈 교통 편을 끝내 확보하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1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새 귀국을 한 뒤에도 여전히 줄기차게 세종기지로 편지를 보내고, 여행을 지원해줄 스폰서를 찾았다. 지성이면 감천이었을까. 이들은 결국 ‘죽어도 우리 책임’이라는 서약서를 쓰고 7번째 대륙인 남극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들 엄청난 행동파가 끝내 뚫지 못한 나라가 있다. 다름 아닌 북한이다. 북한 배낭여행을 꿈꾸던 이들은 비행기나 배가 아닌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북한 땅을 여행한 후 판문점으로 한국에 귀국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청와대로 보냈다가 국정원의 조사까지 받는다.

이들의 세계여행은 아시아(중국 홍콩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중동(이란 터키)-유럽(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독일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모나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스 안도라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아프리카(이집트)를 거쳐 중남미(코스타리카 파나마 니카라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벨리즈 멕시코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북상한 뒤 다시 중남미(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로 내려갔다.

그리고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를 들러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스와질랜드 모잠비크 짐바브웨 보츠와나 잠비아 말라위 케냐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를 재방문, 내륙까지 깊숙이 여행하고 유라시아(러시아<입국 거절>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몽골 중국)로 북상해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538일만의 귀환이었다. 5개월 가량의 집요하고 치밀한 준비를 거쳐 남극 대륙 공략에도 성공, 38일간 극 지방에 머물렀다.


세계일주 위한 생생한 정보 가득

두 여자는 최근 ‘벌거벗은 세계일주’(성하출판 펴냄)를 펴냈다. 1년 7개월 동안 무려 70개국을 방문하며 깨우친 노하우를 담은 발로 쓴 배낭여행기다. 1권에는 남극, 아시아, 중동, 유럽이, 2권에는 북ㆍ중미,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러시아, 몽골 귀국길 이야기들이 담았다.

또한 1권 권두에는 세계 여행 비용, 짐 싸는 요령, 유용한 인터넷 사이트, 새로운 세계일주 루트 제안 등 세계일주를 위한 꽤 쓸모있는 생생한 정보가 실려 있다. 1권과 2권의 끝에 붙어있는 권말 부록 형태의 ‘나라별 서바이벌 킷’은 단행본을 뺨칠 정도로 풍부한 여행정보를 제공한다.

이들은 “여행에서 뭘 얻었냐고 묻는다면 달리 크게 할 말이 없다”면서도 “세상은 우리의 여행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고 지금의 우리 모습도 여행 전과 별 다를 것이 없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일 하나를 해냈다는 뿌듯한 성취감 만은 분명하게 챙겼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겸손과 달리 이들은 귀국 후 신바람을 느끼며 발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입사지원서를 내는 곳마다 호의를 보이는 등 오히려 출발하기 이전보다 일자리와 일감을 구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강영숙씨는 세계여행 도중 자신의 시나리오 대본이 한 영화사의 창립작품으로 채택되고 한국을 떠나기전 계약했던 책을 출간했을 뿐만 아니라 강씨를 찾아 한국으로 근무지를 옮길 정도로 자신을 좋아하는 미국인 남자 친구도 만났다. 무역회사에 취직한 박수정씨는 귀국한 이후 일할 맛과 회사에서 인정 받고 싶다는 성취욕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세계일주항공권, 원 월드 티켓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던 두 여자가 고갱이 사랑했던 섬 타히티, 남극에 가까운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 가수 리키 마틴의 고향 푸에르토리코 등을 별다른 경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원 월드 티켓(One World Ticket)이다.

세계를 일주하려는 여행자에겐 엄청난 항공료와 대륙별 이동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주는 마법의 손이나 다름없다.

이 항공권은 영국항공 아메리카항공 캐세이퍼시픽 호주항공 등 8개 항공사가 제휴해 만든 일종의 세계 일주 항공권으로 전세계를 커버한다.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탓에 두 여자도 파리에서 이 `티켓의 존재를 전해 듣고 구입했다. 이후 두 여자의 소박한 여행 루트는 화려하게 변신을 거듭,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남미와 아프리카의 알짜 여행지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대륙 당 4번의 스톱오버(비행기에서 내려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와 추가 요금을 내면 되는 추가 스톱오버를 활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남미를 여행할 경우 페루의 리마, 브라질의 상 파울루,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가려고 한다면 이들 네 도시들을 스톱오버 도시로 정하면 된다. 만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칠레의 이스트 섬을 방문하고 싶다면 티켓 발권 전에 추가요금을 내면 된다.

요금이 파격적으로 저렴한 대신 몇 가지 제한이 있다. 유효기간이 1년이고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같은 나라이어야 하고 방문한 대륙을 재차 방문하지 않고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대륙을 여행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보는 www.oneworld.com/home.cfm에서 얻으면 된다.


▶ 세계 여행 중 한번쯤 해봐야 할 것들

1. 온두라스 우틸라 섬에서 세계에서 가장 싼 스킨스쿠버 자격증 따기

2. 파키스탄 훈자에서 세계의 지붕, 빙하 위를 걷는 빙하 트레킹 해보기

3. 노르웨이 북극권 내에서의 백야 체험과 ‘벌건 밤’에 밤낚시(?) 해보기

4. 과테말라의 ‘샤먼(무당) 양성 코스’ 밟아보기

5. 뉴질랜드 퀸스타운의 세계 최초 번지점프 장소에서 점프하기


▶ 특이한 관광지들

1.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펭귄과 함께 수영

2. 물위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요르단의 사해

3. 하루에 한 대씩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코로이코까지의 산악도로 4. 1만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의 지붕 없는 집

5. 올빼미와 쥐고기를 당당히 정육점에서 파는 라오스의 시장

6. 남미 인디오들의 전통 의상과 그들의 독특한 삶

7. 벨리즈의 산호 사파리(상어와 가오리떼와 함께 하는 수상 사파리)

8. 남미의 안데스 산지에서 사는 라마

9. 페루 바제스타 섬의 물개와 바다사자, 펭귄

10. 인도 다르질링에서 에베레스트 등 세계의 지붕 관망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8/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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