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피아노포르테

어렸을 적 한번쯤은 꿈꿔보았을 법한 피아니스트.

이미 잊혀진지 오래 라고 생각하지만 TV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나 가끔 길가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경음악은 그 옛날 동네 학원에서 잠깐 배웠던 피아노를 생각나게 한다.

일명 ‘피포’라고 불리는 음악동호회 피아노포르테는 바로 이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음악의 셈여림 기호인 피아노(p, 여리게)와 포르테(f, 세게)를 합성해 만든 동호회 이름은 피아노 음악의 강렬함과 여림을 의미함과 동시에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1999년 창단 된 피아노포르테는 전국의 회원수가 약 7,000명에 달할 만큼 큰 규모의 음악 동호회다. 서울ㆍ경기, 부산ㆍ경남, 대구ㆍ경북, 광주ㆍ전남, 대전ㆍ전북 등의 지역모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각 지역에는 지역장과 음악담당, 총무 등을 따로 두어 각종 음악회를 단체 관람하는 등의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음악동호회들은 대개 해당분야의 예술가나 전공자들의 모임은 활발한 반면 일반인들의 활동은 저조하다.

하지만 피아노포르테는 이러한 전문가 집단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활동 또한 전문가에 못지 않다. 현재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홍주성(38ㆍ의사)씨는 “활동이 두드러지는 회원들 중에는 주부를 비롯해 법대재학생, 프리랜서, 음악에 관심 있는 초ㆍ중ㆍ고 학생들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아노포르테는 피아노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클래식 장르도 함께 다루고 있어 일반 클래식 마니아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때문에 피포의 온라인 사이트(http://cafe.daum.net/pianoforte)에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의사항과 이에 대한 답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아노포르테의 가장 큰 자랑은 매년 정기적으로 열어온 ‘피포 연주회’이다. 2000년 6월에 개최된 부산 연주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5회에 걸쳐 열렸다. 매회 마다 많은 회원들이 가족단위로 참석해 적지 않은 규모로 진행되는 이 연주회는 그 동안 쌓았던 회원들의 피아노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는 의미 있는 자리이다.

동호회를 창단한 김성민(28ㆍ피아니스트)씨는 “이 행사는 비전공자로 평소 대중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었던 회원들에게 실제 연주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피아노를 더욱더 가깝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고 연주회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연주회에서는 피아노곡을 비롯해 바이올린이나 트럼펫 등 다른 클래식 악기의 연주로 진행되며 기타나 협주곡 등도 함께 연주된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평소 꿈만 꾸던 자신만의 독주회를 여는 기분으로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한다.

바쁜 생활 속에서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에 몰입하는 회원들의 연주실력은 전공자로 평가될 만한 수준 높은 경지에 이른다는 게 한 동호회 관계자의 평가이다.

현재 운영자의 거주지가 한때는 ‘피포 부산 연수원’으로 불릴 만큼 많은 회원들이 들러 쉬고 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게다가 피아노포르테를 창단한 김성민씨는 이곳을 방문했다가 만난 같은 피포 회원과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나 각종 독주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피아노포르테 회원들은 음악회가 끝나면 가까운 찻집에 모여 그 동안 있었던 그들만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새로 나온 음반이나 악기 관리법, 자신들만의 연습 노하우 등이 모두 이 자리에서 공유되고 회원들간의 끈끈한 정도 이어져 간다.

피아노포르테의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곳에 명시되어 있는 몇 가지 인적사항을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내면 간단한 절차를 거쳐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피아노 음악

1) 쇼팽 - 연습곡 op. 25의 11번 ‘겨울바람’

2)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1번 중 ‘안단테’

3)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4) 사티 - 3곡의 그노시엔느

5) 차이코프스키 - 피아노곡 사계 중 ‘여름’

강윤화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8/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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