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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김대중 신드롬

한국일보에 매주 화요일 ‘강준만의 쓴 소리’ 칼럼을 쓰는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는 저널 룩 ‘인물과 사상’의 저자이기도 하다. 강 교수 개인이 부정기적으로 만드는 이 잡지는 7월 5일자(제 23호)에서 ‘김대중 신드롬’을 들고 나왔다.

강 교수는 그러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정부 수석 비서관이었던 허화평 전 의원(14ㆍ 15대 의원, 육사 17기ㆍ예비역 준장)이 같은 날 펴 낸 ‘지도력의 위기’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강 교수는 그의 이번 저널룩(저널리즘과 북(book)의 합성어)에서 요즘 늘어난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보도와 논평을 보면서 너무 피상적인데 불만을 느껴 김대중 신드롬이란 말을 만들었다고 썼다. 그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조용하긴 하지만 사회의 전분야에 걸쳐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신드롬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전제했다.

그는 김대중 신드롬을 “자신이 외부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권력을 잡은 뒤엔 일종의 특권의식과 더불어 독선과 오만에 빠져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는 병리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현상이 김 대통령만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김대중’에 의해 YS정권이 남긴 실패의 교훈을 잊고 계속 되는 것을 보면 ‘사회 병리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일보의 칼럼 ‘쓴소리’에 ‘권력중독증 예방백신’이란 글을 썼다. “대통령에서 기초 단체장까지 후보시절에는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일단 당선되면 권력중독증에 감염되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된다. 내가 개발한 ‘예방백신’을 이용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모든 후보자가 유권자를 대표한 시민단체가 성실한 답변이라고 수긍할 때까지 모든 행정에 대해 공개한다는 매달마다 서약서를 받는 것이 그 첫번째 방법이라고 했다.

질문에 답변 하지 않을 때는 퇴진운동을 하도록 서약서에 첨부하자는 것이다. 강 교수는 민주투사 이력이 있는 정치인이 ‘권력 중독증+자기독선+오만’에 빠져서 나타나는 사회 병리현상을 김대중 신드롬이라는 조어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여러 곳에서 반박이 나왔다. 그러나 강 교수는 5공 때 소위 ‘쓰리 허(전두환 대통령 초기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허화평 허삼수 허화평 등 3인)’의 으뜸이었던 허화평 전 의원이 쓴 ‘지도력의 위기’를 읽으면 공감대를 느낄지도 모른다.

허 전의원은 “나는 10ㆍ26사태를 수습하고 5공화국 출범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1,000여 쪽이 넘는 두 권짜리 책 속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YS’, ‘DJ 신드롬’을 파헤치고 있다.

먼저 그는 “내가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5공화국 주역으로서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 수 있는가 반문할 지 모르겠다”며 “그 점에 대하여 어떤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며 아울러 5공화국 탄생으로 희생당하고 자유를 억압받았던 모든 이들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고개 숙여 위로를 바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후의 여정에 대해서는 “5공화국이 조국의 민주주의 대장정을 부인한 적이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평화적 정권교체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며 “때문에 더욱 한국의 민주주의를 말하고 실천해야 할 정치적 부채를 지니고 있다”고 썼다.

그는 장영자 이철희 사건 후 미국 헤리티지연구소에서 5년간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해 연구했다.

1,000쪽이 넘는 그의 책에는 저주나 보복이나 비꼬는 언어는 없다. 그는 민주주의는 법이 왕인 공화국주의이며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말이 법치주의, 인치(人治)정치, 지도력위기, 민주주의 부재 등이다.

그는 대선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정부를 ‘국민의 정부’가 아닌 인치정치와 제왕정치의 정권이라 부른다. 지도자로서 YS나 DJ는 실패한 지도자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지도자다.

특히 DJ는 YS의 전례가 있음에도 정치적 보복에 매달리고 있는 ‘권력정치’의 대명사라는 것이다. 권력정치란 권력자가 법 위에 서서 권력을 자의(恣意)적으로 남용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바로 이 때문에 법치여야 하는 민주주의가 인치 정치로 전락한다는 분석이다.

기원전 500년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를 연구한 그는 민주주의 지도자의 으뜸으로 페리클레스를 꼽는다. 수석집정관이던 페리클레스와 그의 부인은 스스로 시민법정에 서서 선동죄, 국적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허 전의원의 결론은 이렇다.

“민주주의 연구 결과 감정보다 법치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나는 본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감정은 굿과 판소리로 대변된다. 굿이 신들린 무당이 정신적 황홀경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판소리는 언어의 격식을 탈피한 감정 표출 방식이다. 굿은 끝이 나면 제물이 남고 판소리는 한이 남는다. 파괴적 본능을 낳는다.”

허 전의원은 또 이렇게 말한다. “YS신드롬, DJ신드롬, 영남정서, 호남정서는 물론이고 통일지상주의, 반군(反軍)사상, 문민우월사상, 민중주의 바람 같은 것은 이성을 누르고 감정을 부추겨 파괴적, 본능을 낳게 한다.

개인과 개인, 집안과 집단, 국민과 정부 사이에 관용(tolerance)을 없앤다. YS, DJ는 관용을 버리고 민주투사의 업적만으로 허영에 찬 민주주의를 이루려 했다.” 강준만 교수가 허화평 전의원이 제기한 지도력의 문제를 한번쯤 검토했으면 좋겠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08/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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