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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백인사회의 몰인간을 고발한 미닉의 절규

▣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켄 하퍼 지음/ 박종인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

작은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다가 올 때가 있다.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이란 책이 바로 그런 경우다. 20세기 접어들 무렵 미국에서 성장한 에스키모 고아인 미닉의 짧고 슬픈 일생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한 세기 전에 살았던 에스키모 소년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에게 뭐가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제목(영어 제목)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아빠의 몸을 돌려주세요(Give me my father’s body).’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 진열된 백골이 아버지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닉은 절규했다.

“우리 아빠를 무덤에 모실 때까지 나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왜 우리 아빠를 아빠가 원했던 방식대로 무덤에 묻을 수 없는 거지? 내가 가난한 에스키모 아이란 이유만으로?”

감동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실화가 주는 현실감이다. 캐나다의 인류학자 켄 하퍼가 망각 속에 묻힐 뻔했던 미닉의 이야기를 에스키모 장모로부터 전해 듣고 8년간 추적해 1986년 캐나다에서 자비로 어렵게 출간했다.

그러나 책 내용이 미국으로도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자연사박물관은 미닉의 아버지 유골을 거의 한 세기만인93년 반환했고 미국판도 99년에는 출간됐다.

또 하나의 흡입력은 백인 제국주의가 가장 기승을 부렸던 20세기 전후 백인 지식인 사회의 위선과 허풍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제국주의가 못된 것이고 거창하게 비판하는 그 수 많은 책들보다 별 볼일 없는 미닉의 절규가 더 통렬하다. 느릿느릿 전개되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격정과 슬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100여년 전 그린란드에 살고 있던 미닉과 그의 아버지 등 에스키모 6명은 1896년 8월 북극을 최초로 정복한 탐험가로 유명한 로버트 피어리의 손에 이끌려 뉴욕에 도착, 에스키모 연구를 위해 자연사박물관으로 넘겨진다.

‘동물’ 취급을 당하다 자연사박물관의 지하실에 수용된 에스키모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2년여만에 차례로 죽음을 맞고 고아가 된 미닉만이 뉴욕에 남게 된다.

박물관 관리인에게 입양돼 뉴욕 생활에 적응하던 미닉은 자신이 지켜봤던 아버지 키수크의 장례식은 가짜였으며 아버지의 시신은 인류학적 연구라는 핑계로 빼돌려 살과 뼈를 발라낸 채 박물관에 전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닉은 아버지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박물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린란드로 돌아가지만 13년간 미국에서 산 탓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 두 문명의 틈새에 끼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미닉은 1918년 미국 피츠버그의 벌목촌에서 28세에 폐렴으로 죽는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8/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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