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효과 만점 걷기운동

최근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식당에서 여자 종업원이 걷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목을 꼿꼿이 세워 어깨를 펴고 정면을 바라보며 엉덩이를 들어올린 듯 한 자세로 팔을 굽히지 않고 힘차게 내저으며 걷는 자신 있는 모습과 웃음 뛴 밝은 얼굴을 보고 젊음과 생동감을 느꼈다.

올바른 걷기는 건강에도 유익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도 좋은 인상을 준다. 경쾌하고 박진감 있는 걸음은 몸의 활력을 높여 주고 피부에 탄력을 주며 신체 각 부위의 근육을 고루 발달시켜 균형 있는 몸매를 가꾸어 준다.

심장병을 예방하고 뇌 혈류를 개선함으로써 정신건강에도 좋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해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만일 고개를 숙인 채 발을 질질 끄는 자세로 걷게 되면 우울증 증세나 피로감이 오는 경우가 있으니 평상시에도 걸음걸이에 주의를 해서 걷도록 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한 보고에 의하면 걷기를 매일 2Km씩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이 불규칙적으로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발생률이 현저히 낮고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는 관절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 인체의 관절에는 관절액이 있어 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관절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하면 관절액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관절세포가 쉽게 퇴행하여 표면이 거칠어지고 약해져서 관절의 피로와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회의, 집무나 영화를 보는 등 한 두 시간 앉았다 일어나면 다리가 뻐근한 소위 ‘극장증세’는 관절약화에서 오는 것이다.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비만을 막을 수 있다. 한때‘하루 만보 걷기운동’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는 과다상태인 칼로리를 소모하는데 필요한 걸음이 만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만보를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지로 만보계를 차고 실측해봤더니 하루를 바쁘게 움직이더라도 기껏 4,000~5,000 걸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걷는다는 골프의 경우도 18홀을 다 돌아야 만보가 넘는다. 먹은 음식이 직장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걷는 사람은 6시간인 반면, 앉아 있는 사람은 무려 12∼24시간이 걸린다.

만일 체중 70㎏의 성인 남자가 보통 속도로 한 시간을 걷는다면 360~420㎈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하루 세끼 일정한 식사를 하면서 하루 1시간씩 걷는다면 1주일만에 체중을 0.4㎏ 정도 줄일 수 있다.

걷기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정당한 거리를 열흘정도 반복한 뒤 차츰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장소는 평탄한 곳으로 가급적이면 자연과 어울리면서, 역사 자원이 풍부하거나 정서적 운치가 풍만한 곳이라면 더욱 효과적이다. 심신에 활력을 주면서 휴식을 즐기며 걷기 운동에 좋은 방법은 삼림욕이 제격이다.

예로부터 나무숲 사이를 거니는 수욕(樹浴), 바람을 맞고 햇볕을 쬐는 거풍(居風) 등이 건강에 좋다고 행하던 풍습이 있었다. 이는 서구의 삼림욕과 같은 것으로 우리 조상의 지혜를 보여주는 사례다.

복장은 간편하고 땀을 잘 흡수하는 제품이 적당하고, 신발은 발에 잘 맞아 오래 걸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처음 걷기운동을 하다 보면 얼마 걷지 않아 다리가 뻐근하게 아파 오면서 전신에 피로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다리 정강이 무릎 밑에 있는 족삼리(足三里)혈을 5~10분 동안 지압을 해주면 다리는 물론 전신의 피로가 가신다.

이 혈은 불로장생혈로 알려져 있는데 이 곳에 지압을 하거나 침 뜸 치료를 하면 위장병을 다스릴 수도 있다. 제2차 대전 때에는 일본의 관동군이 강행군을 하면서 병사들이 서로 이곳에 지압을 해주면서 피로를 풀었다는 일화도 있다.

다리의 피로는 빨리 풀어주는 것이 좋다. 소금을 따뜻한 물에 한줌 넣고 녹여 발을 담근다. 쉴 때는 다리를 약간 높게 하고 눕는다. 건강한 다리는 신체를 튼튼하게 하는 기본이다.

바쁘게 쫓기는 현대인이여!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의 생생한 음악을 들으며 걷기운동을 하자.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약해진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걷는 것은 인간이 했던 최초의 스포츠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가장 좋은 운동이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 원장

입력시간 2002/08/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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