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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년] 중국은 우리에게 약인가 독인가.

한ㆍ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일본의 중견 종합상사 조리(蝶理) 서울지점에 입사한 김재흥(39) 차장은 요즘 중국 하얼빈(哈爾濱)과 선양(瀋陽) 등을 한 달에 2, 3차례 오가며 제조업계에 불고 있는 ‘한조(漢潮:중국 조류)’를 실감하고 있다.

입사 초기 ‘사업을 하려면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일념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요즘 김 차장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서 만든 의류제품 생산ㆍ품질 관리가 주 업무였던 김 차장은 최근 현지시장 개척을 위한 바이어들과의 상담에 매달리느라 눈코 뜰새 없다.

‘한류(韓流)’열풍으로 중국인들에게 인기 높은 김희선과 송혜교의 포스터와 비디오 테이프를 선물로 주고 있다. 내년 초부터 상하이(上海)지점에서 근무하게 될 김 차장은 가족과 함께 살 아파트를 물색 중에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초 국내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생산기지를 국내에서 평균 급료 400위안(한화 6만원) 정도인 중국으로 옮긴 김 차장의 회사는 일본 유명의류 브랜드 ‘유니크로’를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김 차장은 요즘 “중국시장을 잡겠다”고 매일 새벽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 2,000만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의 주요시장이 서서히 중국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은 2번째 교역 상대국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와 중국 현지에서 김 차장이 경험한 것 이상으로 양국관계는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한국의 2번째 교역 상대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3번째 교역상대국으로 서로 존재에 대한 무게를 인식하며 상호협력을 위한 공감대를 확산시켜왔다.

양국 교역량은 수교 10년 만에 7배로 성장했고, 우리의 대(對) 중 수출규모는 18배 이상 늘었다. 중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역시 지난 10년간 총 6,634건에 58억3,000만 달러로 90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인적ㆍ문화적 교류 역시 급 물살을 타고 있다. 거의 반세기간 단절됐던 한ㆍ중관계는 ‘잃어버린 애인’을 찾은 듯 새로운 복원체제를 위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행 비행기에 오른 우리 국민수는 78만5,000명으로 일본 관광객 수를 앞설 정도다. 지난해는 우리국민 130만 명이 중국을 찾았고 중국인 48 만 명이 ‘한류’의 본고장을 다녀갔다.

또 주중 교민은 13만 명에 이르고 주한 중국인 체류자는 산업연수생을 포함해 22만 명에 달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은 2000년 이후 일본인 보다 많아졌다. 단일국가로는 한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다.

정치ㆍ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은 급속도로 관계개선을 이뤄왔다. 지난 10년간 12회의 한ㆍ중 지도자간 접촉을 포함 21회의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ㆍ안정 체제의 기틀을 다진 점은 빼놓을 수 없는 한ㆍ중 수교의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한ㆍ중관계는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마늘 파문에서 볼 수 있듯 무역ㆍ통상 등 경제분야에서 한ㆍ중간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통상마찰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쌀 수입시장 개방을 놓고 우리가 떠 안아야 할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지금도 매일 식탁에 오르는 반찬거리 중 중국산이 아닌 것을 꼽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중국 쌀로 지은 밥을 먹어야 할 시기가 차츰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한중관계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적지 않은 갈등을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10년을 내다본 정책 필요

KOTRA가 최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세안 주요 4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과 중국의 경합상품 동향을 분석한 결과, 품목별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모두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우리의 푸른 하늘을 뒤덮는 황사 만큼 우리 경제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거대한 이웃 중국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부상할 경우 한국은 전통시대 우리 조상들이 당했던 것처럼 중화사상을 앞세운 중국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중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향후 10년 후의 한ㆍ중 관계는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문제는 지금부터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8/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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