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중국은 이미 세계경제의 중심축

급변하는 시장환경, 접근방식 달라져야

“2008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만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시장에서는 매일 경제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앞 다퉈 몰려들고 있다. 우리는 매일 이 곳에서 메달 경쟁을 벌이는 절박한 입장이다. 중국은 말 그대로 세계의 중심(中心)국가로 이미 성장했다.”(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

중국은 10년 후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로 다가설 것이며 우리의 대처 전략방안은 과연 무엇인가. ‘브레이크 없는 경제 기관차’ 중국과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무장한 일본 틈에서 우리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약’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경제를 예속할 ‘독’이라는 진단이 유력하다. 국내 중국경제 전문가 5인에게 중국의 의미를 물어봤다.


중국 잠재력은 공포 그 자체

유진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우리경제에 있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약’일 수 밖에 없다”며 “이젠 중국경제가 잘 돼야 결국 우리 역시 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젠 더 이상 우리나라가 주(主)가 되고 중국이 종(從)이라는 식의 패러다임은 국수주의적 사고”라며 “세계경제의 발전방향이 미국ㆍ일본을 넘어 이젠 중국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경제가 우리를 빠르게 추격하는데 더 이상 위기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이젠 우리 자신을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은 LG의 10대 중국사업전략 중 최우선으로 ‘중국을 동반자라고 인식할 것’을 지난 7년간 강조해왔다. 그 덕택에 LG전자의 올 상반기 중국매출은 23억 달러(한화 2조9,785억원) 규모로 국내판매(3조3,883억원)의 87.9%에 해당할 만큼 성장했다.

노 부회장은 “지금까지 중국시장을 우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제2의 내수시장이나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젠 그 시각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급변하는 중국시장환경에 맞는 새로운 접근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사업관련 IT기업 전문 이벤트 컨설팅 회사인 이르커뮤니케이션의 김지영 사장은 “‘메드 인 차이나(M.I.C.)’가 없으면 식사도 못하는 날이 올 만큼 중국의 잠재력은 공포에 가깝다”며 “매년 해가 바뀔수록 IT산업에서도 ‘중국이 손대면 안 되는 사업이 없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젠 중국에 대해 총론 보단 산업별로 미시적인 대응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연착륙에 성공한 중국경제

그렇다면 우리는 급변하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정오영 전경련 동북아경제센터팀장 “국유기업 부실문제와 도ㆍ농간 소득격차 심화 등 중국의 3대 과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지만 최근 현지를 방문, 실태를 파악해보면 중국경제의 연착륙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우리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도 채산성이 맞지 않은 제조업 분야의 중국 이주를 막을 길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와 산업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중국은 기회 이전에 우리에겐 위기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한진 KOTRA 중국 팀 과장은 “한ㆍ일 월드컵 경기 당시 한국에 대한 일부 중국인들의 편견이 마치 중국인 전체의 시각인양 양국 감정의 골을 자극하는 세련되지 못한 우리의 대응방안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23 17:34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