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조선족 대이동…대도시로, 한국으로

30여만 명이 탈 고향, 베이징 근교에 조선족 타운 형성

옌볜(延邊)자치주를 중심으로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 랴오닝(遼寧)성 등 중국의 동북 3성에 모여 살던 조선족들이 중국의 대도시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조선족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은 수도 베이징(北京)으로 7만∼10만여 명에 이른다. 산둥(山東)반도에 위치한 칭다오(靑島)에 4만∼5만명.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는 2만∼3만명, 웨이하이(威海), 톈진(天津), 다롄(大連) 등도 1만 여명이 넘어가고 있다.

조선족 관계자들은 한중 수교이후 조선족들이 중국 대도시로 진출한 규모는 대략 30만여 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전체 200만여명의 조선족중 15% 정도가 고향 땅을 떠난 셈이다.

베이징 동쪽 외곽인 차오양(朝陽)구에는 ‘고려촌(高麗村)’으로 불리는 ‘조선족 타운’도 형성됐다. 고려촌 조선족들의 집은 보통 10평 남짓. 대부분이 부엌 하나에 방 1, 2개 씩이다. 800∼1000위안(약 12만∼15만원)에 달하는 10평 주택의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3∼5평의 ‘벌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도시 진출 조선족 가운데 90%는 ‘내 집’이 없다. 25∼30평 규모의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 보통 50만∼80만 위안(약 7,500만∼1억2,000만원)으로 600∼1000위안 수준의 노동자 월급으로는 평생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기 때문이다.


궁색한 생활, 대부분 한국관련 일 종사

조선족들은 주로 한국 기업에서 통역을 맡거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직원으로 일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일종의 ‘공생 관계’를 이루며 사는 셈이다.

조선족들이 한국상사 주재원들 거주지 주변에 몰려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족들은 중국의 56개 민족 들중 생활수준이 가장 높은 편이다. 도시로 진출한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데다 10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 체류 조선족들이 보내오는 송금액도 한 몫하고 있다.

조선족 관계자들이 옌볜 자치주 재정의 3분의 1은 한국에 들어간 조선족들이 부쳐오는 송금액에서 나온다고 밝힐 정도로 조선족은 한국과 한국 기업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조선족과 한국인들간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있다. 조선족들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마치 하인 부리듯 한다며 돈 때문에 일한다고 해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조선족들도 현지 사정에 어두운 한국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도 한다.

한중수교 이후 전체적으로 조선족의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에서 140여년간 이루고 살았던 ‘조선족 공동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50년대 초 75% 이상이 조선족이었던 옌지는 현재 전체 인구 38만명 중 조선족 비중이 38%로 줄어들었다.

옌볜 자치주의 280만 인구 가운데 조선족은 30%도 채 안되는 83만명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조선족이 맡고 있던 중국 공산당 지린 옌볜 자치주위원회 당 서기는 조선족에서 한족으로 바뀌었다. 동북 3성에 산재한 4,000여개의 조선족 마을은 최근 10년 새 절반 수준인 2,000여개로 줄어들었다.

입력시간 2002/08/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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