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키재기 무의미, 이젠 윈윈 게임이다

한·중 경협의 과제…산업자원 활용으로 경쟁력 강화에 힘써

한ㆍ중 관계가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면적인 협력’ 관계로 격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가입함으로써 경제 개방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산업적인 보완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한국과의 경제 교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한중 교역은 2001년의 323억 달러보다 세배 이상 늘어난 1,02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차이나쇼크는 우리에게도 기회

이젠 중국 경제의 향방이 우리 경제의 주요 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도 많이 제시되었다.

다양한 언론 보도를 통해 경제규모 및 산업 경쟁력 면에서의 중국의 빠른 부상이나 상하이(上海)의 마천루에서 서부대개발의 현장인 실크로드까지 중국 경제의 다양함을 소개하는 뉴스는 어느 정도 공지의 사실로 되었다. 덕분에 이른바 ‘차이나 쇼크’도 많이 진정된 느낌이다.

한발 더 나아간 관심은 중국의 성장이 우리에게 기회냐 위협이냐라는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년을 평가해 볼 때, 중국의 성장이 우리에게 준 기회에 대해서는 별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10년간 7배 가까이 늘었을 뿐 아니라, 최근 매년 5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을 통한 재수출 등을 포함하면 흑자규모가 100억 달러가 넘는다는 것이 중국 측의 주장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 누계도 50억 달러를 돌파하여,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용이나 광대한 시장이 주는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준 기회는 흔히 얘기하듯 13억 인구의 광대한 시장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한국이 고도 성장하는 중국에 필요한 부품, 원자재, 기계설비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양국간의 보완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임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성장이 우리에게 주는 위협에 대해서는 주로 중국의 빠른 산업 발전으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우리 상품을 구축(驅逐)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향후 수년 내에 우리의 주요 산업이 중국에 의해 추월 당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그러한 위협이 현실화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즉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한ㆍ중 양국의 최대 시장인 미국과 일본 시장을 보더라도 1990년대 미국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급증하는 동안 일본, 아세안, 대만의 점유율은 분명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시장의 점유율 또한 5% 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위협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욱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이미 중국의 위협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산업구조고도화는 중국의 추격이나 위협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살아 남기 위해서 넘어야 할 불가피한 도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중국의 추격은 오히려 우리 구조고도화를 촉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지난 10년간 노동집약적 산업 일부는 중국으로 이전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국내 투자는 보다 자본, 기술 집약적 방향으로 집중되었던 것이다.


경쟁력 있는 자원활용 구조 구축해야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우리에게 준 기회와 위협을 위와 같이 평가할 때,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의 계속되는 추격과 위협에 맞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느냐가 또 하나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그 화두에 대한 모범답안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윈-윈(win-win) 게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윈-윈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해답이 없다.

중국과의 윈-윈 게임을 디자인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는 그 ‘게임’을 보는 우리의 시야를 보다 글로벌화한 차원의 문제로 넓히는 것이다. 국가간의 통상이나 자본 이동의 장벽이 날로 낮춰지고 있는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경쟁이란 과거보다 훨씬 보편적이고 항상 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특정 국가와의 키재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과 중국은 각각 IMF 체제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맞으면서 글로벌화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두 나라는 모두 글로벌 경쟁이라는 보다 큰 게임의 출발선에 서 있다.

여기에서 하나의 모범답안처럼 되어 있지만 아직 내용이 공허한 이른바 한ㆍ중간 ‘윈-윈 게임’의 해법이 보인다.

즉 글로벌 시대의 특정 두 나라간의 경쟁 형태는 산업간의 키재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경쟁력 있는 자원을 서로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과거 10년 동안 한중간의 지리적 인접성과 산업의 보완성이 주는 기회는 증명되었다.

이는 21세기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벌여야 하는 ‘윈-윈게임’에서도 최선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그 속에서도 양국간에 경쟁할 것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20세기적인 산업 경쟁력의 강화라기보다는 자본과 기술의 이동이 자유로운 새로운 환경 하에서 누가 더 자본과 기술의 유치에 매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시스템 경쟁이 될 것이다. 산업 경쟁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조정 경쟁인 것이다.

중국은 지나간 10년보다도 더욱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쟁은 양국이 서로 마주보면서 벌이는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이라는 트랙에서 서로 나란히 서서 벌이는 게임이다. 양국의 기업이 자유롭게 상대의 경쟁력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한중 ‘윈-윈 게임’이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입력시간 2002/08/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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