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일등제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적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 밀착형 마케팅으로 승부

“국내에서 일등 제품이 아니면 중국에서도 살아 남을 수 없다.”

중국시장은 세계 기업들의 치열한 격전지다. 국내 내로라는 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 부치고 그들의 입맛을 끌고 소비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인 채용과 제품명 등에까지 현지 정서에 맞는 마케팅 전략은 이젠 필수다.

중국 내 판매망 구축과 유통체계 확충은 꾸준한 투자와 현지 업체들과의 끈끈한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중국 끌어안기 전략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인 입맛 사로잡은 초코파이

한국 특유의 정(情)문화를 대표하는 상품 ‘초코파이’가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이번엔 상하이(上海)에서 중국인 입맛에 찡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동양제과는 허베이(河北)성 랑방경제개발구의 제1공장에 이어 9월말 상하이 청포공업원구에 종합제과 현지 생산 기지인 제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 중국에서 ‘제과왕국’으로 성장하려는 야무진 꿈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1995년 12월 중국 허베이에 현지법인 오리온식품유한공사(OFC)를 설립한 동양제과는 대표 상품인 ‘초코파이’의 중국식 이름을 짓는데 만 3개월 이상을 끌어야 했다. 생활에 밀접한 기호 식품이라는 점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밀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제품명을 짓기란 결코 쉽지않은 고민거리였다.

그러다 결국 낙점 된 것은 오리온과 비슷한 발음과 우정(友情)이라는 의미를 가진 ‘하오리요우(好麗友ㆍ좋은 친구)’. 당시 중국 최고의 인기 케이크 제품인 ‘하오리요우 (오리온 초코파이)’가 처음 중국상표로 등록된 것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최근 중국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 실시한 2001년 주요도시 소비자 조사 결과, 케이크류 부문의 시장점유율,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구매율, 브랜드 성실도 등 전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97년 중국인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하오리요우 파이’는 지난해 전체 케이크류 제품 중 시장점유율 63%라는 막강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 현지사무소를 둬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동양제과 중국현지법인 OFC의 올해 예상매출 목표는 한 화 600억원 대로 지난해 보다 두 배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식료품업계 단일 품목 중 지난해 최고의 인기 제품인 롯데 자일리톨껌도 광활한 중국 껌 시장 장악에 도전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현지법인 르톈스퉁(樂天四通)공사는 8월9일 베이징에 연산 100억원대 규모의 자일리톨 껌 공장 기공식을 가진데 이어 신제품 발표회를 잇따라 갖는 등 현지 마케팅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롯데는 현재 각종 껌 류를 비롯 초코파이, 크림케이크, 코알라 마치 등 비스킷류 등을 현지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껌ㆍ라면시장서도 ‘매운맛’

자일리톨 껌의 중국상륙은 현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1997년 카페커피 껌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롯데는 중국인들의 금연운동 바람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당시 금연 포스터의 소재로 활용된 롯데 카페커피껌은 이 포스터가 제10차 세계금연대회의 공식 포스터로 선정된 후 최고의 인기품목으로 꼽혔다.

최경인 롯데제과 차장은 “내년 4월 베이징에 제3공장이 가동돼 이곳에서 생산한 자일리톨 껌이 중국시장에 판매될 경우 지난해 미국 리글리사에 내줬던 중국 껌 업계 1위 업체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지난해부터 대(對) 중국 껌 수출을 현지생산으로 전환한 롯데는 자일리톨껌의 중국상륙으로 국내처럼 중국에서도 자일리톨 껌 붐이 일어날 것을 사뭇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자일리톨 매출액 목표를 2,000만 달러 규모로 잡고 중국 전역에 TV와 차량광고 등을 통해 ‘자일리톨 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심 신라면 역시 중국에서 그 매운맛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면발’과 매운맛으로 국내 최고인기 제품인 농심 신라면은 중국에서도 그 명성 그대로 최고의 라면으로 꼽히고 있다. 상하이의 유통중심지인 구베이 까르푸 매장이나 베이징 국제무역전시센터 옆에 있는 까르푸 매장 등 내로라는 대형 할인점 등을 방문하면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는 신라면이 빠지지 않고 진열돼 있다.

‘면발’이라면 중국 제품도 빠지지 않는 현지 라면시장에서 독특한 매운맛의 농심 신라면은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국내 1위 제품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농심은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중국인들을 위해 ‘덜 매운’ 신라면을 개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운 걸 못 먹으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는 주제의 TV 광고를 통해 중국인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매운맛이 최고의 경쟁력인 만큼 당장은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본질’을 바꾸지 않겠다는 전략을 밀고 나가고 있다.

최호민 농심과장은 “중국 라면보다 70% 정도 가격을 높게 책정, 대도시 중산층 이상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현재는 중국 상하이와 심천 등 큰 도시의 대형 할인점들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앞으로 점차 내륙시장 공략을 위한 유통망 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할인매장등 유통업체 성공 정착

국내 대형할인점의 대명사 신세계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진출한 이래 중국에 진출 한 유일한 한국 유통 대표업체로 손꼽힌다. 중국 이름은 ‘이마이더’(易買得)로 상하이 현지어로는 ‘이마떠’로 원어 발음에 가까운데다 ‘쉽게 살 수 있다’는 의미를 가져 눈길을 끈다.

이마트는 지난 4년간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판매하는 상품 군 역시 중국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빨간색을 유난히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국내 백색가전을 ‘적색 가전’ 중심으로 진열판매하는가 하면 ‘8’이란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가격대 역시 끝자리를 9원대신 8원에 맞춰 판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호기심 많은 중국인들의 구미를 끌기 위해 국내 점포와 달리 진열대마다 매일 2, 3개의 신상품을 갖다 놓아 고객들의 발걸음을 잡고있다.

김자영 신세계 주임은 “상하이 이마트점은 시연판매나 시식코너가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대륙적(?)”이라며 “최근엔 연어구이를 시식대에 내놓자마자 30분 동안 50㎏이 나가는 ‘기록’을 세웠다”고 그 열기를 설명했다.

이마트 등 중국진출 기업들은 소수의 관리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데다 현지 관습과 풍속을 존중하는 등 지역 밀착형 마케팅 전략에 전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국내 최고의 TV 홈쇼핑 채널인 LG홈쇼핑은 물론 게임, 벨소리 등 온라인 서비스 업체, 외식업체, 의류업체까지 앞 다퉈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LG홈쇼핑은 연말까지 중국 베이징(北京)TV와 합작법인을 설립, 내년 초부터 홈쇼핑 방송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도 3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중국 홈페이지를 개설, 6개월간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 게임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인 GV도 중국 게임업체 성대와 ‘포트리스2 블루’의 중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 테스트를 실시중이다. 벨소리 다운로드 업체인 야호커뮤니케이션은 4월부터 중국 4대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톱닷컴’에 벨소리 음원을 제공 중에 있다.

유진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시장에서 1위가 아닌 제품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며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등의 여파로 세계 유수 기업들이 앞 다퉈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시장은 곧 세계경제의 각축장”이라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24 12:50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