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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년] 美·中 '중국 위헙론' 실체공방

‘중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 위협인가.’ 미국이 국제 정치의 흐름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옛소련을 대신해 미국과 겨룰 만한 세력으로 부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탈냉전 시대 세계 안보 질서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 실체를 갖는 개념인지, 아니면 옛소련의 붕괴 후 ‘새로운 주적(主敵)’을 찾아 나선 미국 보수론자들이 만들어 낸 허구인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끊임없이 ‘무서운 중국’을 떠올리는 미국과 ‘위험하지 않은 중화(中華)’를 애써 강조하는 중국 사이의 공방 자체가 이미 21세기 세계 안보의 역학관계를 읽는 틀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만 기습공격으로 미국개입 차단

미 국방부가 7월 12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간헐적으로 이어져 오던 중국 위협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총 A4 용지 56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대략’‘가능성’ ‘추정’ ‘예측’ 등과 같은 단어가 많이 들어 있다.

이 같은 단어의 선택에는 중국이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측면에서 여전히 비밀스럽고 투명하지 않아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반영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총군사비 지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이다.

미국은 중국이 3월 연간 총군사비로 2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공개한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보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3월 밝힌 것보다 더 많은 650억 달러에 달하며, 2030년까지는 군사비 지출을 3, 4배 수준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감춰진’450억 달러를 인민해방군의 현대화에 투입, 동아시아의 패권을 거머쥘 미래를 위해 대비하고 있다는 게 미 국방부의 생각이다.

중국군의 현대화가 방어가 아닌 공격 강화에 맞춰져 있다는 것도 이 보고서의 핵심을 이룬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 해방군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기습작전으로 대만을 점령, 정계 및 군부 지도자들을 일거에 암살한 뒤 통일 담판 수용을 압박하는 속전속결 전략(斷頭戰略ㆍ단두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전자전, 스텔스 전투기, 크루즈 미사일, 잠수함, 헬기 등의 공격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이동식ㆍ다탄두 발사 대륙간 탄도탄(ICBM) 및 잠수함 발사 탄도탄 등 무기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위협론은 미국의 음모” 불쾌감

이 보고서가 발표된 후 중국은 정부 공식 논평과 언론을 총동원,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의 쿵취안(孔泉) 대변인은 7월 1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냉전적 사고로 가득찬 사악한 것”이라고 논평,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인민 해방군 창군 75주년 기념일인 1일 “중국 위협론은 사악한 음모”라고 못박았고, 같은 날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은 절대 미소 냉전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또 “중국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패권을 다툴 생각도 없다”며 “인민해방군의 군사전략은 방어 개념에 입각한 것이며 무기도 방어 작전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측은 나아가 국력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중국이 세계는 고사하고 아시아에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중국 무해론’을 펴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49%로 선진국 평균(3%)의 절반을 밑돌뿐만 아니라 미국의 9분의 1, 일본의 2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중국측의 설명이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GDP는 세계의 4분의 1이며 군사 비용은 주요 8개국의 총합보다 많다”며 오히려 ‘미국 위협론’이 비등해야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관계, 견제필요성 강조

미국이 중국을 경계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환구시보가 “중국 위협론은 중미관계가 좋아질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흘러간 노래”라고 지적한 대로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위협론은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한 1995~96년, 화교출신 미국인 과학자 리원허(李文和)의 핵 탄도 미사일 관련 기술 유출 의혹 사건이 터졌던 1998~99년은 중국 위협론이 부각하던 대표적인 시기였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관계’로 규정했던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이 문제가 양국간 심각한 마찰을 초래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부시 정부가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을 채택하고 미중 관계를 ‘전략적 경쟁관계’로 규정하면서 중국 위협론은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4월 미군 정찰기와 중국군 전투기 충돌사건은 미사일 방어(MD) 구축 등 군사력 증강을 주도하는 미국 내 매파들이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최상의 호재로 작용했다.


“우리는 군사 약소국” 몸 낮추는 중국

중국 위협론의 전개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위협론의 허구를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정부나 공산당, 언론, 학자들은 한결같이 미국ㆍ 일본과의 국력 및 군사력 격차를 강조하는 데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시사주간지 랴오왕(瞭望)은 지난해 ‘21세기 세계 주요 국가의 종합 국력 비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2050년에 이르러서도 미국과 일본을 추월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현대국제관계연구소는 최근 경제ㆍ군사ㆍ과학기술ㆍ자원 등 4개 분야에 걸쳐 주요 7개국의 국력을 종합 분석한 결과 중국은 미국의 25%, 프랑스ㆍ영국ㆍ독일의 50%, 러시아의 75%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이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미국에 필적할 만한 국력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몸 낮추기의 이면에는 중국 위협론의 부상이 자칫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데다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중국 나름의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여기에 중국군의 증강 측면을 과도하게 부각할 경우 대만의 독립 바람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립보다는 ‘중국 무해론’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예봉을 피하는 정책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천펑쥔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일본 자본이 미국을 집어 삼킬 듯 맹위를 떨치던 1980년대 미국의 지식 사회를 압도했던 ‘사무라이 공포’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듯이 중국 위협론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며 “중국 위협론은 실체없는 막연한 이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승일 기자 ksi8101@hk.co.kr

입력시간 2002/08/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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