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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미국적 잣대의 시장질서를 심판한다

■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인가
(칼 폴라니 지음/홍기빈 옮김/책세상 펴냄

세계화는 득(得)인가, 실(失)인가.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문제다. 얼마 전 런던 경제정책연구소(CEPR)는 급속한 세계화가 지구 전체의 빈곤 인구 비율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세계화는 비용이 들지만 엄청난 혜택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세계화가 국가 간 빈부차를 더 크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대부분 아프리카 때문이라며, 아프리카의 경제 침체는 세계화의 구조적 산물이 아니라 세계화에 뒤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구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국적을 초월한 기업과 자본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세계화는 이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대세인 것이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세계화가 반드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느 것은 아님 또한 확실하다.

'이러한 세계화 시대에 칼 폴라니(1886~1964)의 생각은 어떤 함의를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을 엮었다는것이 옮긴 이의 말이다.

왜 폴라니인가? '누구보다도 먼저 시장이라는 유토피아를 극복하는데에 필요한 지적 자산을 준비했을 뿐 아니라 평생 동안 그 거대한 풍차에 집요하게 창을 겨누고 달려들었던 사람'이라고 옮긴 이는 설명하고 있다. (옮긴 이는 책 말미에서 돈키호테에 견주었던 이 같은 비유를 취소하고 대신 '열자(列子)'에 아노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일화로 대체한다.

폴라니의 사상이 현대 주류 경제학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갖지만, 그 자체로서 충분히 가치를 갖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헝가리 태생의 폴라니는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 1947년부터 6년간 칼럼비아 대학에서 경제사를 강의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자유주의적 시장 질서로 몰고 가려는 미국의 시도에 반대하고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다원적인 세계 질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연 생태계가 다양한 원리 속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되듯 인간의 경제 역시 다양한 원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폴라니의 사상은 실로 방대하다. 인류학, 정치 사회학, 국제 정치학, 사회 사상사, 경제학 등 각 방면에 걸쳐있다. 이러한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해설을 겸한 편역서로 이 책을 준비했다고 옮긴 이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폴라니의 사상 가운데 핵심적인 글 다섯 편을 발췌해 엮은 것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그런대로 알 수가 있다.

1장 '낡은 것이 된 우리의 시장적 사고 방식'(1947)은 시장 신화를 비판해 온 폴라니의 연구를 쉽게 요약하고 있다. 근대인들에게 하나의 신화처럼 굳어져 버린 시장이라는 신화가 그릇된 허구에 바탕을 둔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2장 '거대한 변형'(1944)에서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정치 경제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중적 운동과 자기 조정 시장의 개념을 보여주는 글을 뽑았다.

3장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노트'는 1932년부터 수년 간 마르크스주의를 새롭게 이해하면서 쓴 글이다. 사회주의자로서의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4장 '우리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의견들'(1925)은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 기관지에 발표한 것으로, 중앙 계획전인 국가 사회주의를 대체하는그의 사회주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5장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1945)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그의 사상의 핵심이다. 그는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시장 자본주의 세계 체제 대신 민주적인 계획경제를 가능케 할 지역주의적 세계 질서 수립을 기대했다.

6장은 폴라니의 딸인 키리 폴라니 레비트 교수 등이 정리한 폴라니의 삶과 사상이다. 간략한 전기다.

이미 언급했지만, 폴라니의 사상은 방대하고 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옮긴 이가 쓴 '해제- 칼 폴라니의 시장 자본주의 비판'은 이런 어려움을 어느 정도 덜어 준다.

석사 논문으로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 19세기 금 본위제를 중심으로' 쓴 옮긴 이는 폴라니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편역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난해하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읽다보면 '시장은 과연 유토피아인가'라는 그의 의문에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8/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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