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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년] 인천 차이나 타운

수교 뒤 활기 되찾으며 관광객 등 발길이어져

‘한국 속의 중국’인천 차이나타운이 뜨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한때 ‘청방’으로 불리며 1만 명이 넘는 화교가 모여 살던 곳이다.

현재는 과거의 화려한 명맥만 유치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이곳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주말이면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하며 자장면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영화나 TV 드라마 촬영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 화교 2000여명중 500여명 거주

인천역에서 내려 광장으로 나오자마자 커다란 중국식 대문 ‘파이루(牌樓)’가 보인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4개의 붉은 기둥 위에는 ‘중화(中華)’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차이나타운의 입구를 알리는 글이다. 파이루를 들어서자 마자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한자로 표기된 각종 간판들은 마치 중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 만난 화교 3세 손순자(44)씨에 따르면 현재 인천에 살고있는 화교는 어림잡아 2,000여명 정도. 대부분이 산둥(山東)성 출신이다. 이중 500여명이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는 북성동과 선린동 일대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차이나 2길은 자장면 거리로 유명하다. 현재 이곳에서 운영중인 레스토랑은 10여개 정도. 자금성을 비롯해, 태화원, 상원 등이 성업 중이다. 차이나길로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자장면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붉은색을 경사스럽게 생각하는 중화인들의 생활습관 탓인지 간판이나 외벽, 심지어 내부 장식도 붉은색으로 치장돼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국 영화에서 봄직한 2층집 건물도 군데군데 눈에 띠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 한약방과 골동품 상점이 나타났다. 차이나 1길과 2길의 사이에 위치한 쿵푸 도장에서는 청년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이 도장의 필서신 관장은 “틈나는대로 수련생들과 함께 인천역 광장에서 사자춤 공연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고급승용차들로 문전성시”

요즘 차이나타운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고 있다. 물론 예전 명성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된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한때 이곳은 화교들의 천국으로 불렸다. 내리(현재의 내동)와 외리(현재의 경동) 일대까지 화교들이 거주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당시 유명했던 청요리집으로 중화루나 공화춘 등이 꼽힌다. 이 음식점의 경우 전국의 미식가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수백개의 색등이 걸린 업소마다 고급 승용차가 넘쳐 났다. 풍미를 운영중인 한정화(57)씨는 “골목마다 각종 음식점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그 앞에는 서울 의 고관대작들이 타고 온 고급 승용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중국과의 수교가 단절되면서 점차 명성을 잃어갔다. 당시 상당수 중국인들이 국적을 대만으로 바꾸거나 가게를 포기한 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일이 속출했다.

그러다 한중수교 이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의 한국단체여행이 허락되는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이곳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손덕준 자금성 대표는 “차이나타운은 이미 인근 명소가 됐다”며 “주말이면 자장면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황을 묻는 문의전화도 수시로 받는다. 그는 “중국에서도 문의전화가 온다”며 “본토로 갔던 화교들 중 상당수가 차이나타운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촬영장소로 각광, 개발바람으로 술렁

차이나타운의 유명세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곳을 주제로 촬영한 영화로는 ‘북경반점’을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가을 개봉 예정인 ‘유아독존’ 등이다.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을 비롯해 ‘유리구두’도 이곳에서 찍었다. 상복전 상원 대표는 “밝히지도 알았는데 가게를 둘러보고는 드라마속 장소임을 알아본다”고 귀띔했다.

인천 중구청은 차이나타운을 관광 명소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미 상당한 예산을 들여 일대 도로를 정비했고 가로등도 설치했다. 중화기독교회는 자유공원을 잇는 길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

중구 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을 관광특구로 지정해 인근 명소로 키울 계획”이라며 “이미 중국 웨이하이(威海)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의 명물인 파이루와 공자상도 이 같은 개발을 약속하고 웨이하이시로부터 기증 받은 것이다.

최근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투자 문의도 늘고 있다. 중국계 투자기업인 ㈜동방기업은 50만달러를 들여 차이나타운에 전통 풍물상가 건물을 짓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수백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호텔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인근 땅값도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중계업소들은 현재 이곳에는 평당 2,000만원 상당의 ‘금싸라기 땅’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아직까지 공식적인 거래는 없는 상태다.

차이나타운 화교들은 최근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희망반 우려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필명안 인천화교협회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며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이나타운은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수교 10주년 맞아 '속앓이' 하는 차이나타운

한ㆍ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양국이 우호를 더욱 돈독히 하는 분위기이지만 가장 좋아해야 할 차이나타운은 정작 속앓이를 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한 업주는 “한중 수교 10주년은 분명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차이나타운에서 공식 행사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명안 인천화교협회 회장에 따르면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화교 학교는 대만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의 교제는 물론이고 집기들도 상당수 대만이 지불한다. 대만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또 현재 차이나타운 화교들의 국적은 상당수 대만이다. 1세들이 본토인 산둥성에서 건너온 것은 사실이지만 6ㆍ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대만으로 국적을 바꿨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08/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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