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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10년] 균형외교로 분쟁소지 없애야

탈북자 문제·무역 불균형이 최대 현안, 상호신뢰 구축 필요

한국과 중국은 지난 10년간 외교와 경제 분야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왔다. 수교 전까지 북한 일변도의 외교 노선을 견지하던 중국은 수교 이후 ‘북정남경(北政南經)’이라는 절묘한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 실리 위주의 남북한 균형 외교를 펼쳤다.

최근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군사ㆍ정치 분야를 제외하고는 북한 보다 오히려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아직 몇 가지 현안에서는 풀지 못하고 있는 실타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탈북자 문제와 마늘 협상을 비롯한 통상 불균형 문제다.


한중마찰로 이어지는 탈북자 문제

탈북자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속 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골치거리다. 중국과 북한은 오래 전부터 중국에 불법 입국한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강제 송환 협정을 체결, 시행해 왔다. 그러나 한국측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지 요구가 거세지고, 중국 내 탈북자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가 각국 언론을 통해 세계에 알려지면서 중국의 고민은 깊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제 인권 단체나 전문 브로커를 통한 ‘기획 망명’이 급증하면서 탈북자 문제를 놓고 한ㆍ중간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그간 탈북자 문제는 중국 정부의 오랜 고민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처리가 돼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각국 대사ㆍ영사관을 통한 기획 탈북 러시는 세계 언론을 통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단지 북한과 국경이 접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주민들이 몰려와 민생 치안을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 이들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여지가 있어 억울하다는 것이다.

중국측은 그동안 탈북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국경 지역의 경비를 강화하는 한편, 검거된 탈북자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강경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그런 극약 처방에도 탈북자 수가 줄지 않고, 조직을 통한 대규모 기획 망명이 잇따르자 당황해 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중국 보안 요원이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침입해 탈북자들의 강제 연행 과정에서 한국 외교관과 기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 한국과 국제적 사회에서 문제가 되면서 중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유치 등으로 유연한 정책

최근 한국과 중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있어 우호적인 해결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탕자쉬안 중국 외교부장이 8월 2일 서울을 방문,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과 선양 영사사무소의 총영사관 승격, 양국 외교ㆍ국방 부분 국장 회담 정례화 등의 실질관계 발전에 합의했다.

선양 총영사관 승격은 중국 동북 3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중국 동포 및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탕자쉬안 부장의 방한을 전후해 중국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주에 구금됐던 천지원 전도사의 한국 추방을 결정했고, 7월 11일부터 베이징의 한국 공관에 잇따라 진입했던 탈북자 11명의 한국행도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정책을 견지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 등 국제적인 입지를 넓히려는 행보를 취하고 있어 탈북자에 대해 강제 추방 같은 가혹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루트를 통해 탈북자 문제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CHR) 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탈북자들의 난민 지위 인정을 간접 지원함과 동시에 중국 정부와의 비공개적인 외교 협상도 계속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마늘분쟁은 중국측 불만의 표시

한ㆍ중간의 첨예한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마늘 문제는 탈북자와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1993년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간에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 상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연간 130억원의 무역 흑자를 올리고 있다. 중국측 입장에서 보면 뭔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충분히 갖을 만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마늘의 한 해 총 수입액은 고작 1,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한 해 무역 흑자액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이 마늘 문제를 통상 현안으로 문제 삼은 것은 그간 한ㆍ중간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중국측의 내재적인 불만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정부가 마늘 협상에서 통상력의 부재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중국산 마늘 수입 자유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명분 보다는 실리’를 갖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한ㆍ중 양국간에는 당분간 무역 불균형으로 인한 분쟁의 소지가 많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는 물론이고 어로 분쟁, 조선족 대우 문제, 대만 관계 등 민감한 사안마다 중국측에서 무역 불균형을 빌미 삼아 과도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앞으로 마늘 뿐 아니라 양국 무역 관계가 점차 호혜와 균형을 유지해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우리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책에 비중 둘 듯

이동률 동국여대 교수(중국학)는 “중국은 21세기 들어 ‘가난한 대국’에서 ‘부강한 대국’으로, ‘비주류의 수장’에서 ‘초강대국’으로 발돋움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러한 의지의 첫 시험대로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은 한ㆍ중 동반자 관계와 한ㆍ미 동맹 관계의 이중 구조 속에서 양자 택일을 요구 받는 사례가 늘 수 밖에 없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중국 고위층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 및 상호 신뢰 구축이 절실하다”며 “외교 정책이 대외적으로 표출돼 논란이 될 경우에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일관적인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8/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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