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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법무장관 날릴까?

한나라당, 법무장관 날릴까?

병풍 정국에 기름부은 '이해찬 입'

검찰 수준에서 맴돌던 병풍(兵風) 논란이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돌출 발언’으로 대선 정국에 핵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신당 창당 등 대선 초읽기에 들어간 미묘한 시점이라는 점을 의식, 병풍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활을 건 극한 대결에 돌입했다.

김대업씨의 녹음 테이프 공개로 수세 국면으로 몰렸던 한나라당은 이해찬 의원의 뜻하지 않은 ‘검찰의 병풍 재점화 요청 발언’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8ㆍ8 재보선 이후 연일 병풍 공세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은 흩어진 전열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민주당과 청와대에 직격탄을 쏘아 붙였다. 한나라당은 병풍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지검 박영관 특수 1부장 유임에 반발, 8월 23일 김정길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장대환 총리서리 인준 부결과 박지원 비서실장 퇴진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이는 6ㆍ13지방선거와 8ㆍ8재보선 완승 이후 한나라당이 취했던 그간의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잇단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그간 다수당으로서 교만하지 않으려고 가급적 낮은 자세로 임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 한나라당이 주저없이 다수당의 힘의 논리를 구사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병풍 공세가 아프게 다가 왔었음을 보여준 반증이다.


한나라당 쾌재, 정국 극한 대립

실제 김대업씨의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상당한 위기감이 일어 났었다. 노풍이 가라 앉은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던 이회창 후보의 여론 지지도가 반전되기 시작했는가 하면, ‘이회창 대세론’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던 한나라당 안팎에서 ‘이회창 사퇴론’까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이해찬 의원의 실언이 나오게 된 상황도 이회창 후보가 낙마할 것이라는 정황을 기자들에게 강조하려다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이해창 의원의 병풍 발언을 빌미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신당 창당 등 예민한 시기에 이회창 후보가 또 다시 병풍 올가미에 걸려든다면 대선까지 만회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감 위기감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모든 당력을 병풍 역공에 모을 계획이다.

병풍 역공세의 최우선 타깃은 청와대다. 이번 병풍 재점화가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컨트롤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정길 법무부 장관을 같은 자리에 재기용한 것은 청와대가 정치 검찰을 이용해 병풍을 이슈화 함으로써 이회창 후보를 낙마 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치공작은 DJ 뜻" 주장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8월 23일 청와대 앞 항의시위를 벌이며 전달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질의서’에서 “이해찬-박영관 간의 검은 커넥션이 웅변하듯 병풍 조작 사건의 본질은 추악한 정치 공작”이라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박 실장과 김 법무부 장관의 해임 등 7개항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병풍 신당 신북풍 검찰 편중 인사 등 모든 정치 공작은 대통령의 뜻이고 총괄 지휘는 박지원 비서실장이 하고 있다”며 “이는 대선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범법 행위를 한 박영관 검사를 유임한 것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장대환 총리서리 인준 부결과 김정길 법무장관의 해임안 관철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뒤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하는 방식으로 점차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갈 계획이다.

민주당은 신당 창당 분란에 이해찬 병풍 발언까지 터지자 난감해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의 돌출 발언을 아쉬워 하면서도 김 법무부 장관 해임안 제출을 ‘병풍 의혹을 호도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고 실력저지 등 맞대응을 불사할 태세다.

따라서 병풍의 진실은 ‘위법을 저지른 이회창 후보에게 있다’는 전제 하에 천만인 서명운동을 지속하는 등 병풍 공세의 강도를 높여 가기로 했다. 또한 문제가 됐던 가회동 호화 빌라의 실 소유자가 이회창 후보라는 새로운 제보가 접수됨에 따라 병역 비리 외에 빌라 문제 등 이회창 후보의 5대 의혹에 대해 지속적인 진상 규명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의 부패를 덮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를 도구화하고 국정을 혼란 시켜 비리를 밝히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의원 개개인이 당 대표라 생각하고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모아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검찰 중립성에 상처, 파괴력 약해질 듯

이제 병풍은 검찰의 선을 넘어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은 검찰의 중립성 문제가 불거진 만큼 어떤 결과를 나오든 병풍의 파괴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나라당이 박 부장이 지휘하는 수사 결과가 청와대와의 합작품이라며 의미를 축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어차피 병풍이 정치권으로 퍼져 나감으로써 검찰의 수사가 더욱 정교하고 충실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검찰이 웬만큼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 있어 사활을 걸고 수사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병풍은 12월 대선의 핵심 이슈의 하나로 떠올랐다. 과연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디까지 진실을 벗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8/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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