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경호, 통제 줄이고 개방적 면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4박5일 극동지역 투어는 휴가를 겸한 현장학습의 성격이 강했다. 김 위원장 수행인원은 지난해 시베리아 횡단 때와 비슷한 140여명이었지만, 김영춘 총참모장, 김용순 대남비서,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 등 당ㆍ정ㆍ군 핵심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8월 20일 아침 22량(러시아 제공 6량 포함) 짜리 중무장 특별열차를 이용해 국경역인 하산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와 아무르까지 올라간 뒤 하바로프스크를 거쳐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 북ㆍ러 정상회담을 갖고 24일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러시아측은 김 위원장의 열차가 지나가는 철로변 50m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비공식 방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5박26일간 2만여㎞를 달렸던 지난해의 7분의 1에 불과한 3,000여㎞의 여행을 했지만, 훨씬 개방적 면모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연히 만난 러시안들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었는가 하면,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방문했고 성화인 ‘이콘’을 선물 받은 뒤 “평양에 정교회 성당을 지어 걸어놓겠다”고 약속하는 ‘파격’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8월 21일 아무르 강을 유람하면서 “열차 여행을 하면 그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서 “다음 모스크바 방문 때는 비행기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해 자신의 고소 공포증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평양에서 직송된 무장 벤츠 승용차를 타고 수호이 전투기 공장, 러시아 극동군구 및 태평양함대 사령부 등 군사시설과 통신 케이블 공장, 제약회사 등 경제시설을 잇달아 시찰했다.

이어 8월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쇼핑센터를 방문, 지역 특산품을 상품화하는 비결이 뭔지를 탐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에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과도한 경호와 통제도 눈에 띄게 줄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이동준 기자

입력시간 2002/08/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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