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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여론조사의 ‘여론현혹’위험성

현대 민주주의는 여론 정치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확인해보는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또 그만큼 후보 진영은 물론 언론에서도 여론 조사를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어 왔다.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의 여론이 선거 과정에 반영되고, 후보들도 민심을 바탕으로 정치를 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선거를 지나치게 순위 매기기 위주로 끌어가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을 흔히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경마에서 1등, 2등 등수를 매기듯이 후보들의 인기 순위만을 보도하게 되면 후보들도 정책이나 능력 대결보다는 공약 남발이나 이미지 조작 등을 통해서 등수 올리기에 열중하게 됨으로써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의를 헤아리는 중요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론조사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들도 많아졌다.

요즘에는 여론조사 기술도 많이 개선되었고, 여론조사기관들이 객관성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므로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의심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를 바르게 볼 줄 안다면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도 아주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를 바르게 보는 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유권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쉽게 여론조사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신뢰수준과 오차범위라는 용어의 뜻을 잘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1,000 명을 표본으로 해서 조사를 한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가 플러스 마이너스(±) 3.1%가 된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 갑 후보가 30%의 지지도를 얻었다고 하자. 이것은 1000명을 대상으로 해서 조사한 결과로 미루어서 3,000만 명인 유권자 전체의 실제 지지도가 30%에서 오차범위인 3.1%를 빼거나 더한 26.9%에서 33.1% 사이일 것이라는 뜻이다. 이 때 신뢰수준이 95%라는 것은 실제 지지도가 26.9%에서 33.1% 사이로 나타나는 게 거의 확실하지만 이 범위에서 벗어날 확률도 5%는 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두 후보의 지지도가 오차 범위 안에 있을 때, 다시 말하면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두 후보의 지지도가 3.1% 이내에 있다면 순위를 매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두 후보의 순위가 실제로는 바뀌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 진영에서 조사한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었을 경우에는 크게 의존하지 말고 참고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론조사, 제대로 읽으면 선택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맹신은 부화뇌동을 가져오기도 한다.

예컨대 여론조사에서 다수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를 승자편승(bandwagon) 효과라고 한다. 이른 바 대세론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론조사에서 뒤떨어지는 사람을 동정해서 지지하게 되는 경향도 나타나는데 이를 열세자 효과(underdog effect)라고 한다. 야당이라는 것만으로 지지하는 야당 프리미엄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것보다 더 문제는 여론 조사가 투표불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무임승차자(free-rider)들에게서 나타나는 경향인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우세할 경우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신이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당선에 지장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열세일 경우에도 나타난다. 이를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이 다수일 때는 의견을 쉽게 드러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소수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침묵의 논리에 의해 투표에 불참하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자신이 찍어도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모든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남들의 생각이므로 여기에 휩쓸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

더구나 우리 나라에서는 선거에 임박해서는 여론조사의 공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의 변화를 일반 유권자들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는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고, 투표 결정은 자신의 선택기준과 판단을 근거로 해야 할 것이다.

손혁재 시사평론가ㆍ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입력시간 2002/08/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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