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돌이 뻔숙이가 사는 법, So what?

세상이 뭐라해도 중요한건 나...

“필(Feel)만 꽂히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뭐 잘못인가요 (혼전 성 관계)…So what?” “6살 어리면 어때요. 누구보다 날 잘 이해하고 음~(?) 잘 맞으면 그만이지 (연하 애인)…So what?” “사랑엔 국경도 없는데 남녀 차별이 있을 수 있나요.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게 영원한 사랑이죠. (동성애)…So what?” “결혼 후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헤어지기 보다 젊을 때 미리 살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게 아닌가요 (대학생 동거)…So what?”


성에 대한 당당함, 나만의 개성 추구

개성에 대한 당당함과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 세상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만 선다면 사회적 선입견을 때려 부셔서라도 거침없이 살아가겠다는 ‘So what? 주의’ 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의식문화 코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So what?’은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정도의 의미다.

성에 대한 자유분방함, 다양한 취향과 나만의 개성 추구, 삶에 대한 주관적 해석 등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눈엔 행동 하나 하나가 화제이자 쇼크일지라도, 사회적 통념이나 여론몰이 따위가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수 없다는 것이 ‘So what?’의 자기애(自己愛)적 정체성이다. 이 같은 ‘So what? 주의’는 10ㆍ20대층뿐 아니라 개성을 갈구하는 30ㆍ40대 중반의 일부 전문인들 사이에서도 풍미 되고 있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격렬한 몸짓과 부킹의 물결이 멈추는 강남 논현동의 테크노바 언덕. ‘사랑은 시각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젊은 남녀들은 이른바 ‘필’이 꽂히는 순간, ‘직방(直房: 곧장 방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된다. 아리아리한 1970년대 통기타식 ‘사랑의 여운’은 지루한 슬로우 비디오다.

그러나 ‘직방’이 꼭 사귐의 조건은 아니다. “함께 밤을 보냈다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So what?” 좋은 색깔을 보면 좋아하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 피하는 직시성이 그들에겐 심미적인 사랑관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격을 하루 밤의 행위로만 평가하려 든 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것도 이들만의 자존심이다. 행위는 행위고 자신은 또 자신이라는 철저한 이분 법이 이들의 의식기조에 깔려 있다.


직방의 사랑…책임은 No

신촌 대학가 주변의 일부 하숙방에는 부모님이 고향에서 들이닥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 남녀혼숙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동거와 혼숙은 차별된다. 동거의 기준은 경제적 책임감이지만 혼숙의 기준은 서로에 대한 탐닉에 더 무게를 둔다. “결혼생활도 고시준비 하듯 미리 연습을 통해 인격을 다듬어 놓는 것이 현실적 인 것 아닙니까. So what? ” 이들에게도 규범은 있다. 혼숙 없는 동거는 토핑 없는 피자다.

종로 낙원동과 이태원 주변의 게이 바에는 트렌스젠더 ‘하리수의 신화’가 반쯤 벗겨진 포스터와 함께 걸려있다. 하지만 꼭 자신의 외모를 바꿔야만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게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 아닌가요. 이성이 아닌 동성간의 사랑이 어때서요. So what?”

연상ㆍ연하와의 사랑은 이미 TV소재로까지 다뤄지는 것이 일반적 사회분위기다. 사랑에 있어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은 미성년자나 불륜만 아니면 이젠 숨길 수 없는 위험수위에 까지 올라와 있다. “누나 집에서 반대해 우선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리기로 했어요. 남자가 나이가 많아야 하는 것이 사랑의 필수조건은 아니잖아요. So what?”


스캔들과 결혼 “무슨 상관인가?”

연예계에도 요즘 So what?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O양 비디오’로 더 알려진 탤런트 오현경이 9월초 홍승표 계몽사 회장과 결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는 물론 직장의 호사가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또 한 번 화제로 떠올랐다.

“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가정을 갖고 싶다. 돈과 명예가 다가 아닌 것을 깨달았다”고 사랑을 고백한 홍 회장은 오 양의 구기동 집에 ‘함’이 들어가던 8월19일 마치 영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에서 리처드 기어의 구애장면을 연상시키듯 합창단원들까지 동원, 개성(?) 넘치는 멋진 파티를 연출했다.

이날 ‘그 집 앞’ 골목에는 함잡이들이 몰고 온 차량과 동네 주민들이 북새통을 이뤄 작은 축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여하튼 홍 회장이 오 양의 마음을 훔친 데는 무엇보다 정감 넘치는 진솔한(?) 프로포즈였다. “현경이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다. 사랑하니까 나와 함께 (인생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든, So what?,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인기 연속극 ‘호텔 리어’의 실제모델로도 잘 알려진 홍 회장은 ‘O양 비디오’를 혹시 못 본 것은 아닌가.

물론 아니다. 그는 7개 여 월 고민 끝에 오 양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회의 편견과 말 많고 까탈스러운 여론을 ‘So what?’이란 무관심으로 한 방에 날려버렸다.

요즘 PD간 성 상납과 매매춘 건으로 벌집이 된 연예계는 대체로 “상처(이혼경력의 홍 회장은 최근 보석상태로 2차 공판을 남겨둔 상태)를 가진 사람끼리 만났으니 서로 위로해주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 등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홍 회장이 보인 ‘So what?’태도에 대한 냉소와 질시의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오 양의 남편은 좋겠네…밤이 무서워’라는 제목의 글(아이디:욱쓰~)을 통해 “문제의 비디오를 보면 장난이 아닌데…선수와 결혼해 좋겠네”라며 빈정거렸다.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baedw5329)은 “오 양 정말 선수다. 여자는 얼굴만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 되는 건가. 아직도 그 비디오 눈에 선한데…”라는 등 ‘쇼크’ 먹은 네티즌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공인의 입장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연예인들의 뻔뻔함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 그리고 무책임함에 대한 비난은 세월이 지나도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그러나 ‘So what?’에 대한 지지의 글도 눈에 띤다. “누구나 사랑할 권리는 있다. 결혼을 축하한다.

특히 남편 될 사람의 이해심을 존경한다. 사랑으로 감싸주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 좋겠다. So what? (아이디:조탁연)”


일반화된 연예계 So what 주의

‘So what? 족(族)’은 연예계에서 과연 O양 뿐인가.

2월 히로뽕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부산에서 드문 불출중인 ‘예진아씨’ 황수정은 최근 연인 강모 씨와 ‘연인처럼, 부부처럼’ 지내며 ‘무대’ 복귀를 준비 중이다.

강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예진아씨’와의 결혼에 대해 스스럼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린 결혼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결혼생활이나 다름없다. 결혼식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So what? ” 이는 간통 혐의까지 받은 자신들의 동거생활을 세상이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사회편견을 누른 당당한 승리의 제스추어다.

지난해 인터넷 최고의 인기 검색어로 뽑힌 또 다른 ‘비디오 스타’ 가수 백지영 역시 ‘눈물의 참회’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콘서트와 해외공연 등에 나서며 자신의 오점에 대해 ‘So what?’ 누구든 해 볼 테면 해보라지’라는 자세로 거침없이 활동하고 있다.

2월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또 한번 홍역을 치러야 했던 백지영으로 선 더 이상 ‘대시’외 엔 주저할 것 없는 관능(?)적인 표정이다.

또 지난해 가을 ‘삼각스캔들’이후 ‘진정한 사랑’을 연호하며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손태영도 9월부터 TV 연속극에 여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 돼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도 마약사범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탤런트 성현아와 가수 싸이 등도 한 번 왁자지껄 떠들고 지나가면 금방 잊혀지는 연예계 풍토 속에서 결국 한 번의 실수는 ‘So what?’인 셈이다.


뻔뻔함을 넘은 황색 마케팅

그러나 So what? 외침의 한 계를 뛰어 넘어 공인으로 자신의 과오에 대해 털끝 하나 부끄러움 없이 ‘상술’로 이용하는 뻔뻔한 ‘자가 발전형’ 사례도 있다.

자신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은빛의 16mm 비디오는 또 다른 하나의 섹스엽기충격 물로 꼽힌다. “나는 7명의 남자 톱 탤런트들과 섹스관계를 맺었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사람들이다. 마약에 취해 관계를 맺은 적도 있었다.” 은빛의 충격은 그나마 세상을 향해 So what?이라고 외치는 저항적인 순수성마저 발가벗긴 황색 마케팅의 선례다.

“모든 일을 세상 사람들에게 털어 놓으면 나를 보는 사람들 때문이라도 더 이상 마약에 찌든 생활은 안 할 것 같았다”는 은빛의 고백은 비즈니스 상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연예계에서 조차 손가락 질 당하는 지탄의 대상.

사랑을 나눈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벗고, 마약하고, 폭로하고, 유명해지는 것이 So what?’으로 이어진다면 더 이상 그 당당함은 없다.

‘O양 비디오’의 진짜 주인공 함성욱도 이 부류에 속한다. 비디오 출시(?)이후 그는 대담하게도 인터넷 성인방송국의 IJ(인터넷 자키)로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하더니 그 만의 ‘모든 테크닉과 경험을 담았다’는 충격 ‘성고백서’와 동영상 CD를 내놓았다. 하지만 결코 어느 누구도 그를 바라보는 눈은 곱지않다.


당당한 자기확신…사회통념 뒤집기

“마음이 결여된 몸의 쾌락이나 몸이 원하는 기쁨을 무시하는 마음만의 사랑은 불균형이다. 정신과 육체적 사랑은 둘이 아닌 하나다. 사랑에 미숙하고 부지해 고통스러웠던 실패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진솔하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데… So what? (‘나도 때론 포로노 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출간 후 탤런트 서갑숙)

So What?은 우선 자기의 색깔에서부터 비롯된다. 그 색깔의 전제 조건은 순수성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 순수성은 사회적 통념이나 규범과는 다른 ‘나’ 개인의 선택이자 So what?을 외칠 수 있는 당당함의 발로라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보든 나는 내 색깔을 고집하는 주관적 심미관이 So what?의 기조에 깔려있다.

So what?이라는 말 자체가 다른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과 행위에 대해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라는 ‘즉대즉(卽對卽)’ 물음이자 반사 행위이기에 결코 사회도덕적 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향한 자신이 가진 신념의 저항감으로, 어쩌면 무모할 수도 있는, 자존이 그들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김 모(22ㆍH대 연극영화과 3년)양은 “So what?은 사회의 틀에 박힌 선입견이나 강박관념에 대한 순수성의 저항의식에서 출발한다”며 “혼전 섹스나 동거를 그저 나쁘게만 바라보기 보다는 이들이 왜 서로 사랑행위를 하고, 동거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얼 느끼고 찾고 있는지, 그 내용자체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So what?의 또 다른 특성은 자신의 확신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행위사실에 대해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먹은 후 부끄럼을 느꼈듯’ 얼굴이 빨게 질 만큼 사회적으로 수치감이 들 수 있지만 꼭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그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이의 뜻에 따라 서로가 사랑하는 장면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 것이 외부로 방출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것이 So what? 족들의 주장이다. 사랑은 곧 예술이고 결코 숨길 것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당당한 신념이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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