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종로구 원각사 10층 석탑

탑은 불교에서 말하는 탑파(塔婆)의 준말이다. 산스크리스트 말로 ‘스투파(stupa)’ 였다. 이 ‘스투파’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스’가 탈락, ‘투파→타파→탑’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스투파’는 ‘겹쳐서 쌓다’라는 뜻으로 시체를 묻은 조그마한 봉분을 뜻한다.

탑(塔)에는 종교적 목적으로 쌓은 바벨탑, 피라미드, 다보탑 등이 있고 군사적인 것으로 바빌론의 이스탈문(門), 로마의 성벽 각탑(角塔) 등이 있다.

근대에 들어서는 관광이나 방송 등의 목적으로 탑이 많이 세워졌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1889년 파리의 만국박람회를 기념해서 세운 에펠탑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놓은 탑은 1963년 12월에 세운 미국 노스다코다주의 지상 629m의 텔레비전 송신탑이다. 구약성서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간의 교만과 불신 그리고 무모함의 상징이다.

여러 고증에 따르면 바벨탑은 8층이었던 것으로 같다. 사람이 돌로 쌓은 가장 높은 탑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이다. 피라미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높이 146m, 밑변이 230m로 2.5톤 짜리 돌을 230만개나 쌓아서 만들었다.

피라미드 외부의 각 면은 3각형 모양으로, 내부 통로는 복잡하여 한자의 ‘금(金)’자와 꼭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문화권에서는 피라미드를 ‘금자탑(金子塔)’이라 부른다.

우리 겨레는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목탑을 즐겨 만들었다. 이를테면 황룡사 9층탑은 80m가 넘은 목조 호국탑이었다.

최근에는 충북 진천읍 보탑사에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높이 43m의 3층 목탑이 우뚝 솟았다. 지금까지 설명한 탑들은 모두 사람이 만든 인조탑들이다. 이에 비해 조물주가 만든 탑도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가장 정교한 탑은 뭐니 해도 ‘사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의 육신은 보기에 따라 5층 석가탑 같기도 하고, 11층의 다보탑 또는, 13층의 원각사탑 같기도 하다. 발바닥에서 발목까지 1층, 정강이가 2층이다. 허벅지가 3층, 허리에서 어깨까지 4층이다. 목과 머리까지 모두 5층이다.

그런데 손가락 3마디를 합쳐 팔의 골절이 모두 6마디이니 두 팔을 높이 들면 5층 석가탑에 더해 11층 다보탑이 되기도 하고 발에서 손을 번쩍 치켜들어 마디 수를 헤아리면 13마디다. 그래서 불탑도 최고 13층 탑 이상은 없다. 말하자면 인간탑이 최고라는 뜻이다.

원각사탑도 원래 13층 탑이었다. 위의 3층은 언제 무너져 유실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946년 2월17일 주한 미국 제24사단에 의뢰하여 기중기로 탑 일부를 해체한 결과 8층 갓위 면에 ‘성화3년 이월일 금석동년 18각(成化三年 二月日 金石同年 十八刻)’의 14자와 9층 밑 밭침 윗면에 ‘정축 9월22일 화주 임무(丁丑 九月二十二日 化主 林茂)’의 12자가 새겨져 있다.

조선조 세조 13년(1467) 2월에 18세이 된 김석동이란 사람이 새기고 임무가 시주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조물주가 만든 인간 본위의 13층 탑 앞에서 “우리는 조선의 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을 세계 만방에 선포”했던 것이다.

이홍환 현 한국땅이름학회이사

입력시간 2002/08/29 18:4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