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자바와 버그의 유래

“돼지털 세상이라구?”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모 전자회사 TV광고에 나오는 ‘멘트’다. 시장에서 생선 자판을 벌이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내 뱉은 말이다. ‘디지털(Digital)’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할머니가 이를 ‘돼지털’로 이해하는 장면은 가히 이 광고의 압권이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크게 늘고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웬만한 기술 용어는 이제 일상어가 되다시피 했다. 이미 일상어로 굳어 버린 전문 기술 용어의 어원을 알면 절로 웃음이 난다. 일반인의 상식과 달리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어가 ‘자바(JAVA)’다. 자바란 미국의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말한다. 자바는 다른 컴퓨터 언어와 달리 보안성이 뛰어나 PDA 등 휴대용 기기의 운영체제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인터넷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자바 유래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독특하다. 자바의 처음 이름은 떡갈나무를 뜻하는 ‘오크(Oak)’ 였다.

이는 선마이크로사의 연구소 주변에 떡갈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착안했다. 이 후 오크는 자바라는 정식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개발자들이 즐겨 마시던 ‘핫 모카 자바(Hot Mocha Java)’ 커피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네티즌이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해당 중앙 서버에서 네티즌의 컴퓨터로 보내는 작은 파일을 흔히 ‘쿠키(Cookie)’라고 부른다. 쿠키는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어떤 콘텐츠를 살펴보고 어떤 상품을 구입했는지와 같은 정보를 모두 기록한다.

인터넷 서핑과 관련한 네티즌의 일거수일투족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모두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쿠키는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웹사이트를 이용하자는 의도에서 개발됐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쿠키 역시 어원이 재미있다. 쿠키는 유닉스 프로그래밍 기술의 하나인 ‘매직 쿠키(Magic Cookie)’라 불리는 토큰(Token)을 통해 개발됐다. 토큰은 세탁소에 옷을 맡기면 받는 작은 쪽지다.

사전적 의미에서 쿠키는 과자의 한 종류이다. 쿠키를 먹다 보면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인터넷 브라우저가 활동하면서 남기는 사용자의 흔적을 마치 먹다 떨어뜨린 과자 부스러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터넷 세상의 도래와 함께 그 의미가 180도로 바뀐 셈이다.

프로그래머가 흔히 컴퓨터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버그(Bug)가 생겼다’며 투덜댄다. 버그는 우리말로 ‘벌레’다. 사이버 세상에서는 프로그램 오류라는 말로 통한다. 소프트웨어를 쓰다 보면 특정 기능키가 안 먹든지, 먹통이 된다든지, 조작이 안 될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엔지니어가 프로그램을 잘못 짜서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오류를 버그라고 한다. 벌레라는 말이 어떻게 프로그램 오류를 뜻하는 말이 돼 버렸을까.

버그라는 말은 194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서 대형 컴퓨터인 ‘마크(Mark)’를 개발한 그레이스 호퍼 라는 사람이 컴퓨터의 오작동을 발견했는데 그 원인이 모기였다는 데서 비롯됐다. 모기가 컴퓨터에 들어가는 바람에 컴퓨터가 잘못 작동된 것이다.

이 후 부터 컴퓨터에 오류가 생기면 버그라 부르게 됐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힘들지만 이렇게 개발된 기술이나 상품에 이름을 붙이는 일 역시 쉬운 작업이 아니다. IT용어 하나 하나에도 저 마다 유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정보가전부 기자

입력시간 2002/08/29 18:4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