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약처방은 과학입니다"

전통의 민약 체계적 연구·보급에 나선 홍진수 민약연구회장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인 민약을 통해 건강을 관리했습니다. 그 맥을 잇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민약협회(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민약연구회 홍진수(43ㆍ대산약촌 www.daesanyakchon.co.kr 촌장) 회장은 정ㆍ재계 인물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홍 회장은 수백년간 시골에서 시골로 이어져온 ‘민약’의 세계를 서울 상류층에 소개한 장본인이다.

그가 관리하는 환자 가운데는 기업 경영인 등 상류층은 물론 저명한 의사와 한의사들까지 포함돼 있다.


조상들의 지혜와 맥 이어가야

그가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민약협회 설립을 꾀하고 있다.

“민약은 그야말로 우리 조상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과학적인 처방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한약과 양약의 뒷전으로 밀려나있었던 것이지요. 이제 사단법인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민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가 설명하는 민약 처방이란 예부터 치료효과가 있다고 전해오는 동식물을 재료로 한 민간요법. 예컨대 칡뿌리는 알코올 해독과 발한, 해열 작용을 한다.

또 도라지는 염증을 제거하고 창포뿌리는 두통에 좋다. 오이는 화상에, 술에 담근 솔잎은 당뇨병에 효험이 있다. 또 흑염소는 여성들의 산후조리에 도움을 주고 피를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약은 중국산 약재도 많이 사용하지만 민약은 산삼, 도라지, 더덕, 작약, 산초, 산딸기, 머루, 다래 등 깊은 산골에서 자라는 약초를 주 원료로 처방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포도, 호박, 붕어, 배, 질경이 등 우리 토양에서 나는 모든 동식물은 몸을 향상시키는 긴요한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 회장은 “전국을 헤매며 산삼을 캐던 심마니가 70년대 후반만 해도 1만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약초를 캐는 사람들까지 포함해도 2,000여명에 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적으로 민약 연구를 펼치고 그 영역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으면 명맥이 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친화적 순수 치료 비약ㆍ비법

‘민약’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영역이다. 민약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응급조치에 사용되는 단순치료약’으로 통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약이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비약ㆍ비법이며 동물, 식물, 광물 등 약효성분을 이용하되 화학적 물질을 이용하지 않은 ‘자연친화적 순수 치료약’이라고 말한다.

현대의학의 의약품 임상실험과 달리 5,000여년을 거쳐 전해져 내려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각종 질병의 치료 효과가 뛰어난 사실이 증명된 치료약이라는 것이다.

최근 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우리의 순수한 민약초를 소개하기 시작해 민약연구가들의 힘이 되고 있다.

민약연구가들은 민약의 제2시대를 열고 발전시키기 위해 동의보감보다 더 총체적인 의학으로서의 학문적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협회가 설립되면 새로운 민약 연구 뿐만 아니라 전래 민약 비약ㆍ비법을 계승시키고 이를 학문적 의학저서로 발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일부 상술적인 방법으로 임의단체를 만들어 민약의 정통성을 흐려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도해나가겠다는게 민약계의 입장이다.


건강식품 취급 비하, 안타까워

민약협회 설립에 총대를 맨 홍 회장은 평생을 민약과 함께 살아왔다.

포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마을 사람들을 따라 깊은 산속을 드나들며 약초를 캤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직후 상경한 그는 종로에서 약초를 판매하고 환자들에게 달여줬다.

법적으로는 건강식품이지만 섭취하는대로 각종 질병들이 신기하게 낫자 그의 명성은 장안에 입소문으로 퍼져갔다. 그의 처방으로 중증 결핵에 걸린 비구니가 완치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83년 서울 강남에 대산약촌을 설립했다. 희귀한 원재료 때문에 그가 달여주는 민약이 일반 한의원이 공급하는 한약보다 훨씬 고가임에도 불구, 독특한 효험으로 대산약촌의 명성은 상한가를 이어갔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정치인, 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그의 단골이 됐다. 3년 전 폐암수술을 받은 모 그룹 CEO 등 다수의 기업인과 유명인들이 지금도 홍 회장이 산약초 등으로 처방한 민약을 상시 복용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법이 매우 까다로워 민약연구가들은 건강식품 개념으로 약을 지을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민약의 진가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향란 일간스포츠 비즈니스부 기자

입력시간 2002/08/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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