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부와 명예의 땅 유럽진출

이을용·차주리·송종국 유럽진출, 김남일·이천수도 준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돈과 명예를 거머쥐며 속속 유럽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월드컵 이후 태극전사 해외진출 1호를 기록한 이을용(27ㆍ트라브존 스포르)에 이어 차두리(22ㆍ레버쿠젠) 송종국(23ㆍ페예노르트)은 터키와 독일 네덜란드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3ㆍ포항)도 국내 무대를 청산하고 미국행을 꿈꾸고 있는데다 ‘진공청소기’ 김남일(25ㆍ전남)과 ‘당돌한 아이’ 이천수(21ㆍ울산)도 당장은 아니지만 유럽행을 벼르고 있다.

또 이영표(25ㆍ안양) 등 월드컵에서 국제 수준에 손색 없는 플레이를 선보인 선수들에게도 러브콜이 이어지는 등 당분간 태극전사들의 해외진출은 봇물을 이룰 태세다.


송종국 “최종목표는 빅리그 진출”

8월 16일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에 입단한 송종국은 국내 축구선수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는 등 ‘히딩크 황태자’ 다운 대접을 받고 있다. 이적료 400만달러, 연봉 60만달러에 계약한 송종국은 14일 유러피언 챔피언스 리그 예선전 페예노르트와 페네르바체(터키)와의 경기를 지켜본 뒤 “어렵지 않게 주전을 차지할 것 같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페예노르트 구단도 그를 가능한 한 빨리 출전시킬 계획이다. 15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을 관전한 롭 반 페예노르트 기술이사는 “송종국의 기량은 세계 일류급이다. 오른쪽 윙백 또는 미드필더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종국은 아직 임시체류허가증(MVV)도 발급받지 못한 상태여서 당장 그라운드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 롭 반 이사도 “8월말 비자가 나올 전망인 만큼 적응기간 1주 등을 고려하면 데뷔전은 9월 중순께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이 1980년부터 3년동안 PSV아인트호벤에서 뛰었고 노정윤(후쿠오카)은 NAC브레다에서 98년 25경기에 출전했다.

페예노르트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아인트호벤과 아약스와 함께 네덜란드 3대 명문 구단으로 꼽힌다. 18개팀으로 구성된 네덜란드 리그는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빅리그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그 바로 뒤를 잇는 상당한 수준이다.

네덜란드에서 통하면 빅리그에서도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일월드컵 득점왕인 브라질의 호나우두(인터밀란)도 네덜란드를 거쳤으며, 일본 최고스타 오노 신지는 지난해 6월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다.

송종국도 “일단 네덜란드에서 성공하는 게 당면 목표다. 그러나 내겐 빅리그 진출이라는 더 큰 꿈이 있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고 있다. 18일 프로축구 부산 유니폼을 입고 포항과의 국내무대 고별전을 치른 송종국은 개인훈련으로 컨디션을 가다듬은 뒤 8월말 출국할 계획이다.


유럽진출 1호 이을용, ‘알토란’ 계약

월드컵 전사중 1호로 유럽진출 꿈을 이룬 이을용은 이적료 160만달러, 연봉 50만달러외에 옵션계약과 CF 등 가외수입을 톡톡히 올릴 전망이다.

이을용은 이미 트라브존의 유럽축구연맹(UEFA)컵 진출을 조건으로 팀과 10만달러의 옵션계약을 맺었다. 트라브존은 또 라이벌전이나 리그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빅매치에서 이길 경우 선수당 최고 5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해 온 관례가 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SK 등 대기업들은 판매촉진을 위해 현지에서 이을용을 CF 모델로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페네르바체와의 2002~03 시즌 개막전에서 후반 조커로 투입돼 데뷔전을 치른 이을용은 17일 엘라지 스포르와의 두번째 경기서 선발로 나서는 등 빠르게 터키 리그에 적응해가고 있다. 주로 미드필드를 맡으면서 처진 스트라이커로도 활약중인 이을용은 한일월드컵 터키와의 3,4위전에서 보여준 그림 같은 프리킥 슛 덕분에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유럽의 변방 취급을 받던 터키 축구는 1999~2000 시즌 UEFA컵에서 갈라타사라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을 꺾고 우승하면서 축구 강호로 떠올랐다.

한일월드컵에서는 3위를 차지했고 프로 리그는 지난해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발표한 세계 리그 평가에서 15위에 올라 있다. 트라브존은 갈라타사라이 베시타시 페네르바체와 함께 터키의 4대 명문구단이다.


제2차붐 차두리 “아버지 명예 잇겠다”

아버지인 차범근 MBC해설위원에 이어 분데리스가에 진출, 바이에르 레버쿠젠과 계약을 맺은 뒤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에서 임대선수로 둥지를 튼 차두리는 “스피드와 체력 등을 앞세워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차두리는 레버쿠젠과 5년 동안 총액 300만달러를 받기로 했으며, 2년간 1부 리그 하위권인 빌레펠트에서 실전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킨 뒤 나머지 3년은 원소속팀인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계획이다.

레버쿠젠은 IFFHS이 발표한 프로클럽 랭킹 2위에 오를 만큼 세계적 명문구단이며 차범근 위원도 83~89시즌 이 팀에서 활약했다.

차두리는 돈보다는 태어나고 자란 독일에서 안정적인 프로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 더 만족해하고 있다. “말이 통하고 음식과 친구 등 생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적응기를 거치면 내년부터는 제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노 묄만 빌레펠트 감독도 “차두리는 8월 안에 왼쪽 날개 또는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기 투입의사를 밝혔다. 레버쿠젠은 2001~02 시즌 2부 리그 2위를 기록, 1부 리그로 승격했다.

하지만 소속 학교인 고려대가 계약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적 동의서 발급을 지연시키고 있어 조기 투입이 실현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78년 다름슈타트 입단 이후 분데스리가에서 11년동안 308경기에 출장, 98골을 기록하며 ‘갈색 폭격기’로 불린 차범근 위원의 명성을 아들 차두리가 이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수 체육부기자

입력시간 2002/08/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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