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글래머 스타 '김혜수'

글래머스타 김혜수(32)가 섬뜩한 공포 연기에 도전했다. 8월 23일 개봉된 호러 영화 ‘쓰리’의 주연으로 나서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다. 열 여섯 살 때 연기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6년째에 접어들지만, 공포 영화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는 ‘반칙왕’을 만든 김지운, 태국 영화 ‘잔다라’의 논지 니미부르트, 홍콩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아시아의 공포’를 주제로 힘을 합쳐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는 한국편 ‘쓰리’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정체를 찾아 헤매는 신도시의 30대 주부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불안과 혼란이 뒤섞인 무표정한 얼굴을 보이며 싸늘한 시체 연기까지 한다. 여배우로서 자신의 얼굴이 혐오스럽거나 무섭게 나오는 장면에 신경이 쓰일 법도 하건만 그는 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색다른 분위기, 흥미로운 작업

“이 역을 처음 제의 받았을 때부터 거부감이나 망설임은 전혀 없었어요. 일반적으로 여배우가 과감한 전라 연기를 하면 굉장히 용기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이런 혐오 연기를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측면도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맡은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소화하는 가뿐이에요. 이 작품은 이미지가 망가지니까 안 된다 혹은 광고가 안 들어오니까 곤란하다는 식의 생각은 전혀 안 해요.”

김혜수는 당당하고 시원시원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밝고 쾌활한 사람이라도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라며 “자신 안에 내재된 색다른 분위기를 끌어낸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며 만족해 했다. 또한 그는 어떤 역을 맡느냐 보다 누구와 일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평소 존경해온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이 무척 즐거웠다고 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서 보여준 김지운 감독의 연출력에 반해 있던 터였어요. 김 감독님 작품이라면 무조건 믿고 출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3개국 합작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였어요. 운이 좋았죠. 자기 색깔이 분명한 감독님과 일하고, 덤으로 이렇게 좋은 의도의 기획에 참여하게 됐으니까요.”

남편 배역으로 출연한 상대역 정보석과도 끈끈한 인연을 과시한다.

단막 드라마 ‘젊은 느티나무’에서 처음 만나 이후 ‘사모곡’ ‘순심이’ ‘사랑과 결혼’ ‘여자의 남자’ 등의 작품에서 찰떡 호흡을 맞춰왔다. 친오빠가 없어 평소 남자선배한테 오빠라는 호칭을 잘 쓰지만 않지만 정보석에게는 예외다.

“고 1때 처음 만났어요. 너무 어릴 때 만나서 그런지 친오빠 같아요. 가끔 밥도 사주고 저가 평소 안 하던 행동 하면 깜짝 놀라기도 하죠.” 정보석은 후배 배우인 김혜수에 대해 “처음 봤을 때 너무 신선했다. 그때가 보기 좋은 꽃이었다면 지금은 관록 있는 멋진 배우가 됐다”고 평가한다.


이미지와 달리 겁 많은 편

항상 씩씩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김혜수는 사실 겁이 많은 편이다. 공포 영화의 경우 소재나 연출 등에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만 골라보는 정도이다.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먼저 귀를 막아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건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거예요. 요즘 같은 여름엔 천둥치는 걸 특히 싫어해요. 자다가도 깨죠.”

그렇다면 공포 영화를 찍을 때는 무섭지 않았을까. “무섭기보다 이상했어요. 우리 영화의 배경이 신도시잖아요. 시골이나 도시나 다 나름대로의 정취가 있지만 신도시는 아주 독특해요.

특히 낮과 밤이 아주 달라요. 낮에는 어린애들도 많이 뛰어 놀고 활기찬데 밤에는 오래된 포로수용소에서 사람 몇 명은 죽어나간 듯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화장실 갈 때도 스태프들과 몰려다녔어요. 이사 갈 생각이 없냐구요? 모르죠. 집값이 싸고 좋으면요. ”

김혜수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건강 미인’이다. 닉네임에 걸맞게 탄력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쉬지 않고 감자 튀김을 연신 집어 먹는다. “살 뺀 지 2년 됐어요. (토크쇼인) ‘김혜수 플러스 유’가 거의 끝 나갈 무렵이었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살이 쉽게 빠져요. 한끼만 안 먹으면 축나요. 그래서 (감자튀김을) 부담 없이 먹잖아요.”


섹시한 매력에 자부심 느껴

그는 자신의 섹시한 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1985년 ‘깜보’로 데뷔한 이래 ‘첫사랑’ ‘찜’ ‘닥터 봉’ ‘신라의 달밤’까지 15편의 영화에 출연, 발랄하고 귀엽고 건강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는 이런 전형적인 캐릭터를 아끼는 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연기자가 아니다”라며 조금씩 연기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섹시하다는 건 대단한 경쟁력이죠.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아찔해요. 복잡하고 깊은 정서도 무리 없이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배우들이 꺼리는 공포 연기를 통해 쓸쓸한 감성을 내비친 그는, 올 가을 대한제국 최초의 야구단 이야기를 다룬 ‘YMCA 야구단(김현석 감독ㆍ명필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연기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08/31 12:40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