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다르게 사는 사람들

■ 다르게 사는 사람들
(윤수종 엮음/ 이학사 펴냄)

윤수종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가 계간지 ‘진보평론’에 1999년부터 4년간 실린 글을 추려서 펴낸 이 책은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장애자, 비전향 장기수, 넝마주이, 외국인 노동자, 빈민 어린이, 가상공간의 공산주의자 등 우리 사회 소수가 겪어야 했던 수난의 고백록이다.

그러나 이 책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소수는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당신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라며 편협한 현실에 굴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시절 강박관념처럼 양복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다니며 남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던 트렌스젠더 김비씨는 이제 영어강사와 소설가로 누구보다 당당한 여성의 삶을 살고 있다.

“이 사회가 좀 더 올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이분법적인지 보여주어야 한다”는 김씨는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보다는 외모나 성적 호기심 위주로 저급하게 흘러갔다”고 아쉬워했다.

대학 교수이기를 거부하고 농부를 선택한 윤구병씨의 형으로 넝마공동체를 이끄는 윤팔병씨,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애정이 반드시 이성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편협한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레즈비언 김송혜숙씨, 1998년 3월 외국 노동자에 대한 부당대우에 절망해 일하던 공장 벽에 스프레이로 “한국이 슬프다”는 유서를 써놓고는 분신자살한 중국 동포 김인성씨 등의 기막힌 사연도 소개된다.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활동 중인 김효진씨, 비전향 장기수 정순택씨, ‘’이란 이메일로 활동 중인 한 사이버 코뮤니스트 등도 등장한다.

엮은이는 “우리 모두 언제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며 “소수자들이 더 많은 자유의 공간을 만들어 낼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2/09/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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