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충청북도 청원

청원이라는 땅이름은 나라안에 9곳이나 있다. 우리말의 ‘새로운 벌’이라는 뜻의 ‘새벌’이 ‘서라벌’ 또는 ‘사벌(상주)’ 그리고 ‘서울’로도 되지만, 이 말이 한자로 뜻 빌림(意譯)이 될 경우 신평(新坪), 청원(淸原), 신원(新原), 청주(淸州)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땅이름 가운데 ‘청원’이라는 지명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에서 어떻게 불리고 있을까? 흥미로운 사실은 ‘청원(淸原)’은 일본말로 ‘기요하라’라고 발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새바루’라고 발음한다.

‘청원(淸原)=새바루!’ 이것은 우리말이다. ‘새벌’이라는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새벌-새버루-새바루’로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은 말을 풀어쓰기 때문에 ‘새벌’이 ‘새바루’로 발음된 것이다. ‘새벌’은 곧 ‘맑은 벌’의 뜻이다. ‘맑은 벌’은 한자로 청원(淸原)이다.

‘천고를 살아오는/ 고요에/ 맑은 하늘 길을/ 구름 하나만이 외롭게 걷고 있다.// 돌샘이 고인 푸른 물을/ 한 컵 마시고/ 숙연 깊은 문을 연다./ 창문이 바시시 열리는 구나.// 물소리가에서/ 산장(山莊)이 늙고 세월이 흐른다./ 뜨락을 도는데 곁에/ 잡초 내음이 일고/ 나는 피로 하여/ 지난 일들이 되돌아 온다./ 한 마리 새는 운다./ 진정 밤을 지새우고 가고 싶구나./ 저물고져 하는데/ 고요에 취(醉)한/ 산장이 졸고 있다.’

땅이름 처럼 청원고을은 산수가 맑아, 부용면의 부강약수를 비롯해 북일면의 초정리 약수, 그 가운데서도 초정리의 물탕골 약수는 1444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연구하다가 눈병을 얻어 두 차례에 걸쳐 117일 동안이나 머물면서 요양을 했고, 뒷날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러 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특히 이 고을 미원면 지역 대부분 지하수 수질은 생수의 조건인 수소이온농도(PH) 7.5이상, 철분 0.3이하, 질산성 질소 10이하, 일반세균 100마리 이하, 탄산, 망간, 칼슘이 각각 10이하 등 28개 항목의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어 생수로 최적이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미원면(米院面)은 예로부터 물이 맑아 물걱정이 없는 지역으로 ‘쌀안리’라는 땅이름으로 불러오던 곳이다. ‘쌀밥을 먹을려면 쌀안리로 이사해야 한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였다.

현재도 연중 섭씨 18도를 유지하는 속칭 ‘약물내기’ 연못 2개가 면 소재지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미원3리엔 약수정과 옷샘이 있다. 이물로 목욕을 하면 땀띠가 없어지고 피부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물론 인근 청주 등지에서까지 미원의 물을 길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이렇게 미원생수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천주교 미원성당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당시 신자였던 황선욱이라는 사람과 연재식 신부가 성당 앞 정자나무 밑에서 수맥을 발견하고 시험한 결과 약알카리성 성분에 칼슘, 아연, 나트륨, 마그네슘, 철, 불소, 염소 등 미네랄성분이 기준치 미만으로 고르게 함유돼있고 식수로는 가장 좋은 약알카리성 생수로 판정돼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청원(淸原)이란 땅이름 탓일까!

이홍환 현 한국땅이름학회이사

입력시간 2002/09/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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