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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오만과 횡포, 그리고 '보도 지침'

6ㆍ13지방선거 완승 이후 한나라당에는 ‘오만하지 않게 낮은 자세로 임하자’는 분위기가 당 전반에 깔려 있었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최고 위원들은 한결같이 ‘거만하게 보이면 국민이 등을 돌린다’며 DJ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 공세와 달리 민주당과 언론에 대해서는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8ㆍ8재보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넘는 완승을 거둔 이후 한나라당은 완연히 달라졌다.

물론 여기에는 이회창 후보 아들에 대한 병역 비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민주당에 대한 방어적 측면도 있지만, ‘이제 주변 시선보다 대선 국면 장악’이 더 시급하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8ㆍ8재보선 직전의 겸손한 자세는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이후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서리에 대해 두 차례나 인준을 거부했다. 언론과 국회 검증 과정을 통해 드러난 총리 지명자들의 도덕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대응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 한나라당이 방송 4사에 보낸 ‘보도 협조 요청’을 보고 있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언론자유를 무참하게 짓밟았던 5공 시절의 ‘보도 지침’을 보는 듯 했다.

한나라당은 그간 공영 방송의 보도가 친 정부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이번 협조 공문도 방송에 대한 이런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방송과 달리 신문 분야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나 정부와 비교할 때 득을 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되묻고 싶다.

언론의 보도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되면 법적인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옳다.

물론 방송 매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비방ㆍ음해하는 식의 보도 형태를 취한다면 옳지 못하다. 방송, 특히 공영 방송은 국민의 공기다. 누구도 사리사욕을 위해 이용해선 안 된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도 없어 자당이나 자당의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방송사에 보도 지침식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다수당의 오만이자 횡포다. 국민은 편파 방송도 이해할 수 없지만, 힘의 논리를 앞세운 정치권의 강자 논리도 용서할 수 없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9/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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